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충전 맛집
현실적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요즘 나의 조건은 더더욱 그러했다.
특별히 물려받은 마음의 꽃밭이 튼실하여 정신만은 귀족이라 외치며, 정서적 귀족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하찮고 작은 공간에서 조차 귀하고 소중한 곳으로 만들어내고 좋은 향이 채워진 듯 내가 있는 곳을 다양한 방법으로 빠르게 변화시킬 몇 가지 무기를 장착하고는 나이다.
하지만 그런 무기를 가진 나도 어찌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나오고 싶은 순간을 매번 싹싹 피해 가지는 못한다. 10번 중 2~3번은 고비를 만나게 된다.
그런 날이면 급히 충전소를 찾아야 하는데, 오늘은 그곳을 향해 나서지 못하고 마음만 보내어 본다.
에너지 충전 맛집을 향해
짙은 초록 잎이 아낌없이 만들어 내는 싱싱하고 달콤한
에너지를 마시며 생각 주머니를 세척해 본다.
촉촉한 숲길을 걸으면 발바닥 아치가 무너져 있어도
골고루 마사지받는 듯 편안하게 숲의 피부와
교감하며 걸음마다 두근두근 심장에 기름칠한다.
뜨거운 햇살로 단단한 근육을 채우고,
유연한 척추를 만든 숲의 주인인 그들이
정성껏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온몸을 씻어낼 수 있는 상차림을 내어준다.
배불리 먹은 몸이 살금살금 땀방울 흘려보낼 때쯤.
눈길은 바닥을 향하고, 숲이 내주는 간식이 보인다.
허리를 굽혀 알밤 한 알, 한 알을 주워 올리고,
다섯 알, 열 알을 줍고 두툼해진 주머니를
쪼물거려 공간을 만들어낸다.
내려가는 길에 더 챙겨갈 설레는 마음으로 미소를
흘리며 고개 들어 하늘과 투명한 눈 키스를 한다.
몇백 년을 살아낸 그들의 만찬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일상 속 전투를 담담하게 받아낼 준비를 마쳤다.
강해진 나는 어떤 위치에서도 나의 역할을 안전하게
균형 있게 유지하며 한 알 한 알 주워 담은 알밤의
수만큼 행복한 알갱이들을 모아 추억 속에 저장해 두고,
‘박카스’와 ‘비타민’을 대신해 알뜰하게 쓰일 것이다.
고속 충전이 가능한 맛집을 향해 합장으로 감사를 전한다.
오늘 나는 충전 가능한 맛집으로 나를 데려갔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하고 시인의 마음으로 정신만은 그곳으로 안전하게 안내했으므로 별다른 사고 없이 내방 책상에 앉아 있다. 휴~
아파트 정원에서 가장 큰 나무아래 한참을 머물러 나이 든 나무의 깊은 호흡을 슬쩍슬쩍 나누어 마셔 보았다.
퀘렌시아, 크고 오래 살아낸 나무 앞에 서면 왠지 안전하고 평안한 보호를 받는 느낌이 든다.
나의 안식처 중 1순위 '숲'을 대신해 아파트 정원에서 오래 살아낸 나무에게서 긴급하게 토닥임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
(=> 뭐가 충분해, 왜? / 충분하였다 = 충돌은 아직 여운을 남기고 있으나 에고와 초자아 중 센 놈이 정리하겠지. ) 여기까지 타협하고 마음의 꽃밭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