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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파랑 Nov 18. 2016

수능 - 좌절과 희망

<두장의 타임라인>11월 17일


잠을 설친 아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2017년 수학능력시험 평가의 날입니다.

"바빠서 그런데 조금 도와줄래요?"

젖은 머리를 털고 주방으로 가서 불고기를 볶는 프라이팬을 열심히 저었습니다. 노랗게 잘 말려진 계란말이가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집사람은 우주의 기운을 모아 <오방색> 도시락을 싸겠다고 아침부터 부산합니다.




83년의 겨울은 어김없이 추웠고, 그날 아침에도 어머니는 노란색 계란말이를 준비하셨던 것 같습니다. 눈이 왔었던 같고 오늘처럼 포근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3 때 기관지가 약해서 기침이 유난히 심했는데 시험 도중 나오는 기침을 어떻게 억제할까에 대해 걱정 되었습니다. 어두운 새벽 서대문 형무소 옆길로 버스를 타기 위해 터벅거리면서 몸을 움츠리고 내려왔습니다.


매일같이 때려대던 청와대 뉴스도 전 국민의 관심인 <수능> 앞에서는 잠시 꼬리를 감추는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노동개혁> <테러방지법> <사드 배치>, 지금의 대통령은 무능한 시대의 사기꾼이지요. 

반면에 당시의 대통령은 시대의 깡패였습니다. 80년 5 공화국 출범으로 '7년제 단임'으로 개헌을 했었던 상의 한중간이라서 권력의 은 시퍼렇게 살아있고, 나름대로 그리고 그런대로 안정된 경제상황에서  국민의 관심은 <여의도 이산가족> <멕시코 청소년 축구 4강> <이만기 씨름> 등으로 집중되었고, 10월에 발발한 <아웅산 테러 사건>은 지금처럼 국정원과 쓰레기 언론이 소설 쓰지 않아도 반공의식을 고취하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고름은 차 있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안정된 사회였습니다. 물리적으로 가난한 80년대의 수험생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사회구조야 어떻든 가난의 되물림을 끊어내는 방법분명히 있었습니다.


정신적으로 가난한 올해의 수험생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부모가 대기업에서 35억 삥 뜯어 줄 능력은 없지만 그곳에서 당당히 녹을 받아 전형료는 내고 있고 아이도 당당하게 진학하리라 믿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아직도 자유롭게 날아가는 하늘을 열어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에서 울린 휴대폰 벨소리에 고사장에서 퇴장당한 부산의 재수생의 SNS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지요?

'저랑 같은 시험실에서 치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창 집중해야 할 국어시간에 ㅠㅠ..'

쓰리고 쓰린 맘을 추스르고 담대하게 적어 놓은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변할 것 같지는 않은 사회구조도 조만간 변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규정을 준수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어떤 평범한 엄마의 딸에게서 풍기는 건강한 기운을 보았으니까요.


배임, 횡령, 권력 남용, 국민 기만, 업무상 과실치사...  수많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청와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친일이면 친일, 친미면 친미.... 세월과 역사 속에서 강의 바지춤을 잡고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며 반신반인이라격화된 그 아버지가 키운 따님은 대한민국을 농락하며 역겨운 냄새를 매일 쏟아냅니다.




전두환은 광주에서 폭력으로 606명의 생명을 빼앗았고, 박근혜는 무능으로 진도 앞바다에서 304명의 생명의 촛불이 꺼져감을 방치했습니다.

11월 광화문광장에 모인 위대한 시민의 아들과 딸들... 이들 <세월호 세대>의 아프지만 건강한 아이들은 역사의 현장을 기억할 것이고, 거꾸로 흘렀던 세월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그리고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겠지요?

이달 토요일 저녁에는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은 잠시 결방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오천만의 감독관이 노려보고 있는 피의자는 광화문과 전국에서 울리는 시민의 함성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녀의 시크릿 가든에서 말이지요.

철거되는 서대문 금화아파트. 2013년.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장. 수원동원고. 2016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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