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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Jul 09. 2019

인텔을 버리고 스타트업 취직 후 솔직한 심정

Written by 윤, Edited by 클래미

3년 전, 인텔 미국 본사에서 최종 오퍼를 받았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회사였기에 엄청 기뻐 날 뛴 기억이다. 특히, 여러 군데에서 추천서를 부탁했고 몇 개월 간 열심히 준비한 노력의 결과였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난 인텔을 버리고 전기차 스타트업에 취직하기로 결정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다 보니 어느새 2년 반이 훌쩍 지나갔다. 근데 회사가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심각한 자금난으로 내몰렸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직원은 몇 개월간 임금 체불을 당했다. 결국 난 회사에서 거의 반강제식으로 쫓겨났다.. 띠발


인텔(Intel)이라는 거대 대기업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들어갔는데 회사가 망했다.
하지만, 나의 결정에 백번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1 대학에서 전공 고르기

2011년 미시간 대학교 공대에 입학을 했다. 딱히 공부를 하고 싶었던 분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문과보단 이과가 더 맞는 것 같아 별생각 없이 공대로 지원했다.

울 학교 공대는 학부 기준으로 전미 랭킹 6위로 꽤 알아준다 한다고 한다 (걍 그렇다고..)


한국과 달리 미국은 큰 범주의 학과(Engineering, Business, Arts & Science 등)에 먼저 입학한 후, 보통 3학년에 전공을 고른다. 따라서, 입학 후 전공을 바꾸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별로 어렵지 않다.


1학년 때는 여러 공대 교양 수업을 들으며 보냈다. 그리고, 2학년 때부터 전공을 슬슬 정해야 했는데,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지식도 열정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불현듯 초등학교 때 과학자가 꿈이라며 동동 떠다니는 로봇을 그린 그림이 생각났다. 막연하게 로봇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다 생각을 했고 누군가 전자전기공학(Electrical Engineering)을 공부하라고 말했다. 그렇게 난 큰 고민 없이 전자전기공학으로 전공을 정했다.


졸라맨 로봇 부대와 과학자 가운을 입고 있는 미래의 나. 지금 보니까 완전 아이언맨인데?


#2 허무한 첫 창업 도전기

3학년 이후 창업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휴학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만들고 싶은 웹서비스가 있어서 반년 간 웹 프로그래밍을 밤낮으로 공부했다. 창업 관련 세미나, 캠프 등을 참석하면서 당시 트렌드에 대한 견해가 조금 생기면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기술 트렌드가 나의 흥미를 자극시켰다. 검색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한 가지 기술이 아닌 새로운 기술의 장(?)이라는 것이라는 걸 알았고 embedded software라는 직업도 알게 되었다.


원래 휴학의 목표였던 창업은 흐지부지 무산됐다. 하지만, embedded software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복학을 했다. 그리고, 공교롭게 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embedded engineering이라는 concentration을 가지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LA에 위치한 스타트업에서 Embedded Software Engineer로서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펌웨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대학생처럼 나도 학창 시절 내내 "뭘 하고 살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당시에는 참 괴롭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런 고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걸 찾게 되었던 거 같다. 어릴 때 꿈꿨던 과학자를 통해 전자전기공학을 공부하게 됐고, 만들고 싶은 웹서비스가 있어 휴학을 했는데 우연찮게 흥미로운 분야를 찾아서 지금은 그 일을 하고 있으니, "마음 가는 대로 하다 보면"이라는 말이 이러한 상황이지 않나 싶다.


#3 취준생 생활, 고난의 연속

졸업을 하고 한국에서 6개월의 휴식기를 갖고 미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취직에 돌입했다. "잠이 안 온다"라는 사람들의 말에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잠을 잘 자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불면증이 있을 정도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취준 기간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추천서(referral)의 중요성이다. 미국에서는 보통 서류전형을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필터링하기 때문에, 이 관문에서 수없이 탈락한다. 하지만, referral를 받으면 이 관문을 뛰어넘을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referral을 많이 부탁했다. 처음에는 염치없는 짓인가 생각돼서 물어보기 어려웠는데, 사실 referral도 추천인 입장에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피추천인이 입사할 경우 추천인도 몇천 불의 보너스를 받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referral을 가차 없이 부탁하는 게 팁이라면 팁이다.


정작 난 referral이 아닌 LinkedIn을 통해 입사를 했다. 리쿠르터가 직접 LinkedIn 메시지로 연락을 취했고 이런 형식으로 채용이 되었다. 요즘 80%(?)의 채용이 LinkedIn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하는데, 미국 취직을 염두하는 사람에게는 LinkedIn을 잘 활용하는 것도 팁이라면 팁이다.


3개월 동안 수소문 끝에 일본계 회사에 취직에 성공했다. 하지만, 회사의 문화와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맞지 않는 생각에 2개월 후 퇴사를 했고 또 취준 생활이 시작됐다.


#4 대기업을 버리고 스타트업 취직하다

최종적으로 인텔과 Faraday Future의 오퍼를 받았다. 당연히 인텔에 갈 줄 알았는데, 당시에 정말 고민이 많았다. 인텔은 대기업으로서 인지도, 좋은 복지 등이 있지만 Folsom이라는 시골 동네에 위치했고 포지션도 Test Engineer로 딱 내가 원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반면, Faraday Future는 고용의 안정성과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테슬러의 대항마로 알려진 정말 포텐셜이 있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 포지션인 Embedded Software Engineer로서 입사하는 것이었다. 2x2 표를 그려가며 장단점을 나열해 본 후 결국 Faraday Future를 선택했다.


스타트업이라고 해봤자 직원은 약 1500명 정도, 오피스도 통유리도 깔쌈하고 나쁘지 않은데
이런 시크 블랙 전기차를 만들기도 전에 회사가 망했다고.. 읍읍


#5 파산 후 또 스타트업 도전 ?!

2년 반 동안 죽은 듯 일했는데 Faraday Future는 파산 직전으로 내몰렸다. 투자를 더 이상 유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집으로 돌려보내 무급 휴가를 주거나 몇 개월간 임금을 체불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Faraday Future를 선택한 것에 전혀 후회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position을 선택했기 때문에 일하는 게 즐거웠고 또 hands-on 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어 테크니컬 한 부분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테크니컬 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직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미국 테크 업계에서는 학력이나 이력서보다 지원자의 능력과 경험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누구나 아는 회사를 가기보다는, 실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회사가 망한 후 몇 명의 동료들은 바로 옆동네에 Canoo라는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을 차렸다. 나도 여러 고민 끝에 여기에 합류했다. 결국 또 스타트업을 하게 된 것이다.


(담엔 꼭 대기업 가야지..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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