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뭐? 살이 찐다고? 그렇단다. 시험관 시술을 하게 될 경우 살이 찌는 경우가 좀 있단다. 과배란을 위해 약을 먹으면 그 부작용으로 살이 찌고,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한 주기 당 1~3킬로 찌기도 한다네. 아휴, 그런데 살이 문제랴? 문제다. 여자들은 특히 살에 예민하다. 그중 나도 속하네? 한 덩치에 떡대가 있는 집안의 유전자도 무시하지 못한다. 나 또한 얼굴 생김새나 체형으로 보아 딱 친가다, 딱. ‘난 너 임신하면 살찔까 봐 겁난다, 야’ 결혼 후 엄마가 걱정을 많이 하셨다. 친가 가족들을 보면 엄마의 우려가 이해된다. 아빠야 워낙에 타고난 운동인으로 늘 관리를 철저히 하셨기에 정말 다행이었다.
그래 까짓것 찌면 빼면 된다. 하지만 나는 못 빼지. 한 번도 다이어트를 성공한 적이 없네? 어쨌든 아이가 생긴다면? 괜찮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이루어졌는데, 살이 대수랴! 실패하면? 무너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이가 없는 것도 서러운데 살까지 찌면 나는 어쩌나.
들어는 보았는가. 시험관! 정식 명칭은 ‘체외 수정 배아 이식’이다. 당사자가 되고 나서야 정식 이름도 알게 되었다. 신은 자비롭게도 생명의 탄생이라는 신비로운 영역을 인간에게 일부 허락하셨다. 이 눈부신 의학 기술의 발전 덕분에 임신의 확률은 높아졌고 많은 난임 부부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시도도 하기 전에 앓는 소리부터 나온다. 여자는 아이를 품는 주체이니 남자보다는 몸에 직접적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 주사를 맞는다던가, 약을 먹는다든지, 링거를 꽂는다든지. 괜히 했다가 몸만 상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생기지 않으면 어떡하지?
수기를 찾아보면 그렇게 눈물 콧물이다. 일하는 중간에 화장실에서 울며 배 주사를 놓기도 하고, 계속되는 실패에 마음도 상하고, 특히 협조하지 않은 남편들 때문에 힘든 이야기를 보면 그렇게 감정 이입이 되더라. 생각 같아서는 생길 때까지 계속하고 싶어도 그에 대한 비용은 또 얼마나 드는지도 겁나고. 왜 긍정적인 수기보다 부정적인 수기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이미 우리 부부는 시술이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생물학적 문제가 있고, 나이 문제도 있고. 하지만 아직이다. 남편의 이유는 간단하다. 시술은 아직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 확률은 아니며 불확실한 결과에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나는 복잡하다. 살도 찔 수 있고, 몸도 망가질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런데 아이는 정말 너무 원하고, 막상 하자니 두렵다. 여러 과정을 거치고 시술했다고 치자. 앞서 말했든 완전한 허락도 아니고 사람은 저마다의 상태가 다른지라 아이가 꼭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또 기다림이 시작된다. 자연임신과는 다르다. 이 기다림은 병원을 찾아가는 순간부터 비용이 발생한다. 공식적으로 난임 판정을 받은 그날 시술보다 시술에 필요한 준비 약물들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결국 돈인 것인가. 생명을 만들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하고,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서글프다. 돈 없으면 시도도 못 한다. 돈 없으면 애도 낳지 말아야 한다는 말, 현실적으로는 알겠다. 세상살이 힘들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원하는 난임부부들에게 참 아픈 말이다.
