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까 멀어질까 갈까 말까

by 힙스터보살


* 이번 글은 갱장히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이 됩니다. 읽다가 '뭔 말이야 대체?' 싶으면 탈출하시면 됩니다.



요즘엔 영화에 중국자본이 들어가면 스토리며 연출까지 요상해지는 게 안타깝다. 적어도 내가 어릴 시절에는 홍콩 무술영화, 예술영화가 핫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중에 나는 특히 무술 영화를 좋아했는데, 무술 영화로서 이름을 날리던 시리즈 중에 하나가 그 유명한 <황비홍>이었다. 지금은 뭔가 애처로운 느낌을 풍기는 노인이 되버린 이연걸은, 당시에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웅호걸이었다.


작중 황비홍은 대단한 무술가이지만 본업은 한의사이다. 그러고 보면 의사는 사람의 신체구조를 제일 잘 아는 직업 중 하나일 것이다. 의사이기 때문에 사람을 제일 잘 살릴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의사이기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잘 죽어버리는 지도 잘 알 수 있다는 것. 다행히도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가 아니다. 의협심을 가진 주인공 덕분에 그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침술을 펼치고 악인을 벌하기 위하여 혈도를 짚는다. 모르긴 몰라도 그가 21세기의 어느 의학 대학원생이 되어 유전자 가위를 조작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괴물을 탄생시키는 목적으로 해당 능력을 사용하진 않을 듯 싶다.


반짝반짝 눈이 부시는 비홍햄의 앞머리! 꺄~



21세기보다 조금 앞서, 20세기의 인류는 핵폭탄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핵폭탄은 냉전시대의 미국-소련 대립의 결과물 중 하나로, 미국의 <맨하탄 프로젝트>로 인해 발명되었다. "히틀러 다메요! 나치 다메요!!'라는 시각에 애국심을 녹여 낸 <맨하탄 프로젝트>에는 걸출한 물리학자들이 상당수 집결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엔리코 페르미, 닐스 보어, 리처드 파인만 등등. 이 중에 프로젝트 총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를 제외하면 죄다 노벨상 수상자이다. (당연히 오펜하이머도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 한다, 그것도 여러 번) 프로젝트는 당대 물리학의 정점을 찍은 학자들로 구성된 드림팀으로 지금껏 인류가 생산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살상무기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런 흐름을 따져보면 나는 유전공학이나 컴퓨터 사이언스가 사뭇 두렵다. 두려움과 일정한 도덕관념으로 어느 정도 제어가 될 뿐, 인간의 욕구은 끝이 없기에 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은 어떤 방식으로든 발전하고야 말 것이다. 이 발전의 끝은 어디를 거치게 될까? 유전자 가위나 AI의 등장으로 인류의 '존엄성'이 도전받는다는 주장은 솔직히 좀 지루하다. 인류가 존엄하다는 말을 하기에는 지금 이 주변에서 보이는 인간들이 보이는 모습이 존엄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것도 그렇고. 그보다 인간의 편익을 위해 발전시킨 과학기술 덕분에 인간 존재가 희미해지는 아이러니를 겪을 내 앞날이 스릴러다.


자연주의 사상의 극단적 추구도 인류종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의 자연주의는 인본주의 vs 자연주의로서의 자연주의를 가리킨다. 세상 만물의 평등성에 입각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자연주의) 자연주의가 성립하는 기반은, 우주 만물의 평등함에 있다. 모든 생명은 '생명'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차등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인간도 소중하지만 멍멍이고, 여우도, 지렁이도, 바퀴벌레도 소중하다. 그렇게 조금 더 극단적으로 자연주의를 확장하면 생명의 유무를 떠난 이 우주의 모든 존재에 대한 일반화를 시도해 봄직도 하다.


실로 이 우주의 대부분의 것들은 죽어있다. (= 생명반응이 없다.) 오히려 생명현상이 희소하다. 이 우주의 '자연스러움'은 생명의 부재이기에, 애굳이 생명의 보존을 지향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만물의 상태를 바라본다면? 이 생각의 흐름은 자연스러울지 모르겠으나, 이 생각을 바라보는 그 누군가는 이를 ''으로 규정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같다. (극단을 추구하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여러분...)



지껄이다보니 문득, 바벨탑이 생각난다. 바벨탑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건축물이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제 스스로가 하늘에 닿게끔 하기 위해 쌓았던 탑이다. 하느님께서 이 꼴을 가만히 보시더니 '...안되겠는데?'싶으셨나보다. 하느님은 신통력을 발휘하여 사람들이 소통하는 말을 갈라놓고 서로를 떨어뜨려 놓는다. 그렇게 바벨탑 건설 프로젝트는 중단된다.


나는 신은 믿지 않기에 바벨탑 공사 중단 케이스를 좀 더 현실적으로 해석 해 보고 싶다. '언어가 갈라지고 사는 곳이 흩어졌다'라는 것은, 인간들의 분열을 가리킨 게 아니었을까 싶다. '하늘'로 표현된 어떤 본질적 진리추구에 대한 열망조차 '하느님의 개입'으로 상징화된 어떤 외부요인에 의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킬 수도 있다고 보인다. 극의를 추구함으로 인하여 가져올지도 모르는 파멸을 예측하여 사람들 간에 생성된 다양한 의견이 극단의 발현을 제제했을지도 모른다는 풀이도 해보고 싶다.


뒤집어서 말하면 어떤 순수한 학문과 사상의 추구를 어느 정도 제어하는 것은 다양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다양성이 각축을 벌이다 어떤 지점을 자극하여 학문의 발전을 꿰하기도 한다. 각종 학문이 첨예하게 발전한 요즘 시대는 또한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사회적 요구 역시 커졌다. (그런 식으로 세상의 균형이 맞춰지나 싶기도?) 아울러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지식의 공유가 쉬워지면서 다른 한편으로 단일화가 쉬워진 측면이 있다. 이제는 컴퓨터 언어로 전세계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있기도 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케데헌 같은 월드 컨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다양함도 커졌지만 단일해질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그렇다면 인류는 바벨탑을 쌓고야 말까? 다시 공사를 중단하고 뿔뿔이 흩어질까. 가봐야 아는 일이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나는 두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그리고 당장은 좀 혼란스럽다.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괜찮을지 스스로의 생각의 등불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선현의 지혜를 빌려야 하나, 여러 작가님들의 아이디어를 줍줍해야 하나. 아 그런데 스케일을 태양계로 잡자면 바벨탑을 50억년 안에 쌓지 않으면 어차피 인류멸망이기는 하다. 태양 수명이 50년 남았기에 이 안에 적당한 흐름을 만들어야 할텐데. 인간의 스케일에서는 숙제할 시간이 꽤 남아보이긴 하다. 우주적으로는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 글은 매주 수요일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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