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되면 동심은 위험하지 않을까.
이틀 연속으로 10시 30분쯤 잠이 들어 6시 전에 일어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눈을 떠 시계와 눈을 맞추었고, 6시 3분 전이라 전달받은 나는 미소와 함께 스르르 발바닥으로만 침대 끝으로 흘러 내려와 커튼을 밀어내고 햇살을 받았다.
이른 아침 기상을 자축하기 위해 잎차를 (25년 중작) 정성껏 내려 책장 앞에 앉았다.
리체, 뮤, 메그, (냐옹이들)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 일어나 얼굴을 보여주는 집사가 반가웠는지, 내가 내린 잎차의 향기가 궁금해서인지 우르르 몰려와 차우린 쟁반 주변에 모여 앉아주었다.
책장 한 귀퉁이 오래전부터 같은 자리에 서있던 책, 어른동화 작가 정채봉 선생님의 에세이 [좋은 예감].
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참만에 들쳐 보는지가 내용이 생소하기까지 했지만, 책장이 스르르 넘어간다.
습관처럼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엔 꼭 줄을 그어 표기하거나 다양한 색상의 인덱스를 붙여 페이지를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역시 인덱스로 표해두었던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니 기억이 몽실몽실 떠올랐다.
87페이지 "풀 향기"의 내용이었던 정채봉 선생님의 동심을 자극하고 소박한 이야기에 훈훈함을 가지게 했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아바스키아로스타미 감독) 그랬다.
여기저기 현광펜으로 표기해 두고 이 영화 찾아볼 것이라 기록도 했건만, 여직 못 보았다.
찾으면 나오려나~
오랜만에 만난 어른동화 작가로 불리는 정채봉 선생님의 글이 무척 반가웠고, 미뤄두었던 일을 찾아낸 것이 좋았다. 오늘내일은 선생님의 동화를 다시 둘러보는 시간으로 가져보려 한다.
어른 동화를 한참 즐겨 읽었던 때, 그리고 오늘도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른이 되어 어른다운 일들을 처리하면서, 동심을 가진 것이 드러나면, 쉬워 보이거나 약점이 잡히는 듯한 조금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찾아와 "동심"있는 사람의 티를 숨기곤 했었다.
강한 사람이고 싶고, 쉬워 보이지 않고, 단단하고, 예의를 지켜야 하는 대상이고 싶어서, 나의 몰랑한 부분은
숨겨두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조금은 조심스레 대해 주기를 바라며 살아온 것 같다.
보았다. 경험했다. 주변에서 자신의 몰랑하고 순하고 여린 살점을 드러내었다가. 물리거나 베이거나 뚝때이는 것을~ 난 조심하고 싶었고, 그런 상처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 모두가 다 그러진 않았겠지만, 아주 잠깐 방심하다가 아픈 기억을 만드는 이들을 보며, 혼잣말로 그러니 다 보이지 말아야지 하며 속삭이곤 했다.
밀당이라 하면 좋을까? 자신이 그어 놓은 경계가 확실하고, 변수와 상황에 빠르게 대응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두렵지 않을 수 있겠다. 한데 나처럼 반응 속도가 느리거나 상황 종료쯤 화가 올라오는 사람은 미리 철저하게 방어하게 되는 것 같다.
다행히 호랑이처럼 강열한 카리스마를 가진 남편이 옆에 있어서였는지, 타인으로부터 그런 이유로 큰 상처를 받은 경험은 없지만, 하나, 둘을 내어주었더니 셋을 주고 넷을 줄 수 있지 않냐는 식의 태도를 보여 나를 많이 당황스럽게 하는 이는 몇몇 있었다.
동심 =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정감 가고, 위로되는 훈훈한 감정은 많이 만나서 먹고 채워 나의 마음속에 가득 채우고 싶다.
어른동화 필요성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나도 도전하고 싶은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