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디먼 헌털r쓰

by 힙스터보살


케데헌의 인기에 힘입어 유명곡이 된 <Golden>의 1시간 버전을 틀어놓고 혀가 꼬이도록 불러보았지만, 막상 케데헌을 보진 못했다. 우리집은 Net플릭s를 연결해두지 않았기에. 앵간하면 정기구독은 안하고 싶기에. 그렇게 가정경제의 지출민감도를 높이고 싶기에. Yeh- 하지만 이다지도 인기에 힘입은 K-POP Demon Hunters를 봐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기어이 결제를 하고야 말았다. 다음 결제일이 도래하기 전까지 집돌이 남편께서 재미있는 컨텐츠를 많이 즐기시길 바란다.


케데헌이 아동용 영화라는 점을 빌어 아들램까지 같이 옹기종기 모여 시청을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웬걸, 아들램 반응이 너무 좋다. 대사가 죄다 영어이지만 '한국어 영상 틀어주세요'라고도 안하고 깔깔거리며 영화를 본다. 반응정도만 따져서는 <고고다이노 극장판 : 게코 도마뱀의 꿈>을 볼 때보다도 격렬하다. 그런데 약 1시간 반동안 상영하는 이 영화를, 하필이면 8시 반이 넘어 재생한 까닭에, 우리 부부는 상영을 일시중지하고 아이를 재우는 시간을 가졌다.



애가 드디어 잔다. Time's Done~! It's done done done!!


영화에 수록된 곡들은 역시나 좋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Golden>이 무난하게 제일 좋았는데, 영화를 본 후에는 <What It Sounds Like>가 좀 더 와닿더라. 물론 두 곡 모두 나름의 계열에서 극점을 가지고 있는 멋진 곡이다. 우열을 가리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으랴 싶다.


영화를 내러티브적으로 봤을 때에는 (이동진 평론가의 평가에 동의하듯) soso하다. 다 보고 난 후에는 '이게 그렇게까지 열광할 수준의 스토리인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진 요소요소의 만듦새가 워낙 좋다보니 내러티브의 절대적 점수가 높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것같다. 되려 단순한 내러티브 그 안에 담은 메시지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다.


죄책감이나 부정성을 숨기고 타자에 의한 구원을 갈구한 자는 멸(滅)하였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인정하고 드러낸 사람은 생(生)하였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항상 선(善)은 아니겠으나, 루미가 지금껏 가졌던 자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었기에, 중심점으로 향해가는 그 길을 관객들은 환호했으리라. 어린이용 영화이다보니 선과 악의 대비를 극명하게 그린 편인데도, 사자보이즈의 진우와 헌트릭스의 루미에게서는 선과 악의 미묘한 교차점이 보인다. 나아가 선과 악이라는 이중적인 프레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문제를 바라보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루미를 보며 어른들조차 감탄한 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 거겠지...?)


아울러 영화 곳곳에 배치한 한국문화적 요소를 보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를 알 것같다. 비하인드 스토리에 의하면 SONY측의 어느 상관이 케데헌 제작과정에서 한국문화가 도드라지게 표현되는 것을 무단히도 방해하였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킨 제작진이 대단해 보였다. (아티스트의 고집은 이럴 때 빛을 발하는 듯!) 에너지를 하얗게 불태우고 줄퇴사를 한 것은 덤이지만.


여하튼 케데헌에서 한국 전통문화가 대중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어떤 작품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그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미술요소의 결합과 상호작용에 있어서 상당한 신경을 썼다는 것을 방증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인상적인 균형점에 외국인분들도 감응하는 듯하다. 한국인보다 더 깊이 케데헌의 문화적 요소를 분석한 어느 외국분의 유튜브 영상도 있더라. (영상을 보면서 내가 더 배워가는 느낌!) 더하여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객이 치솟고 굿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쯤되면 다시 한 번 우리 김구 선생님을 소환해야지 : 선생님, 광복(光復)입니다. 진실로 빛이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시점이 2025년 광복절임)



케데헌의 기록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내가 접한 비판적인 시각은 크게 두 가지이다 : (1) 일본의 제작, 미국의 자본이 들어간 이 영화가 과연 '한국영화'가 맞냐 (2) 흥행은 좋은데 수익은 미국과 일본이 가져가는 거 아니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의견이긴 한데, 그 비판점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약간 갸웃하다. 글로벌 자본이 넘실거리는 요즘 시대에 자본의 출처를 근거로 한국영화를 따지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렇게 치면 원유는 중동에서 사오고 정제는 한국에서 하는데, '한국산 석유'라고 부르면 문제가 있나? 어찌되었든 한국에서 정제된 석유의 품질이 좋아서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닐런지?


두번 째 주장도 좀 그렇다. 회계적 관점으로만 영화의 가치를 판별하는 것같아 보인다. 이 영화의 가치는 여러 관점으로 분석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중에 하나가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적 부상'이다. 케데헌 덕분에 한국문화는 세계인의 가슴에 안착할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교두보를 가진 셈이다. 이 교두보는 현재 시점으로는 그 가치를 '일부' 실현했다. '일부'가 이정도인데 앞으로는 어떨런지? (주식으로 치면 케데헌은 '가치주'인 셈이다. 그것도 상당한 설득력을 어느 정도 증명한)


오히려 나는 이런 반문을 던지고 싶다. 왜 우리는 이 좋은 리소스를 가지고도 지금껏 재미진 걸 못 만들었을까? 한국의 투자자들이었다면 Net플릭s와 같이 케데헌에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 만일 ㅌVing이 케데헌에 투자를 했다면 저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을까? 왜 한국은 Net플릭s와 같은 수준의 문화컨텐츠 플랫폼이 아직 안생겼을까?


여하튼 케이팝 디먼 헌털r쓰 덕분에 이모저모 영감을 받는다. 의미있는 작품을 만들어준 제작진에 고마움 마음을 글로나마 전달 해 본다.



* 으하하하... 발행예약 날짜를 잘못써서 글이 금방 공개되었어요. 발행은 일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매주 수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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