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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Aug 12. 2016

2월의 감기와 봄우울

겨울 끝자락의 월요일 새벽

피로한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휴일처럼 자정 이후까지 유투브에서 음악을 찾아 듣고 최근에 읽었던 책의 필사를 했다. 이따금 남기는 글은 창작물이라기 보다는 발췌와 메모에 가깝다.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에 대한 갈망을 갖지만 그 이전에 내가 취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크다.


오래전에 북마크 해둔 어떤 남자의 블로그를 다시 살폈다. 나는 일관된 취향으로 미감이 좋고 감각이 예민한 마른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쏟아내는 분위기나 글맛을 흡수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예민한 남자가 사랑에 온 힘을 쏟고 흔들리는 모습을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즐기고 있었다.


추운 것을 싫어하지만 겨울은 싫어하지 않는다. 최근에 목을 충분히 감쌀 수 있는 네이비색 숄카라 가디건을 구입했다. 남성용 가디건이라 품이 넉넉하고 팔이 많이 길었는데, 충분히 폭신한 가디건과 다운점퍼 따위를 입으면 누군가에게 안겨있는 기분이 든다. 깨질 듯이 추운 영하의 겨울을 보낸 뒤에는 살에 스미는 겨울 끝물의 축축하고 서늘한 추위가 온다. 기온은 분명히 오르는데 나도 모르게 스미는 한기에 몸서리를 친다. 이럴 때일수록 잘 여미고 단속해야 한다. 2월 감기와 봄우울은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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