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들이 왜 투표권을 갖고 있지 못하는 걸까? 왜 어린아이는 투표를 해서는 안 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한 답이 나온다. 미성년자들은 세상에 경험이 너무 없어가지고(= 보유한 데이터의 절대량 부족) 판단을 내릴 힘이 부족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어떤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가지고 본인을 기준으로 을 하기 보다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미성년자는 한 개인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에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미성년자가 위에서 언급한 단점이 있는 건 아니다. 걔중에는 뛰어난 인지능력, 다독을 통한 데이터 확보로 법적 성인에 못지 않은 판단력을 갖춘 자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정성적으로 이들을 가려내어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약간 의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개개인에 대한 판별을 하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이를 구축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적당히 '나이'를 기준으로 판별을 하는게 절대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타협가능한 선에서 기준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지 싶다. (약간 공리주의적 냄새가 난다?)
만일 이 사회가 어른 수준의 고기능 인지능력을 갖추고 다독이나 개인경험을 통해 세상을 판단할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판별할 수 있는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운용하는 비용이 굉장히 낮다면, 어쩌면 청소년들도 충분히 참정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뉴럴링크를 통해 청소년 개인의 데이터를 받아서 AI로 분석하면 되겠구나 하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온다. (어 근데 이건 좀 빅브라더 스러운 냄새가 나는데?)
자 그렇다면 이번엔 반대로 나이가 굉장히 많은 사람에 대한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은 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고집이 세다. 본인이 살면서 쌓은 방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답을 어느 정도 내리며 살고 있다. 때문에 사고의 유연성이 지나치리만큼 떨어지는 자들이 꽤 흔하게 있다. 게다가 노쇠한 신체 때문에 (그 신체에는 두뇌까지 포함된다) 좋든 싫든 인지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라며 노인공격을 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젊은이들의 태도가 극단적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지적하는 함의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한다.
물론 겉보기가 노인이라고 해서 다 노친네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2025 대통령 후보 대선토론을 보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유연성이나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나이든 사람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자가 있었다. 겉껍데기가 나이를 판단하는 기준의 전부가 될 수 없음을 그 자가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으로 겉모습은 늙은이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생각이 유연하고 혁신적라면 그 사람을 우리는 노인취급을 하는 것이 마땅할런지.
어찌되었든 경직된 사고 떨어지는 인지능력을 가진 노년층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한가? 나는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이 사회의 주요한 성장동력이 되는 계층은 주된 경제활동을 하는 청장년층이라고 볼 수 있는데, 노년층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반사적으로 청장년층의 이익을 좀 더 확대반영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낼 수 있다. 비록 한국의 출산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청장년층이야말로 자신의 후손을 만들어 키우는 세대이고 자신이 머지 않은 시기에 노년이 될 것임을 알고 있기에 자연히 미래 후손을 고려하고 그와 함께 자신의 미래 역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기가 있는 계층이라고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겉보기로는 노인이나 젊은이와 같은 노인을 걸러내어 투표를 독려하면 그건 역시나 쉽지 않다. 합의된 시스템이 없다면 논란은 당연히 클테고, 당장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비용도 많이 들거니와 추가적인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러니 간단하게 이렇게 하면 어떨런지. 대한민국 평균수명 대비 미성년자의 나이가 차지하는 비율과 동일한 비율로 노년층에 적용하여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2023년 통계 기준으로 대한민국 평균수명은 83.5세, 대한민국 미성년자는 민법상 만 19세이다. 그러면 나이만 따졌을 때 나이 스펙트럼의 0~22.72 구간이 참정권을 갖지 못하는 미성년자들이다. 그럼 동일하게 반대단 이를 적용했을 시 60.88~83.6세의 노인은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의학의 발달로 인해 노년층의 인지발달 저하 속도가 늦고 성숙한 시민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성숙한 어른 역시 늘어났다는 주장을 할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치면 청소년들 역시 교육법의 발달과 성숙한 학습문화를 바탕으로 어른 못잖은 훌륭한 자들이 많다는 주장 역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안 그래도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청소년 참정권 확대도 나름의 논리가 다 있다.
이런 나의 주장을 나이가 지극하신 분들을 보면 좀 섭섭하실지도 모른다. 미리 사과드리고 싶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한민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윗세대가 희생한 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 마음으로는 참정권이고 뭐고 많은 것을 퍼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 팍팍한 인생을 살아내고 자신이 닳아 없어지기 직전 상태로 살아가시는 어른들도 적지 않으리라 예측된다. (우리 부모님만 봐도...)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대의(大義)는 균형이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대의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부합한다는 개인적인 판단이 어느 정도 서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그들에게 참정권을 제한할지언정, 사회문화적으로는 법이 미처 보듬지 못한 노년분들을 다함께 품어나갔으면 한다. 법적으로 그들의 참정권은 제한하지만 사회문화적으로 노년층을 수용하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령 노년층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성숙한 청장년층 문화를 만든다든가 하는 것이다. (쓰다보니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ㅎㅎ)
내가 이 사회의 전체 구성원들이 다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방편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 나이가 지극히 많으신 분들의 넓은 아량을 조심히 구해본다. 만일 내 의견을 이 사회가 수용하고자 한다면, 실증적으로 미성년자의 연령 비율만큼의 노년증 분들이 참정권을 갖출 수 있을만한 상태인지 실증적인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뭐 이 모든 논의와 검증의 과정이 지나친 사회비용을 초래한다고 생각한다면 애당초 논의의 시작조차 못하겠지만. 사회적 반응이 그러할 수 있음은 공리주의 지지자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