너의 마음에 드는 장소는...... 정열적으로.
묘사하면 안 되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묘사해야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곳이 바로 삶의 현장이고 삶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체사레 파베세.
은유. 《쓰기의 말들》. 필사. 75. P175.
아래 내용은 은유 작가가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가 운영하는 동물보호 카페를 묘사한 내용이다.
"하얀 기저귀를 차고 앞발로 몸을 끌고 다가온 강아지는 나와 딸아이 다리 사이에 다소곳이 앉았다. 교통사고를 두 번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었는데 사람을 잘 따른다고 했다. 한쪽 구석에서 이불 덮고 있는 강아지는 실명해서 앞이 보이지 않고 나이가 많아 종일 누워 지낸다고 했다. 번식장에서 발정제를 맞고 새끼만 계속 낳다가 일찍 폐경이 와 버림받은 강아지, 척추가 끊어진 몸집 큰 개도 있었다. 혈통 좋아 보이는 하얀 고양이는 상자에 담겨 길가에 버려졌는데 눈병이 심했고 지금은 오른쪽 눈이 움푹 파였다."
만약 내가 상처가 있고 아픈 동물들이 있는 동물보호 카페에 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환갑이 넘긴 아저씨가 무슨 눈물이 날까마는 위 글을 읽는 동안 '불쌍하다, 어쩌다가, 안타깝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함께 갔던 딸아이의 반응은 달랐다.
"어설픈 감정이입에 눈물이 났다. 딸아이가 뭐가 불쌍하냐며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필사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보며 "뭐가 불쌍하냐"는 딸아이 말에 '어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딸아이가 그곳 카페에서 동물들과 있으면서 어떤 행동을 했을까 상상해 봤다.
딸은 하반신이 없이 두 앞발로 몸을 끌고 다가오는 강아지에게 새로운 친구를 반기듯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간지럽혔을 것이다. 카페 관리하는 분이 오자 하반신 마비 강아지가 냉큼 달려가더니만 휠체어에 다리를 끼우고 겅중겅중 산책을 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엄마! 저 강아지 바퀴 달렸네! 멋지다!"라고 환호했을 것 같다.
딸은 강아지를 보며 '결핍'이 아닌, '지금 하고 있는 행동과 모습' 자체에 집중했을 것 같았다. 장애가 있는 동물이든, 건강한 동물이든 함께 놀고 교감할 수 있는 '동물'일 뿐이라고! 편견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나는 길거리를 가다가 장애를 가진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필사하는 내내 장애 동물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보며 "뭐가 불쌍하냐"라고 했던 딸의 말이 마음에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편견을 가지고 보는 내 눈이, 내 마음이,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지덕지 붙어 있는 편견 장애! 어쩌면 좋을까.
작가는 동물보호 카페 방문 소감의 동사를 '불쌍하다'에서 '살아간다'로 바꿨다. 나도 그러기로 했다. '편견 장애'를 치료하기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뭐가 불상해"라는 딸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살아가기로!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