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장의 타임라인> 5월 14일
오랜만에 찾아오는 평화입니다.
아이들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저 늙은 군인의 밤샘작업도 마무리되어가네요.
회사에 출근해서 사내 메일은 안 보고 인터넷도 뒤적거리면서 조금 여유도 부려봅니다....
후배 사원들 눈치도 좀 보면서 말이죠.
이래도 되나? 맘 한편은 불편하지요...
불편한 맘으로 농땡이 치면서 발견한 기사 또한 불편합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성과 연봉제 도입 관련 기사입니다.
<취업규칙>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에 취업의 조건에 관하여 정한 규칙으로, 근로기준법에 의해 10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노동시간, 임금, 신분보장, 퇴직과 수당, 안전, 위생, 복지 문제 등에 대해 작성해서 신고해야 한다. 이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에는 노조의 합의를 받거나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자산관리공사는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을 의결했는데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던 것이지요. 소위 말하는 각개 격파. 한 사람씩 불러서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하면 못하겠다고 말할 사람은 그 누구겠습니까?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화두로 삼는 것은 현 정부의 <노동개혁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 높은 연봉 주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문제는 그 돈이 <저성과자>에게서 나오는 것이지요.
일 잘하는 사람 많은 돈 받고, 못하는 사람 적게 받는 것은 또 뭐가 나쁜 일일까요?
나쁘지 않습니다.
단지 사용자가 이 <저성과자>들에게 무한 폭력을 자행하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만 있다면.....
성장 동력이 멈춘 대한민국.
열심히 남들 해놓으면 부지런히 베껴서 돈 버는 기업들...
잘 했지요.
그러나 이제 <패스트 팔로워>로서 쫒아온 선진국들의 등 뒤에서 그들을 앞서 가려하니 실력이 없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에 의해 약간의 왜곡이 되긴 했지만 <창조>라는 좋은 단어 여기서 써야지요.
뭔가 앞서가는 것. 그것이 개인의 역량으로만 만들어질 까요?
아니죠. 한 명의 인재는 십만 명을 먹어 살리기 어렵습니다. <crowdsourcing>라는 단어도 조직 내도 부족해서 조직 외로 오픈소스 하는 것입니다.
<창조>는 이타심을 바탕으로 같이 고민해야 성립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서로를 경계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은 또다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논픽션 작가 커트 아이헨 월드 (Kurt Eichenwald)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현직 임직원들을 인터뷰하고 내부 자료를 검토 분석한 결과를 미국 월간지에 <Microsoft's Lost Decade>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발표했습니다.
"스택 랭킹(stack ranking) 이 회사를 망치고 직원들을 떠나가게 했다.
직원들의 경쟁의식을 높이려고 도입한 제도가 협업 분위기를 망쳐놨다.
직원들은 구글 등 떠오르는 IT 강자들과 경쟁하지 않았다. 대신 내부 동료들과 경쟁했다.
한 부서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기계적 비율에 따라 하위등급 직원이 나왔다.
관리자들의 내부 권력투쟁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평가가 관리자에게 얼마나 잘 보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폐단도 드러났다."
이 글을 읽으면서 최근 저의 <잃어버린 10년>을 떠 올립니다.
그렇군요. 저는 저의 동료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데 너무 소홀했나요?
임금피크제로 5년 더 일하면 임금의 41%가 줄어듭니다.
쉬운 해고로 매년 10%씩 해고하면 5년 뒤 살아남는 노동자는 59%입니다.
이것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법>이지요.
임금피크제가 청년 고용률 증가라는 어설픈 이유로 부모와 자식 간의 총부리를 겨누고, 쉬운 해고는 <노동유연성과 성과지향>이란 모호한 단어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총부리를 겨누어야 합니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이렇게 살아남은 카인은 또 다른 카인에게 쫓겨서 <에덴의 동쪽>으로 떠나가야 하는지요.
제가 태어나서 싫어하면 안 되는 대학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어수룩한 속임수로 <노동개혁> 추진하지만
제가 그토록 싫어하는 극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노조가 없거나 금지한 나라는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은 늘 산재를 입고 보호받지 못한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총선에서 어설픈 태도로 어용노조가 아닐까 의심되는 <한국노총>.
그들의 제대로 된 싸움을 한번 지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