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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ludenshomo Jun 16. 2016

<걸어도 걸어도>

가족영화를 감싸고 있는 서늘한 감정

<걸어도 걸어도>는 일견 소소한 가족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서늘하기까지 한 감정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죠.
따뜻해보이는 포스터나 스틸컷을 보고 이 영화를 선택하신 분들이라면 적잖이 당황감을 느끼실 것 같네요.
어떤 장면은 오싹하기까지 하니까요.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장면들은 주로 키키 키린에 의해서 완성되는데 연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언제나 만족감을 줬던 배우지만, 이 영화에선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오묘한 분위기를 배가시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따뜻한 시선의 낙관주의자로 생각하지요.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최근의 작품 경향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오히려 염세주의자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히 이 작품을 보고서 더욱 그렇게 느꼈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족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족이란 존재가 때로는 짐으로 다가오고 부담스럽기도 한 순간이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정이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최근작인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가장 먼 작품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무의미와 허무가 떠다니는지를 관찰하고,
심지어 그것이 가족 관계에 있어서도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죠.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서로의 머리 속에서 어긋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합니다.
"꼭 이렇게 한 발 늦어." 라는 아들의 말처럼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늘 미끄러지고 결국엔 엇갈리고마는 인생 속의 불행을 담담히 바라봅니다.
결국 우린 그것이 불행인지 아닌지도 모른다는 것이 진정한 아이러니겠지만요.
부족한 이해력과 필력으로 글을 적으려니 작품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지만
명작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으니 꼭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네요.



추천지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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