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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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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un 03. 2021

내가? 하늘인 나의 아이

존재의 의미 From. 나의 어린왕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난 후 자연스레 나의 모든 시간, 관점들은 아이를 향해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땐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였고 나름 엄마의 삶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오랜 시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 보면 가끔 현타가 찾아왔다. ‘나 뭐 하고 있지? 밖에서 들으면 원맨쇼 하는 미친 여자가 있다고 생각하겠네.’ 어이없어 웃어보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론 정의 내릴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아마도 엄마가 되기 전의 ‘나’라는 존재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아이가 숙제를 하다가 엄만 뭐가 되고 싶었어? 엄마가 좋아하는 건 뭐야? 묻는 아이의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날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난 뭘 잘하지? 하고 싶은 건 뭐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가장 원론적인 질문에 다다랐다.


처음 아이가 태어나 안았을 때 알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아이는 어땠을까?

내가 세상의 전부인 나의 아이, 내가 누군가의 하늘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자기 검열할 틈도 없이 나의 아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엄연히 말하자면 못한 거겠지만;;) 나를 자신의 ‘하늘’로 받아줬다. 단지 내가 ‘너의 엄마’라는 이유로. 나 역시 누군가의 ‘전부’가 된 것은 처음인지라 어설프지만 나만을 바라보는 아이를 위해 내 선에서의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육아는 같은 일이 반복인 듯싶지만, 늘 다르고 새롭다. 그래서 난 ‘엄마’라는 직업이 제일 어렵다.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내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는 아이를 발견할 때면 다그치고 혼내고, 돌아서서 내가 너무 심했나? 다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선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런 나인데도 나를 좋아해 주는 아이에게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엄마가 왜 좋아?” 돌아온 아이의 답변은 “내 엄마니까!” 맞다. 난 아이에게 그런 존재였음을 다시 확인받았다.


생각해 보면 엄마가 된 순간부터 아이는 나의 삶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일까, 나도 모르게 내가 했던 행동들이 내가 아이를 나의 소유물로 착각했던 건 아닐는지...

아이를 나의 종속된 존재로 바라보지 말고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려서 잘 모르는 것 때문에 무시하지도 않을 것이고, 아이의 말과 생각에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나를 검열하기 위해서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난 나의 어린왕자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엄마라서 막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그러려면 지금 내가 아이를 그렇게 대해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 내가 ‘너의 엄마’라는 것만으로도 내 아이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난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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