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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Dec 03. 2022

일단 시작하기

3일 차. 시작

바쁜 아침, 본업의 시간을 정신없이 마치고 커피 한잔을 내려 책상에 앉아봅니다. ‘자, 이제 시작을 해볼까?’ 호기롭게 마음을 다잡고 좋아하는 노트와 펜을 준비합니다. 이 행위들 조차도 얼마만인지, 이것도 시작이라면 시작인 것 같습니다. 예전과는 조금 다른 일상의 변화였으니까요.  노트를 펼쳐 하얀 종이 앞에서 다시 멈칫, ‘뭐부터 써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가 그동안 머릿속에만 산재되어 있던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적어 보았습니다. 말이 안 되는 것도, 왜 이걸 썼을까 싶은 내용들도 있었지만 일단 적어봅니다. 하지만 막상 적어놓고 보니 고작 이 정도의 에피소드로 그림책에 도전하겠다고 한 건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꼭 마침표를 찍겠노라 결심했으니, 우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같은 소재를 다룬 여러 콘텐츠들을 조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같은 부류의 그림책을 비롯해 시, 소설, 영화, 전시 등등. 같은 소재더라도 작가의 시각에 따라 혹은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존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상상과 멋진 표현에 감탄과 함께 한가득 부러움이 생겨나, 결국 시작도 전에 기가 눌려 버렸습니다. 사돈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격이라기 보단 아직 그럴 깜냥도 되지 않기에 그건 아니고, 저도 모르게 선호하는 기존 작품을 따라 하게 될까 봐도 걱정되고, 기존의 것에 스스로 저를 가둬 상상을 제한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땐, 아이와 노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의 소재가 아이와의 대화에서 나왔듯이….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는 금방 알아챕니다. 엄마가 뭔가 의도를 가지고 말을 거는걸 말이죠. 이 엄마의 야망이 가득 담긴 대화 속에는 별 소득이 없었지만, 결국 아이의 생활 속에서 그림책 주인공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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