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수다 노트 1.
모든 적폐는 청산될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가리킨다면.
본 글은 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를 소개하고, 국내 유일 ‘정치극 페스티벌’인 권리장전의 역사로 남을 수다회원으로서 적폐 탐구의 발자취를 가리키기 위함이다.
올해는 필자에게 사뭇 뜻깊은 해다. 권리장전 원조적폐의 관객수다회원(이하: 수다회원)으로 참여하며 정치극의 향연과 함께 하반기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매주 목요일, 공연을 본 뒤 엄현희 연극평론가의 진행을 통해 관객수다가 시작된다. 가장 사유가 따끈한 지점인 ‘연극이 끝난 뒤’ 연우무대에서 관객과 창작진이 모려 수다를 떤다. 권리장전 ‘정치극 페스티벌’은 배우의 현존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뉴스를 매주 접하는 감각을 선사해주었다. 그만큼 동시대 연극 작업자들이 무엇을 ‘적폐’로 상정하며 한국사회의 병폐와 고리 지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자리였다.
권리장전의 시작을 논하자면 단연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그 뿌리를 거슬러 내려가자면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 아직도 규명되어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한 세월호도 자리할 테다. 권리장전은 세월호, 검열, 블랙리스트, 광화문 블랙텐트와 같은 박근혜 전 정부의 공시적 흑역사 가운데서 태동했다. 아직 무언가 끝나기도 전에, 그리고 새로운 아픔을 직면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시간이 오기도 전에 또다시 도래하는 비극의 역사 속에서 연극계의 자발적인 움직임 즉 ‘연극으로 이야기하겠다’는 각오로 시작된 것이다.
권리장전은 매 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명의 창작자들을 통해 매주 다른 공연을 선보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선정되는 주제와 작품 주제의 적합성’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열린 정치극 페스티벌이다. 권리장전 2016 검열 각하, 권리장전 2017 국가 본색 그리고 권리장전 2018 분단국가를 거쳐 지금의 ‘원조적폐’이라는 주제가 나왔다.
적폐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한다. 적폐는 친일파, 미세먼지, 거짓말, 인간 자체, 학교폭력, 갑질, 박정희, 이승만, 마네킹 등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자기 자신’이 적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원조적폐’라는 주제는 이러한 적폐가 실질적인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사유하고 성찰하게끔 해준다.
필자의 관객수다 노트는 아래와 같이 구성될 계획이다. 총 12개의 노트이며, 필자가 관극한 작품만으로 노트를 쓸 것이다. 그리고 관객수다때 창작자들과 나눈 대화, 그 과정에서 필자의 개별적 질문을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된다.
노트 1. 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 가리키기
노트 2. 프로젝트 럼버잭X극단 행 <슬기로운 적폐생활>
노트 3. 극장 시9 <우리 박사장의 식칼>
노트 4. TEAM돌 <민중의 적>
노트 5. 친구네 옥상 ART <춘의 게임 : 나쁜 놈들의 대한민국 현대사>
노트 6. 극단 산수유 <馬山>
노트 7. 창작집단 동이문 <홍길 동(動) 전>
노트 8. 종이로 만든 배 <403호 아가씨는 누가 죽였을까?>
노트 9. 작은 곰 <월하의 공동묘지를 보며>
노트 10. 극단 노마드 <하녀들>
노트 11. 극단 송곳 <THIS IS HAMLET>
노트 12. 공놀이클럽 <진짜 진짜 마지막황군>
권리장전에는 김수희 예술감독과 더불어 든든한 두 기획자가 있다. 바로 최샘이 기획자와 강윤지 기획자다. 기획팀에서는 권리장전이 막을 내린 뒤 매년 관객수다 아카이빙북을 제작해준다. 올해는 특히 강윤지 기획자가 수고를 해줄 예정이다. 권리장전에 관심이 있다면 아카이빙북을 살펴보는것도 추천한다. 여러 수다회원들의 공연을 보는 다채로운 관점들이 정돈된 책이다.
또한 다가오는 권리장전 2020 ‘친일탐구’에도 큰 관심을 갖는 바이다. 현재 창작자들은(혹은 권리장전에 관심 있는 누구든) 대학로 코스타에서 활발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올해의 핫이슈였던 일본 불매운동, 연극의 아버지 친일 유치진, 위안부, 숨어있는 친일의 잔재들과 같이 피부에 민감하게 닿는 담론들이 무대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관객은 공연의 순간에 참여함으로써 보고 느낀 담론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밝힌다. 그것이 극장 안에서든, 극장 밖에서든.
마지막으로, 올해 권리장전의 커튼콜 영상을 첨부한다. 연우소극장의 그 자그마한 무대 위에서, 열정과 적폐를 향한 외침 정신으로 무장되어 연극으로 투쟁했던 모든 창작진들에게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