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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좋아하는 것 - 2

by 글쓰는 천사장

나는 1978년생 말띠이다. 그것도 백마띠이다.


요즘은 MBTI로 사람들의 행동과 성격을 많이 물어보지만, 40대 이후의 나이들은 혈액형이나 띠로 많이들 얘기했다. 나는 O형에 말띠~ 그래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깨끗한 피로 누구에게나 희생할 수 있으며 역마살이 잔뜩 끼어 있어서 참 잘도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많이도 들었다.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용돈을 받으면 쓰지는 않고 모으다 보니 짠돌이란 얘기를 들었는데, 학창 시절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비용은 아끼지 않았다. 물론 여행 가서 먹는 건 제시간에 먹지도 않고, 먹더라도 비싼 건 잘 안 먹어서 지금 와이프랑 데이트할 때 굶기면서 다닌다고 엄청 혼났지만 먹는 것보다 가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새로운 곳을 가고, 갔던 곳이지만 안 가본 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한다.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국내여행으로 집에서 버스를 타고 어디든지 돌아다녔다.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는 직행보다는 정류소마다 다 들리는 완행버스, 무궁화호 열차를 좋아했다. 1시간이면 갈 거리를 3~4시간이 걸리지만 내리지 않아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동네마다의 풍경이 좋았다.


군대도 제대 후 해외여행과 복학 일정을 맞추기 위해 육군보다 복무기간이 6개월이나 긴 공군 입대를 해서 제대 3일 후 호주행 비행기에 타기도 했다. 평소 자연이 좋아서 캐나다와 호주 중 고민을 했는데 평소 추위를 잘 타서 호주로 갔다. 한편으로는 짠돌이였지만 여행비는 아끼지 않기에 호주는 15개월 여행, 일본은 부산에서 배 타고 가는 경험 등 평범치 않은 여행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가족과 함께 호주로 여행을 갔다 왔는데,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경제력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2가지 모두 허락지 않아서 세계여행의 꿈은 반포기 상태이다.


그렇지만 국내여행이라도 자주 다니고 싶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능력도 크기 때문에 요즘은 저렴하게 떠날 수 있는 캠핑을 주로 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서 뭐를 배우냐고 묻는다면 없다. 여행은 그 자체로 좋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또 다른 만나기도 한다.


이번에 가족과 함께 호주여행을 갔다 왔는데, 호주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표현이 그렇다. 시드니로 여행을 갔다 온 후 1주일쯤 지나서, 호주가 그립단다. 호주에서 먹었던 버블티가 또 먹고 싶단다. 한국에서는 먹을 수 없던 음료가 그립단다. 그래서 내가 버블티 먹으로 호주에 또 가자고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호주 여행에서 마셨던 버블티 한잔으로도 새로운 여행지를 계속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 함께 했던 그곳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전까지는 혼자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지금은 가족이 함께 가는 여행이기에 더 소중하고 좋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 두 번째로 여행으로 정했다.


비록 역마살 제대로 낀 78년생 백마띠라 나랑 여행을 다니면 가족들이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갔다 오면 좋다고 한다. 여전히 나는 매 끼니마다 제때 밥을 못 챙겨주고, 뚜벅이 여행으로 여행지 구석구석을 끌고 다니면서 혼나는 백마띠 가이드이지만, 그래도 아빠가 선정한 여행지들을 갔다 오면 다시 그리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5월에는 캠핑을, 올해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가 수능을 보면,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프랑스를 꼭 가고 싶다.


좋아하는 여행을 나이가 허락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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