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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Apr 20. 2020

휘파람 불며 공부가 가능하니?

이것은 세대차이일까?

자매끼리 커서 결혼 후 남편을 이해하기 많이 어려웠다. 대학시절 남자 동기나 직장 남자 동료와 지내는 것은 괜찮았다. 생활을 같이 해야 하는 결혼은 완전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많은 서적과 결혼 선배님들의 조언을 종합해보았다. 남녀는 서로가 다른 나라 사람에 가깝다고 했다. 그런데 이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반대 성향을 띤다.


나는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다. 한 번에 한 가지만 가능하다. 요리시간이 남들보다 긴 이유 중 하나이다. 남편은 멀티플레이어이다. TV를 보면서 핸드폰으로 뉴스 보는 것이 가능하다. 요리시간이 나보다 훨씬 짧다. 야채를 제대로 손질하는데도 말이다.


남편의 멀티플레이 능력을 아들이 타고났나 보다. 수학 문제집을 풀면서 노래를 틀면 안 되겠냐고 한 달째 졸랐다.


나의 상식에 어긋났다.

첫째, 학습 관련 연구들에서 보면 노래 듣기는 공부효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뇌는 무의식 중에 처리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공부하면서 백색 소음은 뇌가 처리할 거리를 줄여주므로 학습 능력을 높여준다고 했다. 하지만 노래는 잡음이 아니므로 뇌가 처리를 하기에 효율이 떨어진다.

둘째, 학습 능력을 검증받을 때와 같은 조건에서 공부하는 것이 성취도 면에서 유리하다. 발표를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앞에 나서는 일이 있을 때 덜 떤다. 학교 시험이든, 수능이든, 어떤 종류의 시험도 조용한 상태에서 시험을 친다. 노래를 틀어주지 않는다.

셋째,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나름 터득한 학생들 대다수가 노래를 듣지 않는다. 이제까지 보아온 많은 고등학교 상위권 학생들은 노래를 들으며 공부하지 않았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절대적 공부량이 많다. 즉 경험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노래를 듣지 않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아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수업 중 학생활동시간에 노래를 틀어주시는 분이 많은데 왜 그러시냐며 불만이었다. 요즘 애들은 노래 들으며 공부하는데 엄마는 구식이라고 했다.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바로 그거다. 나는 멀티가 안되므로 연수를 듣거나 여기서 듣는 영어수업에서 학생활동 중 노래를 틀어주시면 집중이 전혀 안된다. 그러니 이해가 안 될 수밖에.


한 달을 시달리다 노래를 틀라고 했다. 혼자 문제를 풀어봐야 할 때만 틀라고 했다. 푸는 과정을 지켜봐야 이상하게 풀거나 바르지 않은 것을 잡아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것조차 할 수 없었다. 나에게 노래는 굉장한 소음이다. 온전히 노래를 듣기로 결심하거나 설거지 혹은 운전할 때 배경음 정도만 허용 가능하다.


며칠 전부터 애가 문제를 풀 때는 노래가 거슬려서 방 밖에 나와 있다.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사춘기 애랑 싸워가며 뭔가를 이루는 것은 득 보다 실이 크다고 생각하기에 한 수 접어주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다. 그 나이 먹으면 부모가 범법행위, 예의 문제 아니면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 옳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래 들으며 하는 게 효율적인 사람도 있겠지.


여기까지 생각하며 앉았는데 휘파람이 들린다.


아.

부글거리던 속이 폭발한다.


"휘파람 불면서 무슨 공부가 되니! 네가 초등생이니? 연산 연습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면서 풀어야지!"


곧 잠잠해졌지만 투덜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그래. 그게 네 잘못은 아니지. 엄마 잘못이지. 일 재밌다고 공부 습관 안 잡아준 내 잘못. 혹은 네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내 잘못이지.


제발 이게 세대차이라 내가 틀린 것이기를 바란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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