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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ludenshomo Jan 25. 2017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켄 로치와 다니엘 블레이크, 여전히 뜨거운 노장들이여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첫 장면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비교적 명확히 제시합니다.

질병수당신청을 위한 인터뷰에 응하는 '다니엘 블레이크'의 태도를 통해 그의 성격을 보여주고,

자동응답기같은 직원으로 인해 시스템의 부조리함을 짐작하게 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복지국가라는 미명 좋은 허울아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비춥니다.


다니엘은 경력과 실력을 갖춘 목수지만 건강 악화에 따른 의사의 권고로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케이티'는 젊은 미혼모로서 학업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만,

당장 눈 앞에 닥친 생계문제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연령과 성별, 살아온 환경 등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은 이 둘을 연결해 주는 것은

사랍답게 한 명의 시민으로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입니다.

그러나 두 개인에 비해 시스템이라는 장벽은 너무나 높고 견고합니다.

결국 그들이 다니엘의 말에 신경이라도 기울이는 순간은 그가 합리적으로 따져 물을 때가 아닌,

건물 벽에 낙서를 하고 지나다니는 이들의 관심과 환호를 받을 때입니다.

(결국 그것도 자신들의 건물 벽에 낙서를 했다는 분노와 당혹감 때문이긴 하겠지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장면을 가장 인상적으로 보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죠.

이 장면과 더불어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젊고 예쁜 여성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였을 때 결국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죠.

케이티가 그런 일을 하게 됐단걸 눈치챈 다니엘은 그녀를 찾아갑니다.

왜 찾아왔냐고 화를 내는 케이티에게 다니엘은 "I built your bookcase.", 

즉 너를 위해 책장을 만들었다는 말로 대답합니다. 저는 이 대사가 참 좋았고, 잘 쓴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케이티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일은 하면 안 돼." 식의 말을 늘어놓는건 

얼마나 이기적이고 공허한 행동인가요.

그런데 다니엘의 케이티를 향한 신뢰와 애정을 모두 보여주는 

한 줄의 대사로 인해 제 마음까지 무장해제당했습니다.


더불어 최근에 영화를 보며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 사이가 

이토록 서로 온 맘다해 지지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관계인 것을 본 적이 있는지 자문하게 됐어요.

결말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좋기 때문에 꼭 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로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에게 아낌 없는 박수와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추천지수: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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