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이런 영화가 더 필요하다
<히든 피겨스>는 익히 알려져있듯이 매우 유쾌하며 매끄럽습니다.
몇몇 장면들은 뭉클한 감동을 주고, 특히나 음악이 적재적소에 잘 쓰였지요.
아마 이 영화를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주류 영화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주입했기에 누구에게나 무리 없이 잘 받아들여질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적으로만 보았을 때 독창적이라거나 참신한 구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흑인, 여성, NASA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태생적으로 눈에 띄는 영화일테지요.
이 영화는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경쟁이 가열화되던 시대, NASA에서 큰 역할을 한 세 여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 여성의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좋아서 '베스트 앙상블상' 수상이 십분 이해되더군요.
그러나 이 세 사람 각자가 모두 엄청난 능력을 바탕으로 그에 걸맞는 업적을 세웠기에,
한 영화 안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엔 턱없이 모자라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남성이었다면 모두 단독 영화가 만들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씁쓸함 역시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마다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결국 남성이란 사실도 걸리는 지점입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지지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 관객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영화이네요. 소년소녀를 가리지 않고 말이죠.
<고스트 버스터즈>와 <모아나>에 이어 이런 영화가 계속해서 극장에 걸린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니까요.
또한 이 영화가 백인 남성들의 할리우드라는 견고한 카르텔에 끼칠 영향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부디 제가 변화의 시작점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 맞았으면 하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