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새벽인간의 굿모닝 맥모닝 투미

by 오늘의 바다 보다

어쩌다 눈이 일찍 떠 진날은 맥도날드.


어제 몇 시쯤 잠에 들었더라? 한 여섯 시간쯤 잔 것 같다. 적당히 잘 잤는지 그리 피곤하지 않은 새벽. 조용히 가방을 꾸려 집을 나선다. 겨울엔 새벽이 가장 춥다. 빈 속에 마음이 가장 시린 시간. 모자 달린 털실 목도리를 머리에 둘둘 말아 싸맨 채 집을 나선다. 그렇다고 또 스산하지는 않다. 잘 자고 일어난 내 몸속에 적당한 생명력이 채워져 있다.


귀에 끼워져 있던 이어폰을 빼, 주머니에 넣고 걸어본다. 인적이 드문 아파트 단지에 새벽안개 대신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차갑고 검은 거대한 진공세계를 나 홀로 걷는 느낌이 퍽 나쁘지 않다. 평소에는 놓치고 살던 소리가 검은 모자를 벗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만가만 걸어가는 내 발걸음 소리, 바지단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까지. 저 멀리 새벽을 쓸어내는 빗자루 소리도 차락차락 들려온다. 큰 도로로 내려온다. 이 새벽에도 꽤 많은 차가 도로를 누빈다. 달리는 차도 사뭇 차분한 느낌. 경적이나 급제동 없이 스륵스륵 정갈하게 미끄러진다.



맥모닝 세트를 받아 이층으로 올라온다. 집 근처의 지점은 새벽에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나가는 차가 잘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드립커피를 마시며 밖을 본다. 검은 패딩을 점점이 앉힌 파란 버스와 눈이 마주친다. 맥모닝 세트에 포함된 드립커피가 참 좋다. 뜨겁고 구수한 커피가 큰 머그잔에 한가득. 넉넉한 커피에 넉넉해진 마음. 오늘 하루가 커피와 함께 시작되는구나. “굿모닝 투유 맥모닝 투유 굿모닝 맥모닝 맥모닝투유 산뜻한 아침. 너를 생각해 맥모닝 투유~” 경쾌한 맥도날드 노래가 노란 불빛이 찬 공간사이로 뿌려진다. 고마워, 나도 산뜻해졌네.



이제 간헐적 새벽형 인간이 되어보려 한다. 예전부터 미라클모닝을 하는 사람들을 동경해 왔다. 부지런히 일어나 뜨거운 차와 함께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루틴을 다이어리에 적은 것도 여럿. 사실 회사에 다닐때에는 꾸준히 실천해 본 적이 없다. 회사의 파동에 잔뜩 절여져 핸드폰만 바라보다 빨간 눈을 감던 나날들. 가끔 일찍 잠에 든 다음날, 한두 시간 일찍 회사 근처의 맥도날드나 카페로 출근해 공부를 하고 회사로 가던 날들의 기억은 상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시간이 풍요 안에서 잘 자고 잘 일어나는 나. 가끔 이런 새벽의 행복도 누려야겠다. 늘어진 마음에 새벽의 시장만큼이나 좋은 새벽의 맥도날드. 놓고 지나갈 뻔한 소소한 행복의 수를 야무지게 잡아채 내 품 안으로 넣은 기분이 퍽 만족스럽다. 이 도시 안에 나만의 공간을 늘려간다. 마음의 주름이 한 뼘씩 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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