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에 대한 관점차이

by 힙스터보살


* 이번 글은 비약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읽다 영~ 아니다 싶으면 탈출하시면 됩니다.



한국인이라서 어쩔 수 없이 끌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유튜브에 국뽕영상이 뜨면 지나치지 않고 보곤 한다. 참 다양한 영상을 봤는데, 이리 생각해도 저리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 싶은 영상은 지하철에 주인을 잃어버린 듯한 종이봉투를 뿌리고 수거하는 영상이다. 회수율이 거의 100%에 가까웠던 걸로 기억한다. 서양인들은 이 결과를 보고 어메이징하다고 생각하는 것같더라. 내 꺼가 아닌 건 건드리지 않는게 게 참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되었든 한국의 도덕관념이 높다는 평가가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서양인들은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게 남의 것을 자기 것마냥 가져가는지, 나는 그것이 그렇게도 신기했다. 도덕관념의 우열은 그렇다치고 뭣이 그리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도동놈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졌다. 어쩌면 동서양의 관념차이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갑자기 김경일 교수님이 TV에 나와서 했던 강연에서 소개한 'Dax실험'이 떠올랐다.


Dax실험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도 좋은데, 체험으로 아는 게 더 좋을 듯하다. 이 글을 읽고계신 독자께서는 아래 이미지를 보시고 'Dax'라고 써 있는 물체가 A랑 B 중에 어느 거랑 가까운지 판별 해 보셨으면 좋겠다. (판별한 결과를 댓글로 쓰고 그 이유를 써 주시면 재미있는 토론도 가능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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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서양인들은 A를 Dax와 가깝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동양인들은 B를 Dax와 가깝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A와 Dax를 연관짓는 데에는 둘의 겉모양을 중요시 여기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B와 Dax를 연관짓는 데에는 재질을 중요시 여기는 사고방식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한다. (참고로 이 실험은 <생각의 지도>에 수록되어있기도 하고, 김경일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저 실험을 맨 처음 접했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7-8년은 더 됐던 것같다. 그 때 당시에는 B를 선택했다. 그 때 당시 내 마음은 '당연히 Dax는 B랑 같지! 근본이 같잖아 근본이~!'였다. 그런데 최근 1-2년 전에 어쩌다 저 영상을 다시 접했고, (7-8년 전에 뭘 선택했는지는 잊어버린 채로) A를 선택했다. 'Dax랑 B는 용도가 다르지 않나? A에 차라리 가까운 거 같은데?'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 사이에 나의 심정적 변화에 어떤 요인이 작용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보니까 남편도 A를 고르더만.... 남편 탓인가?ㅋㅋㅋㅋ


문득 저 사고방식이 동서양 사람들의 행동차이를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이 중요한 동양인 입장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근본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소속되어 있던 것이 아니던가. 그 관념이 강하게 작용한다면 함부로 그 물건을 가져올 수가 없다. 그 관념이 약한 서양인이라면 '소속이 불분명한 물건은 내가 가져가도 상관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할 여지가 좀 더 생기지 않을까? (아쉽게도 일본, 중국은 지하철 양심실험을 찾지 못함... ^^;)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자면 지하철 양심실험의 결과를 두고 '동양인의 도덕관념은 높고 서양인은 낮더라'라는 해석이 좀 난감해질 수 있다. 나아가 동양인들의 높은 도덕관념에 대한 우월성도 희석될 여지가 생긴다. 동양인이 좀 더 잘난 게 아니라 그들의 사고방식에 의해 자연히 도출될 수 있는 결과였을 뿐인 것. 이런 관점은 어찌보면 세상을 공(空)하게 바라보는 불교식 관점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아, 참고로 저 실험은 질문지가 하나 더 있다. 닭이랑 소랑 풀이 있을 때. 소는 닭이랑 묶이는 게 마음이 편하신지? 아님 풀이랑 묶이는 게 마음이 편하신지? (이것도 댓글로 의견을 나누면 재미있을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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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방식의 해석이 지하철 양심실험 결과를 명확하게 분석한다고 보긴 어렵다. 엄정한 검증도 없는, 그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원인이 같다고 볼 수도 없고,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원인이 다른 것도 아닌 게 세상일이지 않던가. 그러니 함부로 이런 주장을 어디다 떠벌이고 다니는 건 곤란하지 싶긴 하다.


다만 어떤 사회가 보여주는 좋은 모습을 우열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을 좀 내려놓고는 싶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를 생각하면 좋고 나쁨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그 인과를 찾아가다보면, 동일한 원인으로 반복실험을 통해 어떤 규칙을 발견할 여지도 생긴다. 과학의 발전이 이러하지 않았던가. 현상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탐구하고, 실험으로 증명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불교가 종교치고는 굉장히 과학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오죽이나 했으면 붓다TV에 김상옥 교수님이 나와서 강의를 했냐마는 ㅎㅎㅎ)


오늘의 글은 작고 귀여운 불자가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인과관계적으로 바라보다가 내뱉은 주절이로 봐주십사 한다. 내 나름대로는 세상을 인과적으로 바라보고 싶고, 또한 생활에서 이런 사고훈련을 계속 하고 싶다. 어찌보면 이 글도 훈련일지로 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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