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사회

by 힙스터보살


지금은 좀 사그라든 것같지만 트럼프 당선, 윤 당선을 기점으로 국내 언론에서도 정치의 보수화에 대하여 많은 언급이 있었던 것같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와 보수는 현 시스템의 유지로 인하여 피해를 받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피해받는 그룹에 포커스를 맞추어 개선을 요구하느냐, 현 시스템의 변화로 인하여 피해받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피해받는 그룹에 포커스를 맞추어 유지를 요구하느냐의 차이 쯤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좀 양상이 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현시점으로 '보수'라고 평가받는 자들의 특징을 가만히 보면 오히려 둘이 뒤바뀐 것같다. 현재의 체제에 문제가 있으니 시스템을 갈아엎어서라도 피해를 받는 그룹을 구하겠다 느낌이 물씬 풍긴다. 윤의 경우에는 '정치체제가 엉망이니 갈아엎겠다'면서 계엄을 선언한 방식이 그러해 보인다. 트럼프의 경우에는 '경제구조가 엉망이니 관세를 높혀버리겠다'면서 무역장벽을 만드는 방식이 그러해보인다.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개념에 혼동이 온다. 그 둘의 케이스로 인하여 생각도 좀 변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피해를 보는 자들을 누구로 한정할 것인가에 따라 진보(좌파) 또는 보수(우파)라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치면 용어의 정의가 좀 이상해진다. 좌파 또는 우파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상황을 명확히 반영하지 못하는데 비해 단지 익숙한 단어라는 이유만으로 쓰다가는 오해를 낳기 딱 좋다. 언어에 갇혀 본질을 바라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싸움이 커질 공산도 크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마땅한 단어가 제시되지 않아 여전히 그들을 가리키는 명칭에 우파라는 글자가 포함되어 있다. 다만, 그들의 극단적(extreme)인 면을 강조하여 '극우'라 표현할 뿐.



와중에 눈에 띄는 글을 읽었다. Sui Generis 작가님의 글이다. 포퓰리즘에 대한 글이었는데, 읽으면서 '어!?'하는 느낌을 받았다. 해당 글에서 언급한 학자는 네덜란드의 정치학자인 카스 뮈더(Cas Mudde)이며, 내가 이해한 이 학자분의 말씀을 요약요약 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 포퓰리즘은 사회문제를 단순화시킨다.

- 포퓰리즘은 진보와 결합할 수도 보수와 결합할 수도 있다.

- 포퓰리즘 + 우파 민족주의 = 반이민/반글로벌 , 포퓰리즘 + 좌파 사회주의 = 반자본주의/기득권 타파

- 포퓰리즘은 특정 집단을 단순 구분하고, 집단간 대립을 강조한다. (...갈라치기가 생각나는 지점이군!)

- 우리가 극우라고 표현하는 자들은 극단적(extreme) 우파라기보다는 급진적(radical) 우파라고 봄이 적절

- 급진우파는 민족주의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포퓰리즘과 결합되어 있음


포퓰리즘의 강력한 장점은 '단순화'다. 김경일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이다. 좀 더 쉬운말로 풀이하자면 '인간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부류'라는 것이다. 때문에 포퓰리스트가 제공하는 단순화된 논리는 바쁜 삶을 사는 우리네같은 민간인에게는 너무 달콤한 정보이다. 마치 우리 몸이 포도당과 지방을 원하기에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을 부지불식간에 맛있다라고 느끼는 것같이, 인지적 구두쇠인 뇌는 단순화된 정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생략된 정보는 필연적으로 왜곡을 일으킨다. 때문에 포퓰리스트는, 딱히 틀린말은 아닌 어떤 맞는 말만 골라서 자기의 주장을 공고히 한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채택한 주장에 집중할 게 아니라 그들이 '의도적으로 생략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간파 해낼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오캄의 면도날 운운하면서 '단순한 것이 최고다'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런데 오캄의 면도날의 진정한 의미는 '복잡한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해결책이 꼭 복잡해야 좋은 게 아니니, 근본에 집중한 간단한 해결책이 더 적절하다' ...는 건데?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길이 들여진 사람들이 오캄이 시사하고자 했던 바를 귀 기울여 들을 가능성은 좀 낮을 듯하다. 당중독에 걸려 밋밋한 채소는 싫어하는 것마냥, 의도 그대로의 의미를 받아들이기 않으려는 그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당중독자들이 혈당 스파이크 와서 급격하게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결과를 맞이하듯 그들도 그 못지않은 어떤 결과를 맞이할 것도 예상되고.



