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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오계(五戒) 고찰 :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by 힙스터보살


요새 중국이 참 욕을 많이 먹는다. 중국이기 때문에 욕한다기 보다는 욕하고 나니까 중국인 경우가 많던데. 하도 그 케이스가 많으니까 걍 '중국'이면 욕먹는 게 당연스럽게 보일 지경에 이르렀나보다.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의 중국은 성장세가 크고 잠재력이 큰 나라 이미지였는데. 그래서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중국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푸른 꿈을 안고 도전장을 내밀곤 했다. 그 이후에 중국 정부에 눈탱이 맞고 철수했다는 기업들 소식을 적잖이 들은 것같다. 국가이미지 마저도 보름달과 같이 차면 기우는가보다.


그렇게 20년이 흐른 지금의 중국의 이미지는? 뭐 '도동놈' 그 잡채지 뭐. 뻑하면 '그거 우리껀데요?'라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숨쉬듯 자연스럽다. 본인들은 이런 평가가 불쾌할런지 모르겠지만, 어찌하겠어 그게 지금 보여지고 있는 모습인 것을. 김치도 중국꺼, 한복도 중국꺼 다 내꺼내꺼 이러는데. 무슨 애도 아니고.... (애 키우시는 엄빠 분들은 다 아시죠? 울 애기들이 뭐만 하면 다 내꺼내꺼 이러는 거 많이 겪으셨지 않습니까? ^^... 오늘도 겪게 되는 부모님의 인내심 테스트!)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네들이 주장하는 '내꺼내꺼'의 태도 뒤에는 어떠한 두려움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진나라 때 분서갱유도 그렇고 마오쩌둥 시기에 문화대혁명도 그렇고,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딱 정해지면 나머지는 다 쓸어버리듯이 없애는 게 그네들이 보여줬던 역사적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내꺼내꺼' 뒤에는, 내꺼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병존하는 것같다. 반려자를 잃어버릴까 두려워 의처증이 생긴 남편(or 아내)라든가, 내가 공부를 못해서 사회적 지위를 얻지 못함을 두려워한 나머지 내 자식의 학업에 집착하는 부모와 같이 말이다.


야 이 도동놈의 시끼야~!


나는 인간의 '소유권'이라는 게 참으로 흥미롭다. 이 세상만물 그 어느 것하나 생겨나면서 누군가의 소유로서 생겨난 것이 없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도 당연하게 소유권 개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아 법제도에 수용되었다. 해서 나는 '소유권'이라는 개념을 생각할 때면, '소유권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둘의 양립이 얼핏보면 모순적여 보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보여지는 소유권은 일단 이러하다. 가끔 보다보면 모순이 오히려 이 세계를 온전히 보여주는 것같기도 한데, 여튼.


소유권 의식이 발전 해온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빼앗김'에 대한 인간의 민감도가 낮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지금보다 물자가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굳이 따지자면 문명사회 이전에는 내가 가진 어떤 자원을 빼앗기는 것은 곧 생존을 보존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 생존을 위해 태어난 존재가 생존하지 못함을 수용한 채로 어찌 살 수 있으리. 때문에 어느 나라고 초기 법률에 보면 절도에 대한 형벌을 반드시 적어두었다. 고조선의 8조법도 그렇고, 함무라비 법전도 그렇다. 이렇게라도 각자의 소유를 인정해야 사회가 유지되었을 터이다. 동시에 개인 역시 내 것을 쌓는다는 동기부여로 인해 자강(自强)을 추구하며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러다 아예 반대로 생각 해 보았다 : 소유를 지켜주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힘이 센 자들은 빼앗는 걸 당연히 여길 것이다. 반면에 힘이 약한 자들은 언제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 이런 사회 역시 내가 빼앗는 위치에 다다르기 위해 자강(自强)을 추구할 동기가 생기리라 본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가 어디있겠는가? 내가 빼앗는 자로서 정점에 위치하려 노력하는 그 모든 순간에, 나 이외의 그 어떤자도 그 위치에 오르고자 노력할 것이고. 내가 어떤 정점에 위치한 그 순간에, 나 이외의 그 어떤 도전자가 그 자릴 노릴지도 모를 일이다. 실상, 이게 동물의 왕국에서 볼 수 있는 권력자의 모습 아니던가? 인간 사회에서도 자주 발견되기도 하는?


