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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파랑 Jan 14. 2017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씨네왕자 부크공주

다큐멘터리

한국

2017.01.12 개봉

감독 : 김진혁

출연 : 강지웅(본인), 권성민(본인), 조승호(본인), 노종면(본인), 정영하(본인), 이용마(본인), 최승호(본인) 외


2008년 YTN MB정부 낙하산 사장 선임.
2008년 10월 5일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참여한 6명 해고, 27명 중징계.
2010년 MBC MB정부 낙하산 사장 선임.
2012년 MBC 낙하산 사장 반대 및 공정 방송 쟁취 파업에 참여한 6명 해고, 37년 중징계.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는데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동수원 CGV까지 가야 하고, 하루 한편 상영이라서 선택의 여지도 없다. 할리우드식 액션 영화도 인기 있는 웹툰을 시나리오로 히트를 치는 상업영화도 아니다. 그냥 놓쳐서 보지 못하면 조금은 아쉬울만한, 집에서 볼 수도 있음 직한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수준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 영화 보자고 주말에 기숙사에서 나온 아이를 끌고 영화관으로 가는 것은 무슨 동력일까? 혼이 비정상인 나라의 국정 운영과 뭐가 잘 못되었는지 모르게 엉켜버린 사회 시스템에서 그래도 제 자리를 찾아야 하기에 어렵게 버티고 활동하는 그 누군가도 있는데, 단지 몇만 원의 <스토리 펀딩>을 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후 6시 50분에 입장했는데 그 넓은 영화관에 두 분이 앉아 계신다. 조금씩 꾸역꾸역 입장 하시는데 한 이십여분 입장을 하고서야 무자비하게 한참을 던 광고가 드디어 끝나고 메인 영상이 시작되었다. 내 돈 내고 영화 보는데 광고는 왜 이리 많이 하는지.....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언론인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국민들은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

라는 Starting 자막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자행된 'YTN 언론 탄압과, MBC의 해직 언론인들'에 대한 영화이다. 2008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언론 특보 출신 사장 선임에 반대했던 YTN 기자 6명이 해직되었고 이에 대항하고 싸우는 과정에서의 기자들의 사회적 양심과 인간적 절망감에 대한 이야기를 화려하지 않은 영상으로 담아내었다. 권석재, 정유신 기자는 <뉴스타파>에서 노종면 기자는 <국민 TV>에 몸을 담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권력의 부당한 해고에 항거하고 그들의 직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방송을 장악할 의도도, 방법도 없다"던 박근혜 정권에서는 더욱더 사태가 요원해진다. 영화 속에서 한 해직 기자가 그랬다.

"좋은 일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자꾸 기억해 달라기도 미안하다고... "

맘이 아프다. 우리는 너무 어처구니 없는 일에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10년의 민주 정부에서 우리는 70년의 과거의 아픔을 너무 쉽게 잊은 것은 아닌지.... 2014년 11월 대법원은 6명 가운데 3명(권석재‧우장균‧정유신)에만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3명(노종면‧조승호‧현덕수)의 복직은 요원한 상태다. 지난 22일은 YTN 언론인 해직 사태가 3000일 되는 날이었다.


 2012년 공정 언론 회복을 기치로 진행된 파업을 시작된 MBC의 해직 PD와 기자들의 이야기는 영화의 또 한 꼭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노조의 간부도 아니고 평범한 언론사의 직장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정직한 이들이다. 정의롭게 방송의 본질에 충실하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는 감추고 싶었던 치부였기에 그들은 또 부당하게 해직되고 정직되고, 이들을 지켜보는 또 다는 누군가에 언제고 자신도 그렇게 해고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것은 또 참담한 관성이 되었다. 해직된 언론인들은 끝없는 현실에 대한 커다란 좌절을, <개쓰레기> 소리를 들으며 남아있는 언론인들에게는 그보다 더 큰 굴욕을 가슴에 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후배 기자들이 한 때는 믿고 따르고 존경했을 선배였던 배석규 당시 YTN 대표이사 사장은 도리어 이들의 구속을 지시하고, 배신감에 휩싸인 후배들의 처절한 아우성에도 안면몰수한다.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 케이블 TV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며 대통령 훈장을 수상할 때 만면에 미소를 띤 그의 얼굴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이와는 반대로 최일구 전 MBC 앵커는 파업 집회에 참여한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집회 현장을 찾았다가 "너희들 여기 와서 뭐 하고 있는 거냐. 이 시간이면 보도국에서 기사 쓰고 있고, 9시 '뉴스데스크'를 준비해야 하는데"라고 소리치며 비탄스러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한없이 애잔하다.

 

                                                                                                                                       

 “누군가는 암과 싸우고 있었고, 누군가는 다른 생업을 찾아냈고. 결국 아직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말처럼 '독립된 나라에서 독립운동 하듯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복막암 판정을 받고 싸우는 MBC 해직기자 이용마 기, 자신이 좋아하는 목공으로 스피커를 만드는 박성제 기자, 그리고  독립군 <뉴스타파>의 최승호PD 등을 전하는 12일 JTBC <뉴스룸>. 이날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소개한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에 다소 떨림을 느꼈다. 애써 냉정함을 유지하고자 했겠지만, 지난 2008년 YTN 파업 당시 한 언론인이 “그렇게 방송 잘하자고 제대로 뉴스 해보자고 했던 게 겨우 이런 겁니까? 제 젊음을 다 바쳤습니다”라고 울부짖는 영상을 바라보는 손석희 앵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 권력의 무릎 위에 앉아서 귀여움들 독차지하는 <랩독>, 그 자신이 기득권에 편입되어 권력을 지키려는 <가드독>으로 분류한 언론의 행태.


 힘겨운 그들의 싸움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고, 누군가에게는 예쁘고 철없는 금수저 아이들에게 사주는 벤츠 승용차 한 대 값 밖에 되지 않은 7천만 원 스토리 펀딩으로 모아 어렵게 어렵게 개봉관을 확보하면서 '좋은 일도 아닌데 기억을 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무한도전> 방송시간에 내보내면 좀 더 쉽고 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그들의 메시지를 이렇게 어둡고 멀리 떨어진 좁고 썰렁한 영화관에서 보고 있다. 그들을 그렇게 그들의 직장에서 내 쫒은 것은 과연 무엇인까? 그 간사하고 비열한 이명박근혜 정권도 아니고 더럽고 추악한 대기업의 자본도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나약하고 타성에 젖은 우리들의 사회적 무관심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만인 복직이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는 질문에 정용하 전 MBC 노조위원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모든 노조원들을 모아서 큰 절을 올리고 싶어요."


 우리에게? 과연 우리는 우리의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발버둥 치면서 희생된 이 정직한 언론인들에게 큰 절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YTN의 배석규 전사장, 김재철 MBC 전사장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참담한 관성의 한 모습이 아닐까? 그리고 조금이라도 우리 우리의 아이들이 이웃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자신의 마음속에 감염된 이 바이러스를 치유하기 위해 좀 더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했으면 한다. 진실과 함께 침몰한 대한민국의 언론, 이제는 미친 듯이 달리던 트랙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우리와 우리 주변을 다시 돌아보자. 그러면 깊은 바닷속에 침몰한 세월호도 언론도 그리고 아픈 우리의 자존심도 인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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