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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파랑 Oct 16. 2016

타이타닉

<두장의 타임라인>  9월 15일, 추석.

"200만원 입니다."

화들짝 놀란 집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 견적이 나왔는지 궁금했습니다.

"잔짐이 많으세요."

9년 전 모두가 판교를 기다리느라고 동탄신도시는 2순위 3순위에게도 기회가 주어졌고, 6.25 전쟁 피난 하 듯이 우리의 보금자리는 남으로 남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점점 멀어지지만 대신 평수는 커지고 있었습니다.

대세가 붙박이라서 옷장도, 이불장도, 책꽂이도, 책상도, 식탁도 모두가 새롭게 설계한 인테리어로 제작하여 빌트인 했습니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침대와 거실장 말고는 들어낼 것이 없는데 5톤 트럭 2대에 200만원이라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사업체를 불러 견적을 다시 받았습니다.

"220만원 입니다. 잔짐이 많으세요."

이쯤 되면 집사람도 이사업체의 바가지 견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은 우리 이파트의 분리 수거일입니다.

조금 오래된 물건 재활용 수거함에 슬그머니 밀어 넣었습니다.  집사람을 귀신처럼 베란다 한편에 다시 꺼내 놓습니다. 아이들이 그렸던 그림이 담긴 스케치북, 미술시간에 만든 소품 등... 뭐 대강 그런 거지요.

"이것 이제 다시 꺼내서 볼 일 있을까?"

"아니야. 나중에 다시 꺼내 보면 얼마나 좋은데....  버리고 싶으면 차라리 나를 버리세요. 나를!"

처가의 알뜰한 가풍이 고스란히 몸에 배어있는 집사람 덕에 그래도 알량한 봉급 생활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집사람도 이제 조금씩 다시 이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액자에서 빛바랜 사진은 떼어내고 구식 액자는 재활용 수거함으로 들어갔습니다.


19세기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는 항구를 넓히며 조선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이 당시 조선사 <Thomas Andews>와 <Hoaland and Wolff> 두 회사가 손잡고 제작한 선박 <타이타닉>.

길이 269m, 20층 높이의 이 배의 외부 건조도 많이 걸렸지만 내부 마감도 3,000여 명이 10개월을 소요된 것이 내부의 화려한 1등석의 인테리어 때문입니다.  

"My heart will go on..."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캐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진 것처럼 1,2,3등석으로 나뉘었고, 1등석과 3등석을 구분하고 통제하기 위해 만든 출입문으로 인해 침몰 당시 3등석 승객들이 70% 이상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2012년 타이타닉 침몰 100주년을 기념해서 그곳 벨파스트에는 <타이타닉 박물관>이 오픈되었다고 합니다.

2,200여 명의 승선자 중 선장을 포함 1,500여 명의 배와함께 차가운 심연으로 가라앉았고, 현재까지도 이 미스터리 한 침몰에 대한 연구는 끊이지 않습니다.


금주는 북에서는 <북핵실험>, 남에서는 <지진>으로 대한민국은 쉼 없이 흔들립니다.

악재를 악재로 덮은 무능한 정부에게 이런 소식이 터져서 얼마나 고맙겠는지요. 이런 대형 뉴스가...

우리 국민 분노의 마음을 알고 있다면 미국 항공사는 7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탑승을 막을지도 모릅니다.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 인양.

선체에 대한 절단이 논의되고, 세월호 특조위는 예산을 이유로 연장이 불가하다는 못된 정부.

집사람은 세월호 뉴스만 보면 비명을 지릅니다.  저 또한 먹먹한 가슴과 더불어 치미는 분노를 감출 수 없습니다.

움직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방송은 구조될 수 있는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그 아이들은 과연 그냥 남의 자식일까요?  이 못 된 짓을 한 우리들의 잘 못을 왜 돌아보지 말라고 하는 것인지요?

<대한민국이 잘 못 만들어 놓은 커다란 창틀> 속에 서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면서, 또 우리의 아이들에게 잘 못된 생각과 행동을 강요하고 그 틀에서  나오지 말라고  는 것은 아닌지요?


진실은 한 점의 훼손 없이 인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세월호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파서 찾았던 그 팽목항에 다시 박물관의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끊임없이 울어야 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내 자식이 세월호에 타고 있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또 다른 배에서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대입과 취업을 위해 과적 같은 스펙과  낧은 이념들...

그 현실을 바라보지 않는 한 우린 또다시 1등석, 2등석, 3등석으로 나누 타고 있는 <타이타닉>처럼 서서히 차가운 헬조선의 검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수 도 있으니까요.


집사람이 소중하게 분리한 빛바랜 사진 한 장, 어설프게 진흙으로 구워진 찌그러진 사기 컵 한 조각.

수십 번을 이사한 많은 집들 중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던 이 보금자리에서의 아련한 기억을 끌어내는 조그만 매체가 되겠지요.

그리고 이 곳에서 일어났던 즐거운 추억,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올리며 아이들은....

내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인생에 끝없이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영화 <타이타닉>. 1997년
동탄 신도시의 눈내린 풍경.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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