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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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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un 03. 2021

눈 맞춤

시선 From. 나의 어린 왕자

아이가 어릴 땐 나의 눈은 늘 아이를 향해 있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서, 혹여 다치기라도 할까 봐..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아이가 태어나고 백일도 되기 전에 잠든 아이를 보고 있었는데,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아무 의미 없는 배냇짓이었겠지만.. 그렇게 작은 표정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에서 아일 놓지 않았었다. 누워서 먹고 자고 싸는 게 전부인 아가의 눈에 내가 보이나?! 란 궁금증부터, 이제 색은 구별할 수 있을까? 세상에 처음 나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난 기억이 나지 않으니.. 나의 아가 눈에 비친 모습은 어떨지 참 궁금했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말문이 트이면서 아이가 바라보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더운 어느 날, 아이가 했던 말이 너무 예뻐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말이 있다. “엄마, 겨울물 주세요.” 처음엔 응? 하고 잠시 생각했는데 아이가 말한 ‘겨울물’은 정수기의 얼음결정 아이콘을 가리키고 있었다.

냉수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말보다도 너무나 예쁜 말로 기억된다. 그밖에도 불건전지(부탄가스), 꽃가족(꽃밭) 등 아이의 눈에 비쳐 표현되는 말들의 순수함에 미소 지었던 순간이 있었다. 동시에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이 순수함을 오래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도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밀려왔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엄마가 된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모든 기준들이 달라졌다.

신호등의 초록불 시간(나 혼자만 건널 땐 몰랐을 신호의 변경 시간이 아이와 함께 건너려니 너무 짧게 느껴졌다), 다른 아이를 바라보는 눈(아이를 특별하게 좋아하진 않았던 나에게 어린 아이는 그냥 미숙한 작은 사람일 뿐이었는데, 이젠 감정을 담아 다른 아이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다방면으로 그전엔 전혀 관심 밖이었던 일들에 공감 정도가 커져감을 느낀다.

나의 아이의 시선은 어디에 있는지, 나의 시선은 어딜 향하고 있는지... 같은 마음의 시선으로 눈을 맞추기 위해 고민하고, 아이에게 나의 시선이 늘 따듯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를 오늘도 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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