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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겹고 다이내믹한 코리아

by 힙스터보살


언젠가 한국인들은 다른 민족에 비해 유전적으로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는 연구를 접한 적이 있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안나니 양해해 주시길...!) 연구에 따르면, 행복을 유발하는 자극을 100만큼 받았을 때 남미 사람들은 100만큼 행복해한다고 하면 한국인들은 50~60 정도로 낮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뇌의 부위가 덜 활성화가 되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한국인들이 다른 사람들 수준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려거든 더 강한 행복유발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나는 이런 한국인의 특성이 한반도의 지리와 기후, 역사적 맥락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국토부터 살펴보자. 한국은 국토의 약 70%가 산지이다. 그 산지에는 귀신설화 따위는 다 씹어드시는 호랑이 선생님이 살고 계셨다. 호선생님 뿐만 아니라 각종 들짐승이 민가로 어택땅을 찍을지도 모르는 환경이었다. 희희낙락 경계를 소홀히하면 그 마을의 누군가는 내일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던 셈.


기후도 그렇다. 사계절이 있다는 게 좋아보이는 듯 싶지만, 달리보자면 꽤나 빡센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좀 적응한다 싶으면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하고, 이제 좀 적응했다 싶으면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한다. 여름은 겁나게 습하고 덥고, 겨울은 겁나게 건조하고 춥다. 날씨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가는 자칫하면 쪄 죽거나 얼어죽거나 농사를 망쳐 굶어죽는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K2 전차가 혹한기에도 혹서기에도 변함없는 성능을 발휘하는 데에는 한반도의 극단적인 사계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군사전문가의 정설.


역사는 또 어떻고? 아래로는 왜구가 노략질을 하고, 위쪽으로는 오랑캐들이 쳐들어온다. 유럽에서는 병력을 국경 근처에 세우는 게 대단히 적대적인 행위라고 하던데,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병력을 국경에 세우지 그럼 어디에 세워?'라고 생각하지 않던가. 하도 쳐들어오는 녀석들이 많다보니 언제라도 맞대응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가동시키는 게 디폴트가 되어버렸나보다. 줏어듣기로 한국군은 적이 쳐들어왔을 시 쏴버릴 '1달치' 포를 늘 비축하고 있다는데, 그양이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정확한 양은 기억이 안나지만, 일반적으로는 전면전을 위해 준비하는 양이라고 한다. 그걸 '1달'동안 다 쏘겠다고 비축하는게 한국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아라. 우릴 건드린다면 너희가 설령 이기더라도 살아남기 힘들게 만들어주마)


이토록, 한국인은 함부로 행복에 취해있다간 존재가 지워질 수도 있는 환경에 꾸준히 노출되어왔다.


누우우가 한국이 고요한 동방의 나라래? 아주 그냥 익스트림하고 다이내믹 하구만!


그런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한국문화의 발전양상을 보면 뭔가 극단적이다. 식문화를 보면 안 먹는 게 없다. 세계 수산물 소비 1위 국가가 일본이라고 하는데, 이는 수산물의 범위를 '물고기류'에 한정해서 그러다고 하더라. 수산물의 범위를 해초, 두족류(문어, 오징어, 쭈꾸미... 이런 류), 갑각류로 넓히면 한국이 1위를 할 거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독초로 분류되는 식물도 어릴 때 따먹든 찌고 끊여서 독성을 없애든 어떻게든 무쳐먹는다. 외국은 콩고기를 만들어 '비건식 원더풀~' 이럴 때, 우리는 이미 두부를 국끊여먹고 부쳐먹고 무쳐먹고 으깨서 만두소로도 먹었다.


경제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전환된 케이스이다. 이것도 모르고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니까 '한국도 영국, 프랑스 얘네처럼 다른 나라 침략하고 식민지 굴리다 큰 거 아님?'하고 지멋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 NoNoNo 그러취 아놔~ 6.25 전쟁을 치르며 기간시설이 죄다 파괴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말이지. 미군한테 쪼꼬렛 얻어먹고 꿀꿀이죽 얻어먹었던 게 고작 70여년 전 일이다. 원조를 받을 수 있는 기회란 기회는 모두 끌어내고, 국민들 모두가 '잘 살아보세'에 목숨을 걸고, 비록 독재였다지만 경제발전을 주도한 정부가 있었고, 와중에 민주주의를 확립하여 자율시장경제의 장점을 쑥쑥 흡수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


노는문화도 빠질 수 없다. 예전부터 한민족은 흥이 많아서 춤추고 노래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함부로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운 그들에게 적당한 흥은 흥이 아니었을런지도 모른다. 더 강렬한 리듬, 더 극적인 플롯이 살아남기 적합하였으리라. 예전에는 한국음악이나 영화가 표절시비로 이슈가 된 적이 적잖이 있었는데. (지금도 표절이슈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요근래 한국문화는 세계에서 핫한 문화 중 하나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BTS, 오징어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등, 전세계가 대한민국 몰래카메라 찍고 있는 건가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


골든 1시간 음원 틀고 따라부르다 보까 혀가 꼬이더라 ㅎㅎ


또 모르는 일이지.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일테니 한국의 위상도 어느 순간 예전만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날이 오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역사의 상흔으로 본인들의 달을 허덕이며 채우는 제 3세계 입장에서는 한국의 성공 케이스를 부러워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같다.


그리고... 달이 차면 기운다는 건, 기운 다음에 다시 찰 수 있음도 의미한다. 언젠가 한국의 문화산업이 기운대도, 차올라봤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걸 동기로 삼든 경험으로 삼든지 해서 다시 차오를 발판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게 어쩌면 진정한 문화의 힘일런지 모른다. 강해서 뻗어나가는 것도 힘이고, 약할 때 그 약함을 타개할 수 있는 전환의 힘도 힘이다. 전환의 힘을 가리켜 저력(底力)이라고 부르는 것같고.


문화의 저력을 곱씹다보니, 김구 선생님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한국문화의 융성을 보면 김구 선생님을 생각나면서 '보셨습니까 선생님? 한국이 이만큼 왔습니다!!!'라면서 벅차오르는 마음이 샘솟았다. 그런데 이제는 '선생님, 이제는 우리도 잘 해 나갈 수 있지 싶어요. 비전을 제시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을 것만같다.


지금 당장 한국 노래가 빌보드 1위를 찍더라도 쉽게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이 일순간에 변하진 못할 것이다. 그래도 행복을 아예 못 느끼는 건 아니니까 성취의 순간은 즐길 수 있는 한 즐기길 바란다. (그정도 행복 정도는 적극적으로 추구해도 될법 하잖?) 그리고 우리는 그 유전적 특성을 바탕으로 또 흥에 겨울 것들을 우리 나름대로 찾고 놀면 되는 거지. 그러다가 때와 운이라는 인연을 만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같이 놀 수도 있는 거고. 또 그 때가 되면 우리 다같이 신나게 놀자! 노는 게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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