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추천 : 가호 - Running ]
苦苦苦
아집(我執)은 고통을 야기한다. 그래서 아집을 내려놓아야 고통에서 벗어난다. 그걸 앎에도 불구하고 내려놓음을 하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 또다시 고통이 생기는 걸 보니, 아집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에 집착하고 있나보다.
아집은 당뇨병과 비슷하다. 당뇨는 온전한 치료약이 없다고 한다. 아집도 칼로 무 자르듯 내 안에서 거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당뇨환자가 평생 불행하게 살아가느냐?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당뇨환우에게 당뇨란 평생 동행하는 '관리의 대상'일 뿐.
없앨 수 없다면 관리하는 것. 원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동반자로 수용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가장 실속있는 동반자로 바꾸는 지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GoGoGo
정진하라, 바윗물이 낙숫물을 뚫듯이. 뛰는 와중에 땀을 흘려 낙숫물을 만들고 참회하는 와중에 눈물을 흘려 낙숫물을 만든다. 고통스러워 흐른 눈물인데, 신기하게도 눈물을 흘리는 동안은 고통스럽지 않다.
어제 흘렸던 그 무언가 바위를 뚫지 못했을지라도, 0.0000000000000000001 정도 바위에 흠집을 내 주었겠지. 오늘 흘려낸 그 무언가는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아서 0.0000000001 정도 바위에 흠집을 낸 것같다. 어 그러고 보니 어제보다 0이 현저히 줄었네?
나는 내가 배척해야 하겠다고 하는 대상을 발견하면 강하게 배척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지나치게 공격적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 이빨이 상대방을 물어뜯을 뿐만 아니라 결국 나까지 물어뜯는다. 그렇게 누군가를 물어뜯었고, 나 자신도 물어뜯어버렸다.
이미 안다. 이미 내 잇몸에 자리잡은 이빨을 뽑아내고 살 수 없음을. 하지만 그 이빨이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힘을 줄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건 오늘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고, 모레도 할 수 있는 거다. 매일같이 떨어져 기어이 바위를 뚫어내는 낙숫물같이.
高高高
석회동굴을 가본 적 있는가?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조화를 이룬 기묘한 풍경이 동굴 안에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종류석이 1cm 자라는 데에는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석순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때문에 석주(돌기둥)을 이루기까지는 짧게는 수 백 년에서 수 만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석횟물이 한 방울 씩 떨어질 때, 스스로가 돌기둥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으랴. 그저 물의 순리대로 떨어졌으면 됐지. 하필이면 그 땅에 석회질이 있어서 종유석도 되고, 석순도 됐을 뿐이지.
나 역시 인생에 굵직한 기둥을 세우겠다는 거창함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같다. 물이 흐르듯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순리에 맡겨도 될 것같다. 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가장 크게 생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낸 바다의 크기로 내 겸손을 짐작하면 될 일이다. 어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