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몸을 움직일 일이 줄었습니다. 예전 회사에 다닐 때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점심시간이면 으레 동료들과 회사 주변을 30분씩 산책하며 하루 1만 보를 채우곤 했지요. 하지만 장사를 시작하면서 부터 이동은 자가용으로 다닌 뒤로는 확실히 걷는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걷거나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오늘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동네 운동장을 찾았습니다. 활짝 핀 벚꽃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르며 트랙을 뛰거나 걸어볼 생각이었죠. 그런데 트랙 바닥에 새겨진 표시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뛰는 선 / 빨리 걷는 선 / 걷는 선"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서로 방해되지 않고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속도별로 레인을 구분해 놓은 것이죠. 참 합리적이다 싶었습니다. 뛰고 싶은 사람은 뛰는 선에서 마음껏 달리고, 가볍게 걷고 싶은 사람은 걷는 선에서 여유롭게 움직이면 됩니다.
운동장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도 누군가는 축구를 하고, 다른 편에서는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을 즐깁니다. 트랙 위에서는 또 각자의 이유로 달리고 걷습니다. 목적은 저마다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득, 이것이 비단 운동장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나, 제가 몸담고 있는 일터의 모습과도 참 닮았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더라도 사람마다 속도는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는 앞서 나가고, 어떤 이는 조금 뒤처지기도 합니다. 같은 속도, 같은 결과물을 내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지요.
저 역시 최근 여러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지금 시작한 이 일이 과연 맞는 방향일까?', '혹시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일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에 잠겨 주춤하는 사이, 다른 이들은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조급함과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찰나였죠.
바로 그때, 트랙 위의 명확한 안내선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자의 속도에 맞게 달리면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문구가 새삼 큰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맞습니다. 뛰다가 숨이 차면 잠시 걷는 선으로 옮겨 호흡을 가다듬으면 됩니다. 그러다 다시 달릴 힘이 생기면 뛰는 선으로 합류하면 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트랙 위에 머무는 것입니다.
오늘 제 목표는 트랙 다섯 바퀴를 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뛰다, 숨 고르며 걷다, 다시 뛰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일곱 바퀴를 돌았더군요. 목표했던 거리를 완주하고도 두 바퀴를 더 달린 셈입니다. 중간에 잠시 속도를 늦추었기에 오히려 완주하고 목표를 넘어서는 힘을 얻었는지도 모릅니다.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속도를 인정하고 그 속도에 맞춰 꾸준히 나아간다면, 크든 작든 분명 무언가를 성취하게 됩니다. 이것이 때로는 단순한 자기만족에 그칠지라도, 이러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는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자신보다 빨리 달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조급한 마음이 들고, 처음의 단단했던 결심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속도에 휘둘리기보다, '꾸준함'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속도를 찾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당장 한 걸음을 내딛는 '실천'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실천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꾸준함'에 있습니다.
오늘 트랙 위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처럼, 저마다의 속도로 인생이라는 트랙을 완주하는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