해가 갈수록 나의 임신 가능성의 확률은 떨어지고 우리 부부의 경제적인 여건도 현시점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나 아이를 원한다면 투자할 수 있는 돈이라고? 그러지 마세요, 눈물 나니까. 돈? 당장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없지 않은 돈이 여유가 있다는 뜻도 아니다. 기본적인 의식주와 가끔의 여가가 허락되는 정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확률에 비용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몸 망가지는 것은 사실 두 번째 문제일 수 있다. 결국 모든 게 돈이다. 우리가 가진 것은 한정적이고 한 번으로 될지 두 번으로 될지 그리고 언제 될지, 또는 언제까지 안 될지 모른다. 돈이 많으면 상관없으려나.
그럼에도 시술해서 아이가 오지 않는다면? 나는 마음을 못 비우오. 일단 사람 마음이 막상 시작하면 기대할 텐데, 나는 몇 번의 기대와 실망을 거치게 될까. 나란 사람은 정말이지 좌절에 취약한 사람이다. 무너지면 바닥까지 가서 다시 올라가면 된다고 한들, 허세다 허세.
여차저차 임신에 성공해 보는 상상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다시 가면 어떡하지? 처음부터 오지 않는 것과 왔다가 떠나보내는 것은 너무 다르다.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은 고통이다. 그렇다면 나는 병원을 갈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좌절해야 할까.
그리고 결국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가 안 되는 자연임신. 나에게 아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그 일. 미련이 미련이 아주 그냥 철철 넘친다. 인공적인 시술보다 자연임신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난 정말 행복할 거 같은데. 내가 행복하기 위해 아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다른 거 생각 없이 아이가 딱 생겼으면 좋겠다. 이런 미련 때문에 생리가 시작되기 전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나 두 줄이 있지나 않을까, 혹시나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한다는 보일 듯 말 듯한 시약 선인 그 매직아이가 있지나 않을까.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임신 테스트를 하더라도 남편이든 다른 이든 그냥 나 혼자 확인하고 치우기를 반복한다. 그놈의 빨간 날은 왜 이리도 칼같이 오는지. 이 날짜는 워낙에 정확하게 오는지라 내 몸이 잘 굴러가고 있구나 싶었는데, 어찌 보면 좋은 것인데 이 좋은 것이 이렇게 원망스러운 줄 누가 알았을까.
울컥한 마음에 핸드폰 메모장에 마음을 적기도 했다. 제목까지 있네. 날것의 끄적임이라 다시 보니 민망하지만, 그때의 내 마음이다.
네가 오늘 그날까지!
안녕~~ 오늘은 열이 훅 내렸단다. 근데 기본적인 미열은 있단다. 사실 열이 내리니 걱정했어. 열나는 내내 계속 나라 했거든. 열이 떨어지면 네가 오는 게 아니고 홍양이 오는 거 같아서.
엄마에겐 두 줄보다 한 줄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어. 오늘도 아직은 홍양 기미는 없어. 기대하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이 기다려진단다. 증상 놀이만 하고.
정말 와줬으면 좋겠다.
홍양 왔다~~~ 이번에도 아가보단 먼저구나~~~
엄마 많이 울었어. 계속 울고 싶지만, 참을게. 우리 아가 미안해. 엄마가 이래서 네가 오기가 더 힘들지.
엄마 최강이야! 괜찮아 다 지나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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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딴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적었구나. 뭐 일단 지나가긴 하지만. 시술도 하고 싶고 이왕 자연 임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두 마음이 공존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적인 임신을 다들 원할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기술의 힘을 빌려 성공하고자 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누가 시술을 원할까.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가 구렁텅이에 빠졌다가 모든 일의 당사자인 남편과 온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도 서글프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런 고민과 눈물을 삼키고 있는데. 남편의 생물학적 상태가 정상 범위에 들었다고 해서 우리가 자연 임신이 됐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진짜 없다. 부부가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임신이 안 되는 경우는 많으니까. 정말 아이는 하늘이 준다는 말, 그냥 그만큼 알 수 없는 일이다.
눈물이 나도 일어설 수 있고 일어서서 다시 나아가고는 있다. 아! 결국 우리는 시술이 답이던가. 자연임신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인 것인가.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현실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