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사랑하는 걸까

마음의 크기 From. 나의 어린왕자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란 말은 연인 사이뿐만 아니라 아이와 나 사이에도 성립되는 공식 같다. 당연히 부모가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한다고, 나 역시 그게 당연하듯이 여겼었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자랄수록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 아가였을 땐 모든 부분에서 나를 필요로 했기에 당연히 사랑하는 마음 듬뿍 담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이 되어 주었었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고, 처음에 모든 것이 신기하고 기특했던 것들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면서부터 였을까? 아이를 향한 마음의 표현들이 나도 모르는 새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다. (왜 당연해지고 익숙해지면 무시되는 걸까?)

아이를 혼내고 혼자 화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을 때에도 아이는 금방 돌아서서 나에게 말을 걸고 안기려 한다. 그럴 때 난 아이를 안아줄 마음이 들지 않아 피하거나 억지로 내 감정을 체념한 듯 안아주었었다. 하지만 아이는 누구보다도 엄마의 감정을 잘 느꼈을 것이다. 계속해서 엄마가 화가 풀렸나? 눈치를 보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나를 더 사랑하나?...’ 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엄마니까, 내가 낳았으니까 난 내 아이를 사랑해.라고 당연시 여겼던 마음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니라 나도 노력이 필요하단 걸 알았다.

나의 어린왕자는 표현을 할 수 있는 시기부턴 나보다 더 많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던 것 같다. 덧붙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물론 우리 아이의 기본 장착된 립서비스도 한몫 하지만, 표현해야 마음을 알 수 있고, 그 마음이 커지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아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마음이 노력해서 변해? 말도 안 돼. 싫은 건 싫은 거지.’라고 생각했던 젊었던 나는, 엄마가 되고 나의 아이에게서 그게 아님을 배웠다. 마음은 생각하고 표현하는 대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상대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 노력은 더 필요할 것이다.

아이가 훌쩍 자란 엄마들은 외롭다고들 한다. 아이랑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적고, 사춘기 시기를 지나면 부모와는 거리를 둔다고 한다. 그때 돼서 어릴 때 잘해줄걸~ 이란 후회는 하기 싫다. 지금도 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과 정도가 서로 엇갈려 짝사랑하지 않게, 마음의 크기가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나도, 아이도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