경쟁이라는 것은 본디 좋다/나쁘다 할 것이 없다. 하지만 시장경제주의를 최고로 신봉하는 자들 사이에서 '경쟁'의 가치를 신성시하는 것은 경계가 된다. (여기서 잠시 주지시켜드리지만, 나는 자유기업원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입상도 했던 사람이다. 이만하면 자유시장경제주의에 발을 꽤 담갔다고 볼 수 있지 싶은데.) 하지만 그 경쟁이 너무 격화되면 경쟁상황을 타개하려는 자강(自强)의 plus보다, 내가 뒤로 밀렸을 때 내가 가진 걸 빼앗길 두려움의 minus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용이 깨진 경쟁은 온 사회가 그 비용을 물어야 하기에, 공리주의를 애정하는 나는 그 불균형을 눈 뜨고 보기가 힘들다. 때문에 내가 아무리 시장경제주의를 지지하더라도 분배에 마음이 기우는 순간이 있다.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을 손대지 않음은 물론, 손대서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아름답지' 않은가?


다시금 '홈치지 말라'로 돌아와서. 사회의 뭍 구성원들이 훔치지 말라는 규율을 당연히 지키면 그 사회는 꽤 괜찮아질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서양 유튜버들이 한국의 지하철에 일부러 물건을 두고 내린 후 그 누구도 물건을 훔쳐가지 않아 무사히 제 품에 돌아오는 실험영상을 보신 적이 있는가? 남의 물건을 애굳이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는 그런 식으로 안정되고 또한 아름다운 법이다. 유럽 여행가서 테이블에 올려둔 내 폰을 쓱 가져가는 도동놈들을 겪고 한국이 달리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공동선(共同善)은 아름답다고 한가보다. 그게 윤리와 미의식의 합일(合一)인 것같기도 하고?!)


훔치지 말라는 규율은, 작게는 개인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을 보장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 사회의 안정을 이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정자는 국민들이 애굳이 타인의 물건을 훔치지 않아도 되게끔 사회 전반의 부가 충분히 생산되고 또한 적절히 분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체의 파이가 적어져서 생존게임이 시작되어도 규율이 깨질 것이요, 분배가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아 훔쳐와야지만 한대도 규율이 깨질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한테도 한 마디 하고 싶어진다. 그대들이 추구하는 굴기(堀起)가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생각하길 바란다. 누구든 타인의 것을 빼앗을 수 있다는 관념으로부터 생겨난 굴기(堀起)라면, 그대들이 세계의 패자가 되었을 때 누군의 것을 빼앗으려 들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미 좀 그러는 것같아 보이고?) 세계는 그러한 세력이 성장하게끔 곱게 두고보지 않을 것이다. 요즘 트럼프가 하는 짓이 뭔가 에바쌈빠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나는 본다.


한국의 위정자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어진다. 세상이 약육강식이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함부로 옹호해서도 안된다. 당신들이 추구하는 게, 약육강식이 이 사회에 자리잡아 다수의 대중이 두려움을 느끼고 약자가 희생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인가? 얼핏 봐도 아닌 것같지? 당신들이 해야하는 일은 약육강식 그 너머를 보고, 그것을 비전화하여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감투 쓰고 권력을 휘두르며 개인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 씨, 이 말을 얼른 이해하고 곱게 감옥에 좀 갑시다. 9수 해서 사법시험 붙을 머리라 그렇다면 내가 아홉 번은 말씀드려 보리다)


마지막으로 어느 중국인 분이 깨달은 바를 남겨본다. 이와 같은 중국인 분들이 많아져서 국가 단위로 보여주는 중국의 이미지가 다시 좋아지기를.




** 오계(五戒) 시리즈

1. 취하지 말라 : https://brunch.co.kr/@hibosalnim/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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