정보과잉 시대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어떤 정보가 제대로 된 건지 판별하기에는 이 삶이 너무 팍팍하다. 때문에 포퓰리즘은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처럼 여론을 잠식할 것이 명백히 예상된다. 와중에 급진 우파가 득세하는 작금의 현실을 씁쓸해 하다가, 왜 지금같은 상황이 됐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를 발견한 것 같았다.


박종훈의 경제한방은 웬만하면 챙겨보려는 채널인데, 이번에 박사님이 출연한 어떤 영상을 발견했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대두되고 약탈경제가 시작된 아주 근본적인 원인을 짚는 영상을 보았는데, 내용이 끄덕여졌다. 영상에 따르면 최근 몇 십년 간 전세계적으로 경제 생산성은 하락하였다고 한다. 아니 이렇게나 기술이 발전하는데 생산성이 하락했다고? 기술의 발달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긴 하나 그 기울기가 떨어졌다는 걸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손편지만 쓰던 시절에 전보가 등장한 것은 파괴적 혁신이라 할만 하지만, 이후 메일을 보내는 건 혁신적이기보단 발전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끝임없는 인간의 욕망 대비 사회 전반의 생산성 둔화를 생각 해 보시라. 가뜩이나 사회적 동물인 인간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의 빈곤이 커보일 수 있다. 이는 불안자극요소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집단이 많아지면, 그네들의 사회적 불안이 극우주의 (정확히는 급진우파)의 대두를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먹고 사는 것만큼 중한 게 어디 있으랴 싶고, 지금까지 가졌던만큼 갖지 못하면 불안함부터 느끼는 게 인간이다. 때문에 내가 가져갈 파이가 적어질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건드려지면 그 다음부터 급진적이 되는 서사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치면 극단주의 세력, 급진세력의 등장은 성장률 둔화라는 거시적인 흐름 속에 등장한 특성이라는 해석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갈라치기에 사실왜곡을 일삼는 이자들이 굉장히도 싫다. 부지불식간에 그자들을 배척하고 싶은 마음이 팍팍 올라온다. 하지만 그들의 '뺏길 수도 있다는 감각'에 기반한 급진적 사고가, 어쩌면 나의 '왜곡에 대한 혐오감'에 기반한 적개적 태도와 대응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스님께서도 '극단주의 세력을 보았을 때 그들을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 속의 극단주의를 조심하라'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이 지구도 언젠가는 끝이 있을텐데...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태양조차 50억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하던데. (그러고보니 지구의 역사가 45억년인 점을 생각 해보면 대충 지구의 수명의 반 쯤 되는 시기에 우리가 사는건가? ㅎㅎㅎ) 50억년 된 시점에 갑자기 불 꺼지듯 꺼지는 것도 아니고 서서히 우주적 기후가 바뀌게 될텐데. 그 때가 되어서 지구에 사는 조그마한 인간들은 또 얼마나 괴로워하며 내 것을 찾아 투쟁할런지. 하... 그렇게 보면 진짜 삶이 고통이라는 말을 지울 수가 없네~ 껄껄!




* 알림 : 최근에 일폭탄이 떨어진 관계로 [ 매일 연재 → 1주일 한 번 연재 ]로 창작활동 주기를 변경합니다.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겠죠? 계신다고 믿고 싶다 ㅋㅋㅋㅋ...)께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만큼 생각을 잘 다듬어서 재미있는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을 생각하고 있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프리랜서 버전 로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