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유명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을 김경일 교수님을 통해 처음 알았고, 김경일 교수님은 그의 동료교수 분 중에 서은국 교수님이 저 말을 강조하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저 말을 요즘 실감하며 산다. 시시때때로 행복하다. (...미친 거 아닙니다 ^^;) 그것은 글쓰기 덕분이다. 시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몇 없는 취미활동이 글쓰기이기에, 내 일상은 시시때때로 행복해질 수 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그 10분 동안 브런치 앱을 열고 생각한 바를 주르륵 적어나가는 그 과정이 얼마나 즐거운지! 나에게는 글쓰기가 곧 부처와 같다.
덕분에 글이 하루에 한 개 이상 올라오고. 그 글을 즐겁게 읽어주시는 분들 또한 계시고. 그게 바로 나에게도 좋고 너에게도 좋은 자리이타(自利利他) 아니겠는가?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내가 만일 정식 작가가 되어 돈 받고 글을 써야한다면 달라질 거라는 말부터 한다. 그가 코딩을 너무 재미있게 즐기던 대학교 시절과 달리, 현업에 종사하면서 느끼는 피로도가 함축되어 나에게 전한 말이지 않을까 짐작된다. 안타까운 한편으로 스님의 말씀이 불쑥 떠오른다 :
"노동의 해방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있지 않아요. 노동의 해방은 그 일을 즐기는 데 있는 겁니다."
캬... 내 가슴을 적셨던 스님의 한 마디 중 하나이다. 그렇지. 공자께서도 호지자 불여락지자(好之者 不如樂之者)라 하셨지. 이렇게 지난 번 기독교와 불교의 통합에 이어서 불교와 유교가 통합을 해 버리네!
이걸 악용해서 열정페이를 강요하면 안 될 것이요, 뇌내망상이라고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어보인다.
어쨌든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을 노동으로 받아들인 삶보다 재미로 받아들여 사는 삶이 훨씬 가볍고 즐거울 거라는 건, 웬만한 사람들은 부인하기 힘들지 않을까? 물론 일정 수준에 다다라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하기에, 즐기는 게 전부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무책임한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면야 좋겠지만, 좋아하는 일로 꼭 돈을 번다는 보장은 없다. 돈을 번다는 건 나와 그 누군가가 거래를 해야하기 때문에, 나의 욕구만큼 상대방의 욕구를 면밀히 살펴 이를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 이게 곧 마케팅이 얘기하는 '고객의 니즈(Needs) 파악'이 가리키는 핵심이다. 내가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해야 생산하여 장에 내놓고, 생산물이 충분히 가치있다 생각해야 소비자가 구매를 한다. 시장이야말로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첨예하게 작동하는 현장이다.
하지만 세상이 좀 변하면서 좋아하는 일로 꼭 돈을 벌지 못해도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같다. 그렇게 슬슬 수면에 올라오는 게 기본소득(Basic Income)이다. 하필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각 후보가 기본소득이라는 키워드를 건드는 것 같은데. 경제학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현 시점의 기본소득이 말만 그럴싸하지 돈을 풀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어보인다. 이런 식으로 그럴싸한 말을 써서 대중을 속이는 정치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기본소득을 주장하지 않는 후보에게 기꺼히 내 한 표를 줄 예정이다.)
지금 우리 독서토론방에서 보고 토론할 영상이 바로 이것인데. 영상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기본소득은 이 사회의 생산성이 충분히 올라가서 우리가 과다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때, 그 때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마치 남편이 충분히 잘 벌어오기 때문에 아내가 굳이 경제활동에 연연하지 않고 가사노동에 집중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아직 노동생산성이 매우 낮다. (사람들 갈아서 일하는 거 봐라...) 나는 언젠가 대한민국이 낮은 노동생산성을 극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일단 현재로서 낮다는 점을 부인할 수도 없겠다. 핵심은 노동 생산성인데, 이해관계자들은 노동시간에만 집중하여 아옹다옹이다.
과거에는 국가의 방침에 따라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그 사람들을 줄세워 최선의 인재를 필요한 지점에 꼿아넣는 게 꽤 유용한 성장전략이었다고 본다. 국민들이 하필 교육열도 강했고, 6.25로 쫄딱 망한 나라를 재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착착 맞아들어가고 거기다 세계화/분업화 기류가 만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지 싶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노동생산성을 높히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자율성'을 곁들여야 할 시점이 왔다. 이 사회에 부유하는 지지자(知之者)들을 호지자(好之者)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그 다음 단계인 락지자(樂之者)를 기대 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에 앞서 이 사회와 가정이 우리 아이들이 자연히 지지자(知之者)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고 지지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는 지지자(知之者)와 락지자(樂之者) 얼만큼 쓰까서 대한민국을 조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행복한 김에 홍보도 좀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