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원의 아침편지> 12월 12일
삼순이
만사가 귀찮다.
잘 움직이지 않는다.
고양이 비스킷
손에 떠 받들어
입에 넣어 주면
마지 못해 먹는다.
뭉치는
서서히 눈이 멀어갔다.
그리고 이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 비스킷
바닥에 내려 놓고
탁탁 두드리면
그제서야 알아 듣고 찾아 먹는다.
호두는
부지런하다.
눈망울 반짝거린다.
고양이 비스킷
멀리 멀리 던져도
뛰어가서 찾아 먹는다.
2012년
만사가 귀찮아
투표하지 않았다.
2014년
진도에 가라앉던 그날
비로소 눈을 뜨고 울었다.
2016년
나는 버스타고
멀리 광화문 간다.
버려진 인권을 정의를 민주를
찾아서 외친다.
공양미 삼백석에
눈뜬 심봉사처럼
삼백명 금지옥엽 내 새끼들이 제물이 되어서야
비로소 눈 뜬 시민들이 모여있었다.
이제는 설 수 있다.
이제는 볼 수 있다.
이제는 뛸 수 있다.
굳게 잠긴 청와대 TV 뒷편에 던져진
가면 쓴 여의도 배우들의 발밑에 버려진
우리의 권리를 찾아서
3월에 이루지 못한 기미만세
4월에 이루지 못한 혁명의 꿈
5월에 이루지 못한 광주항쟁
6월에 이루지 못한 민주주의
일어서라
눈을 뜨자
뛰어 가자
언제까지 우리는
상식 밖에서 살아야 하나?
일어서라
눈을 뜨자
뛰어가자
언제까지 우리는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삼순아
뭉치야
호두야
일어서라
눈을 떠라
그리고
힘차게 뛰어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