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웃고 있다.

계산하지 않고 다정한 숲이 있어 행복하다.

by 유월 토끼

짧은 가을이 가버릴까 봐 바쁘게 서둘러 길을 나섰다.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요즘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전혀 여유롭지 못해 가을의 끝에서야 가을을 만나 진지한 인사를 나누고 다음 해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기 위해 집순이가 짐을 꾸렸다.


바스락 마른 낙엽이 소리 내어 나의 발걸음을 반겨주었고, 우렁차게 들리는 새들의 노랫소리도 나를 환영해 주는 떼창으로 들렸다.

나무들이 겨울 옷을 입으려 색을 바꾸고 에너지를 아껴 추위를 버티려 각자의 방식으로 몸을 만드는 모습에 숲은 생각보다 분주해 보였다.

깊숙이 숲의 품을 파고들수록 숨이 깊어지고 몸의 온도가 데워지고 걷고 있는 다리도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 다박다박 안전하게 땅과 친밀함을 만들어 가며 걷고 있었다.


혼자 온전하게 숲과 마주한 듯한 이 시간이 벅차게 행복하다.

하늘의 구름도 스마일, 숲이 나를 위해 차려준 맛있는 진수성찬들... 그중에서 최고는 머릿속까지 소독시켜 내는 신선한 공기, 마음을 채워준 달달한 공기 그리고 아주 잠깐 내가 온 것을 확인하고 사라지는 다람쥐(?).

1시간을 걷고서야 배낭에 준비해 온 커피와 쿠키를 바위에 앉아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행복이며 자유다'라며 혼잣말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다 조각상과 눈이 딱' 마주쳤다.

호랑이? 고양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고맙게도 먼저 나를 향해 미소 지어 주었다.

습관적으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짓고 일의 연장선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나를 보고 가끔 놀라곤 했다. 일을 하는 긴장감이 함께 나타나는 것, 의무적으로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순간을 발견할 때 그래서 빨리 지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솔직하게 담담하게 나의 감정과 표정이 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될 때만 있을 순 없겠지만 그것이 피곤으로 쌓이도록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씩 더 여유롭게 조율하고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더욱 진실하지 못한 미소가 자주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니 웃프다.


오늘의 가을 소풍은 진심 감사와 기쁨과 행복으로 미소 지었고, 나를 환대해 준 숲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한 가지라도 해야겠다 약속하며 내려왔다.

(다음번 만남에서는 쓰레기 한 봉지 챙겨 오는 것을 시작해 보려 함)

겨울이 오면 호랑이의 조각상이라 하기엔 너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날려주었던 저 친구를 다시 만나러 가보려 한다.


유월의 토끼가 진심으로 웃으며 걸었던 숲에 대한 인사를 이렇게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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