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00'의 시대(21)

반려 돌멩이

by 향연

숙소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던 태완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든다. 방금 지나친 인도에서 낯선 것을 본 듯한 느낌. 그러니까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상한 현상을 목격한 뒤, 그에 반응할 사이도 없이 지나친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뭐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에 태완은 잠깐 갓길에 차를 세운다. 창문을 열어 뒤를 돌아보니 어떤 젊은 부부가 산책을 하며 길을 가고 있다. 그중 남자가 유아차를 끌며 가고 있다. 너무나 평범한 장면이다.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방금 그 느낌은 그럼 뭐였지?'


태완은 그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잘못 보았다고 판단한 후 다시 시동을 걸어 출발한다. 어딘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 그래도 이상하다고 할 만한 점을 전혀 발견하진 못했으니 잘못 보았다고 생각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운전을 하던 태완은, 주황색으로 바뀌는 신호등에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는다. 여기서부터는 시내다. 주말 속초 시내는 당연하게도 북적인다. 여기저기에서 나는 경적 소리와 함께 겹겹이 늘어서 있는 차들 사이로 신호등을 건너는 보행자들이 보인다.


그때, 태완은 너무 놀란 나머지 "헤?" 하는 소리를 낸다. 입가에 손까지 가져다 대면서.


'뭘까. 저건 대체..'


너무 일찍 일어난 나머지 헛것이 보이나 싶어 눈을 여러 번 깜박인 후 초점을 다시 잡는다. 그렇지만 방금 자신이 보았던 것은 더욱 또렷해졌을 뿐, 여전히 같은 모습인 채로 길을 건너고 있다.



그가 본 것은, 커다란 돌이다.

사람이 양손으로 안아 들면 옮길 수 있을 정도의 돌.


현무암인 듯 여기저기 구멍이 뽕뽕 뚫려 있는 그 돌은, 분홍색 리본 머리띠를 하고 있다. 어린아이가 쓰던 것을 물려받은 건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겨우 버티고 있는 그 머리띠가 태완의 눈앞을 지나친다.


당연하게도 그 돌은 혼자서 움직이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사람이 직접 옮기고 있는 것도 아니다. 돌은 유아차를 타고 있다. 그리고 언뜻 봐도 무거워 보이는 그 유아차를 두 사람이 힘겹게 끌고 있다. 태완은 이 장면이 자신만 놀라운 것인지 알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몇몇 사람들이 쳐다보며 감탄하고 있기는 하지만 태완처럼 눈을 치켜뜨며 충격받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없다. 일부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고 그저 길을 건너고 있기도 하다.


'그럼 아까 내가 봤던 것도..'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멍하니 앉아 있는 태완의 시야로, 이번엔 다른 돌이 들어온다. 이 돌은 동글이처럼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돌로, 찍찍이로 만들어진 끈에 매여 어깨 위에 동여매져 있다. 일종의 슬링백 같기도 하다. 그 사람은 돌멩이를 톡톡 치며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설명하고 있고, 돌멩이와의 대화에 여념이 없는 그를 끌고 급하게 신호등을 건너려는 일행도 보인다.


신호가 얼마 남지 않았는지 저 멀리서 마지막으로 뛰어오는 보행자가 보인다. 손에 줄을 잡고 있는 걸 보니 아마 견주일 거라 생각하며 뒤따라오는 강아지를 보려는데, 아주 뜻밖의 것이 눈앞에 나타난다. 줄에 매여 리본 모양으로 묶인 돌멩이가 스케이드 보드처럼 생긴 이동 수단을 타고 줄에 딸려 오고 있다. 힘들었을 것 같아서인지 신호등을 건넌 뒤 돌멩이와 보드를 안고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해서 길을 가는 여자를 보고 태완은 인지 부조화가 온다. 그 장면은 기괴하고 본능적인 거부를 불러일으키면서,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은 감정을 일으킨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그리고 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까?'


태완은 혼란스럽다 못해 두렵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빨리 엑셀을 밟아 숙소에 도착한다. 방까지 들어가는 길에 혹시라도 다른 돌을 보게 될까 최대한 주위를 둘러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307호에 들어간다. 문이 달칵-하고 닫히자, 참았던 숨을 내쉰다. 이젠 안전하다. 아무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이 안에 돌멩이라곤 전혀 없다. 태완은 문에 등을 기대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바로 노트북으로 달려가 전원을 켠다. 손끝이 자신도 모르게 가늘게 떨린다.


'돌멩이 유모차'

'돌멩이 산책'


'돌멩이... 키우기'


태완은 방금 보았던 것을 정신없이 검색창에 입력한다.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조합해 타자를 치면서 이게 말이 되나 싶어 멈칫하지만, 그런 것에 비해 온라인엔 너무나 많은 정보와 기사가 뜬다.


'돌멩이 키우기, 하루 만에 급속도로 증가'

'500억 돌멩이는 아니지만, 이제 저도 키워요'

'반려돌, 지속 가능한 평생친구'

'외로움을 달래주는 나만의 돌멩이'



'이게 정말 유행이라고..?'


sns엔 돌멩이, 돌멩이 키우기, 반려돌멩이 키워드를 태그한 게시물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태완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버린다. 화면이 점점 멀어져 작고 희미해지면서 주변이 고요해진다. 세상이 나를 두고 장난을 치는 것 같다. 오직 한 명을 속이기 위한 트루먼 쇼처럼.


방금 전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확실히 안다고 믿고 있던 세상과, 발을 딛고 있는 현재와의 단절에서 오는 괴리감. 이 두 가지가 정말 같은 세계인가 하는 그런 의구심. 그것들이 태완을 휩싼다.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아득하고 멍한 기분이 든다.



'반려 돌멩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그러나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정교하고 현실적이다. 수많은 기사와 게시물들이 이를 증거한다. 다만 믿기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태완은 이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흔들바위의 실종, 돌멩이의 상속에 이어 이젠, 반려 돌멩이의 세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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