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이름은 흔하지 않은 이름이다. 어디가서 놀림받을 이름까지는 아니나 쉬이 들어볼 이름도 아니기에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처음 들으면 되묻는 경우가 흔하다. 나 역시 첫 만남에서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스스로 '응?'하는 느낌을 딱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AI한테 본인 이름자 풀이를 해달라 했나보다. 뜻풀이가 맘에 들었는지 내용을 고대로 복사하여 보내왔다 :
...(생략)... 이 두 글자가 만나 **'◇◇'**이라는 이름은 '수많은 빛들이 밝게 빛나다' 혹은 **'밝고 따뜻한 기운이 끝없이 번성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질 수 있습니다.
-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 주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며,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뛰어난 재능과 총명함: 여러 분야에서 빛을 발하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 풍요로운 삶과 번영: 물질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누리며, 하는 일마다 번성할 수 있습니다.
'◇◇'이라는 이름은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담아, 앞으로의 삶이 빛나고 풍요롭기를 바라는 좋은 뜻을 지닌 이름입니다.
메시지를 보낸 그의 싱글벙글함이 메신저 창 밖으로 느껴졌다. (물론 내 착각일 수 있다.) 하여 기분좋게 한 마디를 거들어 보았다 : "이걸 이제야 앎? 딱 봐도 성격 좋고 머리 좋은 거 몰랐음?ㅋㅋㅋㅋ"
나는 기본적으로 남자도 여자도 모두 '인간'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기에, 좋은 짝을 찾는 것은 좋은 '사람'을 찾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같은 인간이라도 여자와 남자는 뭔가 다르다. 그 미묘한 차이 때문에 불편함이 들고 다투기도 한다. 심지어는 여자는 금성에서 왔고 남자는 화성에서 온 것마냥 서로를 외계인 취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남녀의 차이 중 하나가 '인정욕'인 것같다. 모든 남자에게 동일하게 기대할 바는 아니지만, 많은 남성분들에게 '인정욕'이 몸에 베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에 무게를 더해준 것은, 최민준 쌤의 <아들TV> 덕분이기도 하다. '내 아들은 도대체 왜 이럴까'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가 시청하기 시작했다가 남편까지 이해하게 만든다는 마성의 유튜브, 그 <아들TV>말이다. 민준쌤의 말에 따르면 여자아이들의 기본적인 욕구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음'이고, 남자아이들의 핵심 욕구는 '(나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음'이라고 한다. 때문에 남자들은 유독 승부에 집착한다고 한다. 어떤 승부에서 지고 들어온 아이에게 '괜찮아 민준아~ 져도 괜찮은 거니까 화 그만 가라앉혀'라고 말하는 것은, 여자들에게는 '괜찮아 ○○아~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은 거니까 그만 우울해 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한 방에 이해되는 남과여! 그가 연예코칭을 하면 1타 강사가 될 것같다)
그런데 가만 생각 해 보니 그런 게 보인다. 남녀 간에 연애를 할 때, 많은 경우에서 여자는 '선택하는' 포지션이고, 남자는 '선택받는' 포지션이다. 자연계에서도 이는 비슷한 면이 있다. 수컷 개체와 암컷 개체를 보면 대개는 수컷이 구애(求愛, 사랑을 구함)를 한다. 공작은 수컷이 화려한 깃털을 가지고 있어서 암컷에게 어필을 하고, 펭귄은 예쁜 돌을 암컷에게 선물해서 환심을 산다. 맛있는 먹이를 잡아서 암컷에게 갖다바치는 개체는 흔하다. 늦여름 밤공기를 가득 채우는 귀뚜라미 소리는 '여자! 여자!! 여자!!!!'하고 외치는 구애를 위한 아우성이기도 하다. 땅 속에서 수년간 살다가 성충이 되어 땅 밖에 나온 매미는 고작 1달을 사는데, 그 와중에 열심히 맴맴맴맴 울어댄다 : '여자! 여자!! 여자아아아아!!!!!!'
사람과 짐승은 다르지만, 사람도 짐승도 결국 모두 다 동물이다. 그러니 남성이 본인의 능력, 외모, 성격 등등에 대한 인정욕이 강하다고 하여 그것을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지 싶다. 또 그렇다고 해서 '결국 남자는 다 짐승이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좀 우스운 결론같다. 상대방이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패씨브한 행동을 보인다면 충분히 인정 해 주고, 경우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게 나에게도 좋고 그에게도 좋은 자리이타(自利利他) 연애이지 싶다.
지금 남편을 만나기까지 이전 연애가 하도 별로여서, 나는 지금 그이와의 인연이 적잖이 감사하고 또한 소중하다. 해서 가급적 이쁘게 오래오래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행히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없지는 않았는지, 그이는 남편으로서도 아빠로서도 본인의 역할을 꽤 잘 해내고 있다.
덕분에 아들래미도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아들래미가 '엄마 아빠 모두 사랑해요~~'라면서 본인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마이쮸를 엄마랑 아빠에게 나누어 주었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마이쮸를 쥐어주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워 보이던지! 그이와 나의 사랑의 결실이 이만큼 사랑스럽다니. 적절한 때에 적절히 만나 적절히 꾸리는 가정의 행복함이 여기 있었다.
나는 그이와 함께 몇 십 년이 지나도 쪼글쪼글한 두 손을 맞잡고 느릿느릿 동네를 산책하는 커플이고 싶다. 눈을 마땅히 둘 곳이 없어 그이를 바라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을 주는 그이에게 평생을 감사해하며 살고싶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어려운 시간이 닥치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내가 그를 알아봐주는 것이리. 사랑이 별거랴~
어느 작가분이 말씀하시길,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라고 하던데. 적어도 우리집은 당분간은 무죄선고를 받을 것같다. 땅땅!
* 글은 매주 수요일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