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우리 애가 이 글을 보고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조금 솔직히 말해서 아이를 낳고 1~2년 간은 아이가 이쁜지 모르고 키웠던 것같다. 분명히 작고 귀여운데, 전에 TV에서 봤거나 주변에서 본 아기들을 봤을 때 마음이 꽉 차 오르게 귀여움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내가 내 아이를 보면 맹송맹송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오죽이나 했으면 이목구비가 더 또렸한 아빠보다 나를 닮아서 쵸큼 퀄리티가 떨어진 탓에 그런건가 싶었더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인생에 고비가 찾아왔을 때를 돌아보면, 역으로 참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남편도 생기고 종교도 생기고 애도 생겼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써 두었다)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회사생활를 견디기 힘들었고. 정글같은 사회에서 인간 본연의 고독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외로움을 아는 언니께 토로했더니 다짜고짜 너는 소개팅이 필요하다며 얼레벌레 남자분을 소개시켜주셨다. (아 놔 근데 맨날 8시 넘어 퇴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는 날도 많은데 무슨 연애란 말이야 ㅠㅠ)
코로나가 되니까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예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사람들 눈이 이쁘다는 걸 새삼 알았다는 글을 접했다. 그 탓인지 모르겠지만 마스크를 쓰고 오신 소개팅남의 눈이 꽤 예뻐보였다. 그 눈이 문제였을까? 남자친구야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았지만 그게 3번 째 만남에서 완성된 줄은 몰랐지. 3번 만에 커플이 된게 문제였을까? 머지않아 같이 살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아이가 덜컥 생겨버렸더랬지.
그렇게 10개월 동안 호두를 뱃속에 품으면서 희망과 두려움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아이는 호랑이의 해 1월 달에 우리 부부의 품에 안겼다. (아이를 낳고 보니까 수태를 한 시기가 대략 부처님 오신날 근처다. 아이 역시 부처님 가피인가?ㅋㅋㅋㅋㅋ) 태어난 시각을 알더니 사주풀이를 하고서 똑똑한 아이가 태어난 거라고 얘기 해 주신 지인 분도 계신다. (잘 살아있나? 프로그래밍은 배울만 하던가? 나도 요즘 코딩 배워! 초딩들이 배우는 블럭코딩이긴 하지만 너무너무 대존잼이야!! ㅋㅋㅋㅋㅋ)
뱃속의 아이가 품에 들어오고 나서는 숨막히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24시간동안 아이 옆에서 5분 대기조를 하는 경험은 누군가와 분리되어 있는 시간과 공간이 그렇게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깨닫게 해 주었다. 오죽이나 했으면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자마자 지역 체육문화센터에 수영부터 등록했을까.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발목과 발바닥에 무리가 가서 예전에 즐겨하던 운동을 등록할 수 없었다. 지금도 임신 중 최고 몸무게랑 비슷한데... ^_ㅠ 이놈의 족저근막염은 언제쯤 나으려나~~)
근데 지금은 너무 예쁘다. 전보다 고집도 세지고 한 번 사고를 치면 규모도 커졌는데, 그래도 날로날로 더 이쁘다. 내 아이지만 어쩜 말도 저렇게 예쁘게 하고, 잘 웃지? 친구들을 생각할 줄 알면서도 자기 것도 지킬 줄 알고. 무던 해 보이는 듯, 아이에게 해야 할 일을 일러주면 높은 확률로 척척 해내고.
방금도 아이 몰래 작은방에 들어가 누워서 쉬고 있는데. 아이가 '엄마 어딨지?'하며 내 쪽으로 오길래 자는 척을 했다. 아이는 살금살금 뒤로 물러나며 문을 조용히 닫아주었다. 와... 만 3세가 넘어가면 이런 걸 할 수 있는 거였나?? 당장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지만 쬬끔만 더 쉬고프기도 해서 흐뭇하게 글만 남긴다.
주말 아침, 느즈막이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가 뭐라뭐라 중얼거리다가 별안간 꺄르륵거리면서 '신나 신나!' 말한다. (응? 갑자기?! ㅋㅋㅋㅋㅋㅋ)
그런 너를 보는 나도 신나신나!
팔불출이 되어도 신나신나!
바쁜 주말이어도 신나신나!
사랑해
신나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