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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매맴매 찰싹찰싹

by 힙스터보살


내가 중학생이었던 시절, 우리 동네에는 이상한 일이 생겼다. 척 보기에도 어린이나 청소년은 들어갈 수 없는 비주얼의 오락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오락실의 등장은 비단 우리동네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 전국적으로 성인오락실이 생겨 그 폐해는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아 그 성인오락실이 무엇이였냐고? 그 유명한 '바다 이야기'이다.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원인이 있었음을 중학생 때 일찍이 깨우치게 해 준 일이 있었다. 그 계기는 바다이야기. 찾아보니 바다이야기는 약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그것은 주무부처의 어떤 실수로부터 시작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콜라보레이션에 있었던 것같다. 본래 비디오에 대해서만 심의를 담당하던 영등위가 2000년대 초반 게임 심의를 겸하는 일이 발생한다.


비디오와 게임은 좀 다른 분야인데 굳이 영등이에게 맡겼던 이유가 뭔가 싶은데 여하튼, 그들이 게임심사를 맡으면서 '경품 지급'이 허용되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게임이 심의를 통과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게다가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대한민국은 사행성 게임에 대한 처벌 특례법이 있기는 했지만 오락실 게임에 대한 세부규정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 틈을 비집고 사행성 오락시장이 고개를 내밀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이 있음에 저것이 있다. 모든 현상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 발생한다. 이게 연기설(緣起說, Pratītyasamutpāda)이지 않고 무엇이겠는가. 해서 지금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 그 이면에는 어떤 원이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건을 접근하게 된다. 뭐... 원인을 알면 알 수록 화나는 일도 가끔 있기도 하고.


딱 저런 비쥬얼의 가게가 동네에 갑자기 많이 생겼다. 다들 돈냄새를 기가막히게 맡는다니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중에 하나는 인터넷 댓글이 있다. 물론 사람들의 의견은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어떤 특정한 기사를 보면은 이상하리만큼 편향된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그런 댓글을 볼 때마다 상당히 불편하다. 어찌할 수 있겠어? 나라는 사람의 마음 작용이 이러한 것을....


그 중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는 박정희와 이승만을 과도하게 찬양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꼭 박정희와 이승만을 비판하면은 그 사람들도 좋은 면이 있다면서 옹호하기에 바쁘다. 물론 나도 박정희와 이승만 시대 때 이루었던 업적들 중에서 인정할 만한 것이 있다는 것을 매우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의 태도는 중립적이지가 못하다. 약간 뭐랄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 비판하면은 들고 일어나는 팬심(Fan心)같은 느낌이랄까?


5.18 관련 댓글만 해도 그렇다. 매년 5.18 민주화운 항쟁 기념은 이루어지고 있다. 근데 아직도 댓글을 보면 5.18이 선동분자들에 의한 빨갱이 짓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적에도, 그녀의 소설이 5.18을 다뤘다는 이유로 작가 자질을 의심한 자들이 있다. 어쩜 그런 내용으로 상을 받을 수 있냐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대단히 큰 프레임을 씌운 채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봐줄 순 없나? 뭐 휴전국가라서 아직도 비상 감시 체제가 필요하다는 그런 심리적 기저가 있어서 고렇게 볼 수 있다는 점은 이해는 한다. 하지만 너무 편향됐다는 생각 역시 든다.


어찌 되었든 이번에 알게 된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리박스쿨이다. 이름 하나도 기가 막히게 세웠다. 리승만의 리 박정희의 박, 합쳐서 리!박!스 쿨! 여기를 누가 만들었는고 하니? 극우선동가로 아주 유명하신 전광훈 목사님의 아내분이신 손효숙 씨께서 만들었다고 한다. 야 이거야말로 부창부수(夫唱婦隨)로구나? 서로 잘 만났네.


아직은 수사중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검증이 된 내용 위주로 리박스쿨에 무슨 논란이 있는지 AI를 통해 내용을 뽑아봤다. 자 보자.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 손가락 군대.... 군대? 그래서 전광훈이가 계엄 찬성한 거야?ㅋㅋㅋ)을 운영하여 특정 대선후보는 비방하고 다른 후보는 칭찬하는 여론조작 시도. 댓글공작 참여자들에게 '창의체험활동 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하여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취직되도록 연결.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교육을 진행하며 국민의힘 총선승리를 위한 내용 포함. 이러한 점들이 논란이 되자 손효숙 씨가 교육정책자문위원회에서 해촉이 되었다고 한다. (이미 취임이 되어있었다는 게 더 놀랍네 ㅋㅋㅋㅋ)

이들이 행동하는 바는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팬심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제대로 된 토론을 하고자 한다면은 이들이 만들었던 공과 과를 균형 있게 바라보고 우리가 어떤 함의에 도달해야 되는지 이야기 해야 될 텐데. 이들이 그런 토론을 할 수 있을지 나는 굉장한 의심이 든다. 어쩌면 이들이야 말로 국민의 분열하고 그 사이에서 표를 가져가는 선동가와 다르지 않은 포지션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나만 그렇게 보이나?


안녕? 오빠 왔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선전 선동에는 능숙한 요리사처럼 테크닉이 필요하다. 100% 날것의 거짓말보다 진실 99%에 1%만의 거짓을 섞은 칵테일이 더 맛있는 법이다. 오히려 저런 레시피를 기깔나게 뽑아야 여론을 몰 수 있는 것이지. 라이트하면 마케팅에서 가리키는 소구(appeal, 어필)가 되는 거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선전선동이 되는 거고. (역시나 괴벨스... 많은 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말았어 하....)


내가 보기에 거짓말은 비싼 서비스(?)이다. 거짓을 방어하려면 거 큰 거짓으로 덮어야 유지가 가능하다. 그 모든 과정은 사회적 비용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극한의 효율충스러운 공리주의자들에게 거짓말은 좋은 취급을 받기가 쉽지 않다. 신뢰사회가 민드는 저비용 사회구조에 있어서 거짓의 존재는 결이 안맞는 부분이 너무 많은 까닭일 것이다.


하여 공리주의를 애정하는 나는 거짓말을 썩 좋게 보지 않는다. (껄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말도 쓰임이 있을 때가 있다. 진실을 말하는 게 너무 큰 비용이 들 때 가볍게 거짓으로 설명하는 경우 경우도 있게 마련이니까. (나뭇잎이 팔랑거리면서 떨어지는 걸 중력과 공기저항으로 설명하느니 바람의 요정이 밀어줘서 그렇다고 설명하고 싶다... 태양계 행성의 공전을 어떻게 설명하지.... 하하하하....)


그런 거짓말을 요딴 데 쓰다니. 당신네들 입장에서는 당신네들만의 정의를 세우기 위한 숭고한 희생을 치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들의 행위가 뉴스를 탔을 때, 대중이 당신들의 생각에 동조하리라 보는가? 물론 동조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겠지. 하지만 대충 둘러봐도 그렇지는 않은 것같다. 생각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중도적이거든. 그러니 너희들은 맴매 좀 맞자. 씨게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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