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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Mar 30. 2017

#01. 물이 많은 사주라 했다

“이것은 오키나와 다이빙 가이드가 아니다”

물이 많은 사주라 했다.


20대 후반부터 몇 년에 한번 철학관을 찾아가 사주를 보곤 했다. 주기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직이나 연애 문제 등 마음이 시끄럽고 주변이 어수선할 때 이따금 찾아갔다. 사주를 봐주는 사람에 따라 설명하는 방식과 차용하는 비유가 달라지지만 태어난 생년월일시가 그대로니 기본적인 해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팔자(八字) 중 6개가 물이라 했다. 나를 둘러싼 6개가 물이고 나는 나무이니, 물에 둘러싸인 나무가 뿌리 내릴 곳 없이 떠다닌다 했다. 철학관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떠도는 시기였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비유에 감탄했지만, 이 표현을 세 번째쯤 들었을 때는 ‘아, 네.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게 되었다. 


명리학에 관심이 있어 몇 권인가 책을 찾아보았지만 어려운 내용에 막혀 독서는 책 중반을 넘기지 못했다. 책 서두에 있는 오행의 의미 중 물이 상징하는 바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 있었다. 물은 검고 춥고 어둡고 깊고 속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외롭고 차갑고 깊은 무언가가 나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물에 대한 묘한 애착감으로 이따금 수영장을 가고, 바다를 선망하다 우연히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바닷 속을 편안하게 유영하는 영상이었고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다 사로잡혔다. 이것을 계기로 스킨다이빙, 프리다이빙을 알게 되고 물을 찾으면서 적잖은 지분을 내주고 생활의 방향도 재설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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