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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여기 터가 좋네그려~

by 힙스터보살



글쓰기 20년차다. 돈 받고 글 쓰는 프로페셔널은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 취미생활로 이렇게나 오래 명맥을 이어오는 게 몇 없는 것같다. 20년 씩이나 됐다니... 나도 꽤 고인물이었잖아?!?


첫 글은 X이버 블로그에 썼다. 십대 말 무렵, 청소년기 특유의 끊어오르는 그 무언가를 주체하지 못해 토하듯 글을 썼다. 자기소개란에도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써 놨던 게 기억난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알게 된 이웃들과 서로서로 소통하며 홍대 앞에서 정모까지 했던 경험도 있다. 처음 만난 분을, 대중적인 장소에서 닉네임으로 부르는 게 어찌나 민망하던지 ㅋㅋㅋㅋㅋㅋㅋ (작스님, 마녀님, 표대감님 잘 지내요? 저 싱가폴 갔을 때 맛있는 거 먹여주신 이니님은 어찌 지내셔요?)


하지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지 않았던가. X이버 블로그는 SNS 상업화 물결에 맞춰 분위기가 예전과는 사뭇 다른 플랫폼이 되었다. 여전히 좋은 글을 쓰는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르시는 분들이 어디 한의원 저기 성형외과... 예전에는 좋아요를 눌러주신 블로그에 답방을 가서 글을 읽고 영감받는 게 왕왕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즐거움을 찾기가 어렵다.


아 녜, X이버는 정상영업 합니다~


X이버 블로그 활동의 헛헛함을 육아하다 친해진 후배님께 털어놨다. 후배님은 맛집이나 여행지 소개로 파워블로거의 스탯을 찍는 분이기도 한데. (요즘에 그렇게 열블질을 하고 있다고ㅋㅋㅋ) 후배님는 대뜸 브런치를 추천했다. 나도 전에 얼핏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생겼다고 들은 적은 있었지만 내 안의 게으름이 1승을 하여 글을 올릴 생각까지는 해내지 못했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 했던가. 추천받은 김에 카카오 계정으로 냉큼 로그인을 하고, 예전에 쓴 글 몇 개를 와다다다 붙여넣고 저장을 눌렀다. 예전 글을 다시 읽는 재미도 있고 n개월 만에 글을 다시 퇴고하는 신선함(!)도 있었다.


글을 올리고서 반응을 보는데. 오왕? 이게 모야모야~~?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 중에 그 분의 브런치에 가면 너무 멋진 글이 많잖아?!? 놀랍고 또한 설랬다. X이버와는 확연이 다른 느낌! 좋아요 눌러준다고 글을 열심히 쓰는 건 약간은 짜치는 느낌도 없잖아 있는데.


....아냐 다 모르겠고 그낭 라이킷 많이 받을래 ㅋㅋㅋㅋㅋㅋ


브런치 :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그게 확실히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같다. 지금 작가의 서랍에 담아둔 초고가 스무 편 가량 된다. 이걸 언제 다 글맺음 하지? 행복한 고민이다.


더군다나 최근에 코딩을 배우며 생각을 정련하는 과정이 글쓰기와 유사하다는 느낌도 받고 있고. (이 내용은 조만간 브런치 글로 올릴 예정) 글쓰기에 AI를 도입하면서 집안일, 육아, 직업훈련을 병행해도 창작의 날개를 펼치는 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독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해지는 건 덤... ^^;


여하튼 브런치 주인장~ 여기 터가 좋네 그려. 탁주 한 사발 내 오시게!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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