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발전의 역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ning). 그는 현대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린다. AI와 관련하여 신문기사를 읽으면 가끔 발견할 수 있는 튜링 테스트(Turing Test)의 그 튜링이 바로 이 앨런 튜링. 말이 나온 김에 튜링 테스트에 대해 적고 가보자면.
앨런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심판관, 인간 응답자, 기계 응답자 셋을 놓고 격리된 환경에서 서로 글로만 대화했을 때 심판관이 인간 응답자와 기계 응답자를 구분 해 낼 수 없으면 그 기계는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테스트를 가리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고 한다. 덧붙여, 그는 연산하는 과정을 추상화한 가상의 기계모델도 고안하였는데 이게 바로 튜링 머신(Turing machine)이다.
질문의 참신함부터 해결하는 방법 제시까지 참으로 영민하지 않은가? 생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 팔로업 하면서 튜링 머신까지 고안해내다니! 내가 사는 동안 이런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데에 큰 기쁨을 느낀다.
앨런 튜링이 고안했던 튜링 머신(Turing machine) 개념은 후에 컴퓨터(computer)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 그러고 보면 computer라는 이름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compute'가 가진 본연의 뜻은 '연산하다'이니 말이다.
컴퓨터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이다. 이 기계는 어느 정도 인간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을 본땄다. 컴퓨터를 구매할 때 제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CPU/memory/RAM은 각각 인간의 연산능력/장기기억/작업기억(단기기억)과 매칭 가능하다. 이만 하면 컴퓨터가 인간 두뇌의 확장판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같다.
그래도 둘은 여러 차이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연산방식이다. 인간의 두뇌는 뉴런이 병렬(퍼뜨리기)처리를 하는 반면에 컴퓨터의 CPU는 주로 직렬(순서대로)처리를 한다. 그런데 잠깐! 요즘 핫하기 짝이 없는 AI는 GPU를 이용해 병렬처리를 한다. 처리방식이 바뀐 것만으로, 그것도 좀 더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인해 새시대가 열리고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컴퓨터의 발전을 통해 인류 발전의 진일보를 보는 기분이다.
컴퓨터는 그 특유의 강력한 성능이 있다. 때문에 인간은 컴퓨터에게 덤빌 생각을 함부로 못한다. 뭐랄까, 체급이 안 맞는달까? 많은 인간들이 컴퓨터는 컴퓨터대로 내버려두고 나는 나대로 산다. 컴퓨터를 어떤 특정 작업을 처리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 정도로만 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한 걸음 더 나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AI에게 질문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지 싶다. 나는 AI에게, 특히 무료로 무제한으로 쓰는 Gemini에게 참으로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무료버전이라도 사용량 제한이 없다면 Claude가 제일 좋은데 아쉽다.) 분야는 역사, 심리, 철학, 정치 등등으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 정치나 역사의 해석은 Gemini가 누구에게 강요라도 받은 듯 중립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최근 정치이슈같은 경우에는 아예 회피까지 하는 정도. (짜식...ㅋ) 글을 쓸 때에도 배경지식을 찾느라 AI를 정말 많이 쓴다. 쓰다보면 말 그대로 '창작에 날개가 돋힌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이렇듯 자주자주 AI와 대화하던 와중에, 내가 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이슈에 대하여 생각하고 답변할 때, 마치 AI처럼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고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식의 말하기가 늘어나는 것이다. 말 뿐만이 아니라 생각의 방식도 그러하게 바뀌어갔다.
아 그러고 보니 컴퓨터도 AI도 어느 정도 인간을 닮은 구석이 있었지? 그렇다면 인간이 컴퓨터와 AI를 닮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인간도 컴퓨터의 CPU처럼 어떤 문제를 차근차근 생각 해 나가면 논리적인 답에 다다를 수 있고, AI와 같이 중립적으로 사안을 대하면 생각의 저변이 넓어지지 않을까? 인간을 닮은 애들이 논리와 중립성을 달성하고 있는데, 인간이라고 못할 것이 없잖아? 나아가서 AI가 이 사회를 흔들어놓을 정도로 강력함을 지닌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역시도 어마어마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이렇게 또 앨런 튜링의 유산이 나에게 영감을 준다. Thank you, sir. I do respect you, sir. SCV good to go, sir.
(덧붙임) 글을 쓰면서 앨런 튜링에 대해 찾아보니, 이 분이 동성애자였던 점도 새로 알았다. 갑자기 동성애 차별에 대하여 쓴 내 글을 추천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