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레라 요정 스토리

by 힙스터보살


어른의 나이가 되니까 동화도 어른의 시각으로 접근할 때가 있다. 아기공룡 둘리에서 고길동의 빡침에 공감하는 것같이, 시련 끝에 공주를 구하는 왕자가 우리네 인생을 메타포화한 것같이. 그런 관점으로 신데렐라 이야기를 재해석하니 이 동화가 비범한 동화로 탈바꿈 하더라.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작중에 나오는 신데렐라는 예쁘다. 주인공이니까 당연할지 모른다. 능력있는 자가 주인공이 되게 마련이니. 훌륭한 외모는 유전이 물려준 재능이렸다. 달리 말 해, 성공스토리의 기본은 '재능'이나 '능력'과 같은 펀더멘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신데렐라에게는 권력이 없다. 그녀의 집안의 권력을 이미 엄마와 두 언니가 모두 가져갔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게 권력이 없지 욕망이 없을까. 그녀가 진정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면 감히 왕자님의 무도회에 가보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욕망의 신호를 송출했고 누군가는 알아채버렸다. 그 누군가가가 바로 요정이다.


요정 그는 누구인가? 마법의 힘을 가진 자이다. 우리는 어떤 신비로운 것을 가리켜 '마법같다'는 표현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우리 본위의 표현이다. 신비로움을 걷어낸 마법의 실체는 아마도 이렇지 않았을까 : 능력자의 재능발휘. 내가 보기에 요정의 재능은 주변의 사물을 쓸모있게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쥐를 마부로 호박을 마차로 바꾸었다는 것은 어떤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쥐로밖에 호박으로밖에 볼 줄 몰랐던 것을 마부로 활용할 줄 알고 마차로 활용할 줄 알면, 뭍 사람들이 보기에 그게 마법이지 무엇이랴.



신데렐라 이야기의 핵심은 신데렐라와 요정의 협업이다. 신데렐라는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나, 권력구조에 막혀 그 외모를 마땅히 어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요정은 어떤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여 리팩토링할 줄 아는 능력을 갖췄으나 뛰어난 외모를 가지진 못했다. (요정이 인간이 아니라 요정이라는 테두리에 있던 것은 어쩌면 인간이라는 주류에는 끼지 못하는 별도의 존재라는 관점이 녹아들어 있었을런지도 모른다는 것은 덤) 둘은 신기하리만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관계이다. 한 마음으로 팀플을 맺으면 최고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조합인 셈.


작중에 보면 신데렐라가 요정에게 접근한 게 아니고, 요정이 신데랄라에게 접근을 한다. 짐작건대, 요정의 안목과 인재를 찾아다니는 능력이 신데렐라보다는 압도적이었을 거라는 은유가 내포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생쥐를 마부로 변신시키는 급'의 능력자 요정이 신데델라를 발견하고 그녀를 관찰했을 때 그녀가 본인의 부족함을 채울 존재라는 것을 모를리 없었을 것. 그러고 보면 요정의 이미지는 흰 머리에 망토를 두르고 있는데, 이거 은근히 마녀의 외적묘사와 비슷하다. 흰 머리에 짙은색 망토. 요정이나 마녀나 해당 세계관에서는 '능력자'이지 않던가? 다만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재는 요정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재는 마녀로 인식했을 뿐이겠지.


흰머리의 요정. 머리가 희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축적한 존재라는 뜻일 게다. 축적한 시간과 개인적 노력으로 그만큼의 지혜를 쌓았을 것이다. 때문에 신데렐라가 왕자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망을 실현시킬 전략가라는 설정에 힘을 싣어준다. 썸을 탈 때 있어서는 당기는 듯 밀고 미는 듯 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던데(= 밀기만 해서 당기기만 해서도 안됨), 이를 위해 신데렐라에게 변신시간의 타임리미트를 준 것은 가히 신의 한수라 평가할 수 있겠다. 신데렐라가 왕자에게 행복한 시간을 줌과 동시에 그 행복한 시간이 오롯하지 못하는 극적인 사건을 만들게끔 설계를 하다니. 그녀는 연예전략에 있어서 아키텍쳐급이라 할 수 있겠다.



요정과 신데렐라의 거래, 결과는 성공적이였다. 그러니 구전되어 동화화까지 가능했던 것이겠지. 신데렐라는 결국 왕자의 눈에 들어 'Happily ever after'라는 결말을 맺는다. 그런데 이것이 오직 신데렐라만의 해피엔딩 스토리일까? 내 보기에는 요정 역시 해피엔딩이다. 신데렐라가 거지꼴을 하고 다닐 때부터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최고권위에 편입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증빙해 냈지 않은가. 이러한 역대급 인재를 나라가 가만히 둘 리가 없다. 그녀는 인간세계로 진출하여 유명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출세욕이 있냐 없냐에 따라 신데렐라 성공스토리가 개인적 유희에서 끝날 수도 있고, 출세의 수단이 되었을 수도 있다. 혹, 후자를 선택했다면 요정은 왕비의 뒷배를 가진 상당한 권력자가 되었으리라.


그리하여 신데렐라 이야기의 교훈이 무엇일까. 정리를 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는 뭐니뭐니해도 내 스스로가 재능이 있고 봐야한다는 점이다. 그 재능은 '남들이 알아볼 정도'로 탁월한 재능이어야 한다. 어떤 사건이 이야기화되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소비된다는 것은, 그 이야기화된 대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정도의 탁월함을 갖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데렐라가 뛰어난 외모를 가지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신데렐라 스토리의 저변에는 지극히 능력주의적인 시각이 깔려있다고 봐야한다.


둘째는 전략적 사고능력이다. SWOT같이 내 내부의 약점/장점 환경의 위기/기회를 명확히 파악하여 지금 내가 뭐가 필요한지 알고, 필요한 대상을 캐스팅해오는 것. 이게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요정이 알려주고 있다. 신데렐라의 대중성을 위해 형식적인 주인공이 신데렐라일지 모르지만 (= 비주얼 담당), 어쩌면 이 이야기의 진 주인공은 요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신데렐라는 요정 없이는 왕비가 될 수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 요정은 신데렐라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제 2의, 제 3의 신데렐라를 찾아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아 물론 이 이야기는.... 아들래미가 차를 탈 때마다 ㅈ니ㅌ니 동화뮤지컬을 틀어달라 하기에 거진 무한반복으로 공주님 동화를 듣다듣다듣다 몸부림을 치다치다치다 나온 것이긴 하다. 후후후... 오늘도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군. 다른 동화들도 드루와 드루와~



* 글은 매주 수요일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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