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제품을 대하는 자세
장사를 하다 보면 참 다양한 고민이 생깁니다.
그중에서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유독 민감한 주제입니다.
도매가로 들여와 판매를 하지 못한 채 기한이 지나버린 물건들을 바라볼 때면 아깝다는 생각보다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앞섭니다.
법적으로는 판매가 불가능하고, 누군가에게 나눔을 한다 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반려동물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저에게는 그 책임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한때는 고민 끝에, 유통기한이 지난 사료를 길고양이에게라도 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조심스레 의견을 물었더니, 반응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더군요.
“절대 주지 마세요.”
“길고양이는 먹을 것도 없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정답 없는 이야기 속에서, 결국 저는 폐기를 선택했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리 좋은 의도였더라도 책임은 제 몫이니까요.
장사를 하면서 가장 조심스러운 것이 바로 ‘선의의 오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내 마음이 좋았다고 해도, 그 마음을 받는 사람이 기분 나쁠 수 있다는 사실.
그건 상대방을 탓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저 더 조심해야 할 나의 몫일 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조금은 웃긴 듯 의미 있는 상황을 겪게 되었습니다.
평소 가끔 할인 맥주를 사러 들르는 편의점이 있는데, 그날도 무더위를 견디다 못해 그 가게를 찾았습니다.
맥주를 고르던 제게, 사장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셨습니다.
“저기...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맥주가 있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가져가실래요?”
순간 웃음이 났습니다.
그 상황, 저도 너무나 잘 아는 마음이었으니까요.
제품은 일주일 정도 지난 것이었고, 냉장 보관되어 있던 덕분에 맛이나 상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받아온 맥주 한 페트, 그날 저녁, 집에서 시원하게 마시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게 누군가에게는 작은 배려이자, 조심스러운 나눔일 수도 있겠구나.
사장님도 저를 기억해주셨기에 그 맥주를 선뜻 내어놓으셨을 것입니다.
그 마음이 전해져서, 저는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둘러싼 문제는 단순히 ‘버릴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는 나눔과 책임, 조심스러움과 배려, 그리고 서로 다른 관점들이 얽혀 있었지요.
살다 보면 종종 이런 순간들을 마주합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건넨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장사를 하면서, 사람을 만나면서 자주 배우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 있기에,
내 마음이 곧 모두의 마음은 아니라는 걸
조금씩, 천천히 배워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