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장의 타임라인> 10월 12일
단종을 선언한 갤럭시노트7으로 금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손실분을 반영하여 7조 8천억에서 5조 2천억으로 수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신문에는 사내외에서 봇물처럼 터지는 자성론에 대한 기사도 언급이 되고 군대식 조직문화에 대한 언급도 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는 같지 않지만 마음이 저리고 아프기 그지없습니다. 개발 산출물을 내기 위해 피와 땀으로 얼룩진 엔지니어들의 노고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것은 삼성전자만의 문제일까요? 수십 년을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애사심이라고는 조직을 통틀어 뒤에서 손가락으로 세는 것이 빠르다고 자부하는 저이지만, 다른 조직에 비해 합리적인 우리 회사의 문화가 거론되기 이전에 이 보편적 조직의 문제는 청와대, 검찰, 공무원, 서울대 의대 등에서 신랄하게 보여주는 후진적 조직문화는 갤럭시노트7이 폭발하는 정도의 위기와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동석 교수의 칼럼을 다시 복기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민주적인 조직은 합의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토론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결정된 합의하고 동의를 했다면 조직은 빠르게 행동하고 협력합니다. 우리의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는 토론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필기는 제일 많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정권의 국무위원들이 받아쓰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사실은 온 국민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 아직도 있느냐?"라는 말 한마디에 문체부 국,과장들이 날아가는 현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장관들은 국민들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오직 그분이 내주신 숙제를 하기에 바쁘겠지요. 심기를 살피기 바쁩니다.
이게 청와대만의 문제일까요? 우리는 또 이 정부를 비판할 자격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위대한 국민일까요?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의 문화를 한번 살펴볼까요? 이건 회사가 될 수도 있고, 학교가 될 수도 있고, 나름대로의 협의체가 될 수도 있고 가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구성원으로서 리더가 결정을 해주길 바랍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논의를 하다가 결국은 리더가 결정을 합니다. 모두가 합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분위기상 따지면 회의시간 길어지니까 그냥 침묵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그냥 합니다. 왜? 시키니까... 다르게 접근했다가 실패하면 면피가 안되니까....
리더가 시킨 일을 하다가 결과가 좋지 못하면 괜찮습니다. 내가 결정한 사항이 아니니까...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가 공부하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습니다. 잔소리합니다. 명분이 있지요. 그렇게 살면 나중에 어떻게 네 인생을 감당할 것이냐고 하지요. 아이도 할 말이 있겠지요. 그런데 착한(?) 아이들은 잘못을 시인하고 컴퓨터를 끄고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 합의가 된 행동일까요? 우리 아이는 동력을 가지고 다시 자기 방에서 '아... 그렇구나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구나.' 하고 열심히 책을 펴 들었을까요?
집사람은 조금 부유하신 분들의 사치스러운 행동을 보면 늘 이런 뼈가 섞인 멘트를 날립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보지 않아서...."
합의를 하는 과정 멀고도 험난한 길이고, '이렇게 살아보지 못한 우리들'이 당장 이렇게 행동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요?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리석은 엉터리 같은 합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각해야 하고 적어도 우리의 잘못을 시인 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냥 술자리에서 밥 먹으면서 넌지시 우리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논제로 꺼내고 말을 좀 섞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언제까지 아파트 값 이야기하고 어떤 연예인이 누구랑 썰이 있다느니... 그런 이야기로 주제를 가져가야 할까요?
살아가는 것이 스트레스라서... 이렇게 가벼운 이야기로 시름도 달래야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갤럭시노트7은 사내 게시판에서 탑뉴스가 되면 충분합니다.
우리의 언론은 지금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우리의 정치와 사회의 병리를 짚어주어야 합니다. 이 한심한 언론이 아무것도 거론하지 못해서 우리는 알아서 팟캐스트를 찾아서 듣고 공부하지만, 이건 뒷담화로만 거론될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요? 자본이 언론을 지배하고 언론이 정치를 지배하고 정치는 개와 돼지를 지배하는 이 악순환은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지요?
우리 아이는 이제 곧 성인이 됩니다. 제가 아무리 정직하게 참되게 살라고 주문한들 그 아이가 이 더러운 사회에서 죽도록 얻어맞고 집으로 돌아온다면 그 알량하고 정직한 부모는 어떤 말로 아이에게 변명하고 위로해 주어야 할까요?
여러 가지 뉴스가 돌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속에서, 차라리 예전처럼 다 덮어버리고 드라마나 예능이나 보면서, 흥분해도 바뀌는 것이 없는 사회에서 이방인처럼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애사심이라고는 1도 없는 삼성전자의 한 노병이 애국심도 미래도 없는 한 명의 대한민국 노인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고민스러운 하루여서.... 피곤한데 저녁에 좌판을 두드리는 10월의 어느 밤입니다. 가을도 타고... 마음도 까맣게 타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