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머리는 '육아 에세이'인데, 내용은 어째 육아보다는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될 스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단순히 결혼식을 올리거나 혼인신고를 했다고 해서 그들을 '부부'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법적인 '커플'정도로 허용하고 싶다. 진짜 '부부'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역시 애를 낳아봐야 한다. 아이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달라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부터 달라지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바라보는 긍휼함의 밀도도 달라진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또 그만큼 아이를 키우며 상당한 공덕을 쌓게 된다.
지금의 남펴니와 나는 둘 다 혼기가 꽉꽉 들어차 농익을 대로 농익어, 손 대면 툭 터질 것같은 시기에 만났다. 것도 하필이면 코로나 때 만나서 남들 다 하는 데이트는 집 데이트로 대체한 채 만남을 이어나갔다. 나이도 나이이니 자연스럽게 같이 살고, 자연스럽게 아이도 생겼다. 자연스럽게 '부부'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남자를 들이는 게 맞나?'는 자문과, 제대로 된 남자는 어떤 모양새인가 유튭과 지인상담을 통해 학습학습학습하는 치열한 과정이 있었다!!)
그렇게 그와 나는 아이를 가진 시점을 기준으로 '가족'이라는 파티를 구성하여 지금까지 유지를 해오고 있다. 아이가 지금 43개월이고, 아이를 뱃속에 가지고 있는 개월이 10개월이니, 이 파티는 현재 53개월 째 유지되고 있는 셈이군?
여자의 입장에서 임신은 참으로 드라마틱한 인생의 변화를 가져온다. 애 낳고 아이는 조부모에게 맡기고 직장을 다닐지라도 말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근 3년을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로 살아보았는데, 이 경우의 드라마틱한 인생의 변화 정도는 더더더욱 높아지게 된다. 아이를 키우며 기존의 사회생활을 단절해보는 기회(?)는 정말 큰 두려움을 낳는 일이었다. 심지어 퇴직을 감행하고 육아에 전념했기에 그 두려움은 배가 되었지 싶다. (그 두려움은 실업급여로 합의를 봤긴 했습니다. 하하하...)
덩달아 남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다 : '가장의 무게가 무거워진 것은 알겠어요... 그렇게 치면 나도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짓누르긴 해요. 그래도 남펴니는 아이가 생기기 전이나 생긴 후나 직장생활을 한다는 고유성이 변하지는 않았잖아요?'
최근에는 아이가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디딤돌 동아리의 사업과 수업준비, 거기에 경진대회 준비까지 진행하였다. 느즈막이 하원을 하고 아이랑 놀다보면 내 에너지가 딸피 상태에 다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고맘때가 딱 7~8시다. 통근거리가 먼 아직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고, 저녁밥 먹이기라는 고난도 퀘스트가 걸려있는 시간. 처음에는 딸피 상태에서 모든 과업(조리, 와중에 집안정리 쪼끔, 식사준비, 먹이기)을 수행하다보니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좋은 게 좋은 거야~'라며 물 흐르듯 과업을 수행하는 데에는 성공하게 되었다. 뭐 덕분에 아이는 땀으로 끈적한 상태에서 손만 딱 씻고 밥을 먹고... 장난감이 굴러댕기는 집안은 흐린눈을 하고 봐야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의 평화가 우선이더라~ 하하하!
이런 상태의 힘겨움을 남편에게 호소하였다. 실제로도 벅찰 정도로 힘들어서 호소하는 상황 자체가 지나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되려 호소를 한 이후에 반성이 좀 되더라. 나는 남편에게 '남편은 그래도 일을 마치면 '퇴근이다!'하면서 회사일이 더이상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는 시간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가사와 양육을 맡는 자는 퇴근이 없어요. 항상 근무중이라는 점에서 심적으로도 힘들고, 최근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힘들어요'라고 했는데. 남편은 이리 말씀하시더라 '저도 그래요'
순간 너무 내 입장에서만 남편을 생각했구나 싶은 미안함이 들었다. 물론 아내들 눈에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 애는 제대로 안 돌보고, 게임을 하려고 한다든가 자꾸 뭐라도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하여 맘이 좋지 않겠지만은. 아내들도 전업주부가 되기 전에는 직장인이지 않았던가?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피로함을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건 어느새 다 잊고 내 입장만을 호소하던 상황이라니. 그래도 남펴니는 아이랑 같이 있을 때에는 친절하고 진득하게 놀아주지 않았던가.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서로 기대고 있는 존재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쪼그라지는 나의 생활반경을 나의 반려자가 채워주는 것이고, 생활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직장생활을 통해 벌어오는 금전으로 생활의 반경을 넓혀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너무 당연한 것인데, 당연해서 잊어버리는 건 인간의 특성인지? 이 드넓은 우주 대부분은 진공인데 반해 행성만이 대기가 있는 것을. 지구도 행성인 탓에 공기가 있고, 그 공기덕분에 우리가 살고 있을진데살. 전 우주적으로 봤을 때는 공기가 있는 환경이 상당히 희소한 일임에도 우리는 그 희소함을 당연함으로 여기는 인지왜곡을 겪는다. (자기 본위의 생각이 다 그렇지 뭐~)
있는 그대로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내 옆 사람을 바라보면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다. 세상에는 원래 그러하고 당연히 그러한 것이 드물기에 더욱 그렇다. 뒤집어서 말하면 내가 보고싶은 대로 보려고 할 때 당연해 보이고 원래 그러 해 보일 뿐이다.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기에 내 본위의 시각을 벗어난 채로 세상을 바라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나의 의지를 발휘하여 '있는 그대로'를 보려는 시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불자로서 '있는 그대로 본다(= 정견)'는 수련은 게을리 하면 안되겠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 남편,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