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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200% 이용하기

by 힙스터보살


MBTI의 16가지 유형을 읽으면 어느 유형이든 다 내 이야기인 것같다. 그런 나는 MBTI를 검사를 하면 ESTJ가 나오는 사람이다. ESTJ는 어떤 사람인 고하니 찾아보니까 이렇다고 하더라 :

- 강력한 리더쉽과 추진력을 가진 타고난 조직가
- 이상보다는 현실에 집중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중요시 여김
-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함
- 직설적이고 단호하며 질서와 체계를 중요시

일전에도 논한 바 있다시피 질의응답을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에는 왜곡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순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게 더 적합한 답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달리 말하면, 질의에 의존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그만큼 메타인지가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와 AI를 통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기'라는 숙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것같다.


뭐라고? 이게 무아라고? 그게 참나라고? 참 나.... 이게 뭔 말인지?


나는 요즘 1일 1편 이상 글쓰기를 하곤 한다. 글을 쓰면서 AI한테 적합한 단어를 추천해 달라고 하거나, 완성된 글을 학습시킨 뒤 왜곡이나 비약이 있는지 검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달리 보면, 내 글은 나 자신이 녹아져있는 일종의 데이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AI가 내 글을 학습한 다음 내놓는 MBTI 결과는 적합도가 높지 않을까? Gemini에게 내 글을 학습시키고 MBTI가 뭐겠냐고 물어보니,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주로 INTJ, INTP가 나온다. 다른 몇몇도 나오긴 하는데 압도적으로 INTJ가 나오더라.


재미있다. ESTJ와 INTJ의 간극만큼 재미있다. 두 성향의 차이가 극명한데도 한 사람의 결과로 버젓이 나오고 있는 게 내 상황이다. 그래서 생각 해 봤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그러고서는 마음 속에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페르소나(Persona)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나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중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로서의 나, 아내로서의 나, 시민으로서의 나, 친구로서의 나, 불자로서의 나는 비슷하기는 하지만 뭔가 조금씩 다른 면이 있다. 조금씩 달라야지 생활을 할 수 있지, 각각의 페르소나가 너무 달라져버리면 삶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 정도가 심하면 해리성 인격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가 되어버리는 것이고. 여하튼 그 여러 가지 페르소나 중에서도 나를 대표하는 것이 있어서 그걸 성격이라고 하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그 성격이라는 게 꼭 정해져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며 살다가기에 성격이 정해져있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안될 것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사람이 살면서 어느 정도 변하기도 한다. 만일 사람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교육이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일전에 세종대왕께서 한글의 반포를 반대한 정창손에게 극대노하여 파직을 명한 일화가 생각난다. 사람의 천품은 교육으로 고칠 수 없다는 정창손의 주장에 세종께서 팩트로 내리꼿는 모습에 난 좀 희열을 느꼈다 :


"감히 어디서 과인의 백성들을 능멸하느냐. 백성들의 천품이 교화될 수 없다면 네 놈은 정치를 왜 하느냐?"


"철인국가 조선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 이여. 나는 나의 훌륭한 백성들을 굽어살피는 깨우친 임금, 세종이오."


무슨 유형을 보든 내 얘긴 것같은 MBTI 유형은 말한다, 나라는 실체는 고정된 것이 없다고. 하지만 내 글을 AI에게 분석시킨 후 자주 나오는 INTJ는 말한다, 그게 지금 니 모습이라고. 그리고 내가 MBTI를 검사함으로써 알게 되었다, 나는 ESTJ와 같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이 셋을 나란히 놓고 보면 모순적이지만 이들은 내 안에 그럭저럭 잘 융화되어 있다. 이게 칼 융이 말한 자기통합(Integration of the Self)인가?


그래서 불가에서는 무아(無我, Anatta)를 이야기하는 것같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한자로 개념을 표기하면 필요 이상으로 생략되거나 왜곡되는 게 있어서 '무아'라는 표현을 쓸 때마다 마음이 미묘하게 불편하다. 무아라는 말보다는 '나라고 할 바가 없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같다. 그런데 불가에서는 참나(眞我, 진아)가 있다는 말도 한다. 내가 어떠한 상태인지 알아차림(a.k.a. 메타인지)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불가에서는 원력(願力)을 얘기한다. 수행자가 수행의 방향을 세우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한 삶을 살아낸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내며 나 자신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만드는 것같다. 그게 INTJ맛일지 ESTJ맛일지는 모르겠다. 어떠면 EISNTFJP형이 될지도 모르지. (EISNTFJP형이 니맛도 내맛도 아닌 삶이 될지, 그 어느 것보다 독특한 삶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ESTJ와 INTJ만 보면 둘 다 목적지향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ESTJ는 사교적이고 행동력이 넘치는 데 반면에 INTJ는 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바, 둘이 꽤 이질적인 성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피곤하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한데 쨌든. 두 성향의 강점을 결합시키면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글쓰기를 통한 MBTI 분석이라고 하니까 떠올랐다. 지금 독자님이 좋아하는 사람을 꼬셔낼 아이디어를 하나 드리겠다 : 좋아하는 분이 시나 소설, 기타 글을 남긴 게 있다면, 그 사람의 공개글을 긁어와. AI에게 학습시켜, 그리고 MBTI를 뽑아 내. 그리고 해당 MBTI가 좋아할만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AI의 가르침에 따라 학습 해. 그리고 다가가서 꼬셔버려! (캬~~ 전략적이다!)


내가 평소에는 참 무덤덤하게 사는 사람인데 이럴 땐 또 다른 사람같단 말이지. 사람이란 이렇게 재미있는 존재인 듯 싶고,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탐구의 소재인 것같다. 덕분에 글도 끊임없이 나오는 것같고. 브런치도 오래 연재할 것같고. 평생 글 쓸 것같고. 글 써서 돈도 벌고 싶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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