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그런데요 ~
궁시렁궁시렁 길을 걷다가 아침 내내 들고 다니던 머리의 묵직함이 어깨와 등을 통해 진하게 느껴졌다.
걸음을 딱' 멈추고, 긴장하고 있을 경추 7번을 살며시 들어 올리듯 움직임을 주고 6번~1번까지 천천히 연결해 이 묵직한 머리통 전체를 뒤로 톡' 넘겨겼다.
아주 천천히 숨을 마시며 눈을 번쩍 뜨고 눈동자만 크게 굴려가며 하늘을 대놓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와아~ 애메랄드 빛 하늘이 시원스럽다."
"보드랍고 하얀 구름이 뽀송뽀송, 덕지덕지, 가볍지 않게 빈틈이 너무 많지 않게 모여 흘러간다."
"넘 맘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건강한 지구에 살고 있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혼잣말하고, 턱에 힘을 실어 아주 천천히 무게를 느껴가며 머리를 제자리로 끌어올려 연약한 경추 1번에 아스라이 꽂힌 상태를 지켜내며 목과 어깨 그리고 머리를 잠시 이완시켜 주었다.
감사하게 되지 하늘이 저러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겠어.
그러고 보면 난 아주 많은 것에서 감사함이 마음속에 머릿속에 가득가득 차는 경험을 하며 살았다.
마음속에 감사는 늘 기쁘고 흐뭇했고 따뜻하기까지 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되었다.
머릿속까지 그러면 곤란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는 걸.
머릿속에 자주 꽃을 담게 되면 호구가 되어 돌아서면 씁쓸함과 섭섭함도 맛보고, 깔끔하게 일처리가 되는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가슴에서 가꾸는 감사의 꽃밭과 머릿속에 가꾸는 꽃밭은 서로 다른 방향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 엄마의 18번 속삭임. 자신을 위로하며 혼잣말, 다른 사람을 위로하며 하는 말, 나에게 밥먹듯이 했던 말.
논리적이고 똑 부러지고, 명확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냉정함을 가진 나였다 생각했는데~
하~ 나이가 더해질수록 '임여사'를 닮아가고 있었나 보다.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예전 단단하고 정확했던 내가 종종 그립다.
중년이 시작된 지금의 나, 머릿속까지 꽃이 피는 기분이 든다.
누구 좋으라고... 씩씩거릴 때도 있었다.
살아보니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이 평안하기도 하고 두루두루 잔잔하게 보이지 않으나 좋은 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엄마의 삶을 보아도 이미 엄마에게 물들어 꽃이 피고 있는 머리를 가져버린 나를 보아도, 손해 보는 일이 자주 보이는 건 사실이다.
물론 큰 사건으로 인한 손해는 아니지만 잔잔한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더 많이 내어주고 퍼주고 하나만 더 달라 요구받는 때를 모아 보면 25톤 트럭(가장 큰 트럭) 50대는 되지 않을까?
엄마 꺼 까지 보태어 담아내면, 뭐 말할 것도 없어~
심술이 가득 차 걷고 있다가 예뻐서 신비스럽기까지 하늘을 보니 다시 가슴에도 머릿속 생각에도 꽃이 피는 것 같아서 정신 차려보려 힘을 주었는데...
어쩌겠나, 감사하고 또 감동스럽고 좋은걸~
가수에게 누군가가 '직업이 가수라면서요'라며 '노래 한 곡해 보세요' 하는 말처럼 무례함이 어디 있을까.
딱 오늘 나의 상황이 그랬다.
무엇이 되었던 내 것을 나눌 때엔 빼앗기는 기분이 들게 하면 안 되지 않을까?
성향이 강한 T의 느낌으로 보였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하며 터벅터벅 걷다가 쓸데없는 생각을 살찌웠다.
아름다운 지구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감동하며 주변에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정성도 시간도 애씀도 아낌없이 많이 써주는 저에게 '복을 주세요' 네~ '복' 주세요.
요즘 저에게 꼭 필요합니다. 두 손 모아 합장. 손끝에 힘을 모아 하늘 향해 마음을 모아 한번 더.
"복 주세요. 저는 많이 받으면 많이 나누며 살 수 있으니 보시기에도 좋으실 거예요."
오늘 하루도 샨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