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5월은 가정주부에게 쉽지않은 시작을 안겨주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3~4일 주말, 5~6일 공휴일과 대체휴일로 인해 하루만 연차를 내도 6일을 쉬는 무시무시한 장기휴가를 누릴 수 있다니. 뉴스나 각종 미디어가 이 사회의 주류(?)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보도를 내기에 가정주부들이 다소 소외되는 경향이 있는데. 가정주부들은 장기휴가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특히나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독점육아(!)를 하는 나같은 경우에는 할 일이 급 많아지는지라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가족여행을 휘리릭 떠났지비~)
장기휴가는 휴가를 마친 다음에도 영향을 준다. 이미 집에서 나흘 연짱 맘대로 쉬고 놀고 했던 우리 아들램은 연휴가 끝난 날 아침 어린이집이 유독 가기가 싫다. 이불밖이 춥다, 어린이집이 무섭다 하면서 자꾸 침대에만 누워있으려고 한다. 엄마는 분위기를 풀려고 아이 배때지에 배방구를 신나게 불며 기(!?)를 넣어줬다. 깔깔대는 아침은 덤.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가는 준비는 험난하다. 아이는 현관 앞에서 추우니까 이불을 가져가겠네 징징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냉큼 '밖이 추우니까 예쁜 바람막이 입고 가자'며 얼른 겉옷을 입혔다. 도무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정신무장을 해야 순간순간 찾아오는 위기를 되받아쳐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 (평화를 위해서라도 전쟁준비를 하라는 말이 이 뜻이었나...?)
그리고 느꼈다. 오늘 아침 어린이집 등원은 분명히 수월치 않겠구나.......
우리 아이는 거진 매일 어린이집을 가기 싫다고 한다.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서면서 울어버리는 일도 다반사다. (들어가고 나서는 잘 노는 거 같은데?!) 그래서 안 울고 등원에 성공하면 X이쮸를 하나씩 주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가는 길부터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팍 오니까, 그동안 숨겨오고 숨겨왔던 X더 촥헐릿을 꺼내버리고 말았다.
"오늘만 쵸콜릿 주는 거야? 내일은 아니야. 알았지?"
"응!"
눈 앞에 쵸콜릿이 아른거리는 아이는 쉽게 약속을 하고 어린이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횡단보도에서 한 입, (꼭 중간에 놀다가자고 하는) 놀이터를 지나며 한 입, 어린이집 앞에 지나치는 아파트 입구에서 한 입, 어린이집 입구에서 한 입. 간식 받아먹으려고 따라오는 멍멍이마냥 신나서 따라오는 아들램은 어린이집 현관에 입성하자 울음을 터뜨릴 듯 쪼그라들었지만, 나는 얼른 신발을 벗기고 냉큼 선생님께 아이를 인도하고 나왔다. 어찌되었든 미션 클리어~!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맥락에 따른 쓰임이 중한 것"
붓다께서는 무조건 좋고 무조건 나쁜 것은 없다 하셨다. 나는 이 말이 내 삶을 살아가는 데 너무 유용하여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똥이 우리집 안방에 있으면 나쁘지만 퇴비가 되는 곳에 있으면 좋은 것같이, 어떤 대상이 좋다/나쁘다는 것은 맥락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대상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때에는 그 맥락을 우선 살피는 것이 적절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혹자는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서 사탕으로 꼬득이고 쵸콜렛으로 꼬득이는 게 못마땅 해 보일 수 있다. 그 생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허나 어차피 가야 할 어린이집이라면, 그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추구하는 게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평소에는 좀처럼 맛보지 못하는 쵸콜렛을 먹을 기회를 얻은 그는 얼마나 기뻤을 것이며, 이제는 연휴를 마치고 적당한 휴식과 밀린 집안일을 처리해야 하는 나는 아이와 싸우듯이 등원하는 길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말이다.
어떤 것이 좋다 혹은 나쁘다 못박고 살면 편하긴 하다. 윤리와 도덕규칙이 그런 경향이 있다. 윤리와 도덕규칙이 절대적인지는 난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정하고 살면 휴리스틱적으로 편하게 살 수 있어 나는 그 존재들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더라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상황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필요하다. 윤리와 도덕에 앞서 이 세상은 제행무상(諸行無常)하기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같다. 어쩌면 '현재에 깨어있기(위빠사나)'는 매 순간 무상한 현재를 살아가는 불자(Buddhist)들이 판단의 적절성을 파악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아름다운 전통이자 수련은 아닐런지.
현재에 깨어있고 싶은 사람은 행복학교로 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