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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Jul 10. 2019

하버드, MIT 연구원이 말하는 취업기

Written by 호야, Edited by 클래미

미국 보스턴에서 하버드, MIT 등과 함께 일하며 Broad Institute이라는 비영리 연구재단에서 DNA 분석 연구원으로 1달째 근무 중이다. 멋지다 싶겠지만 사실 여기로 온 이후 비자 문제부터 비싼 집 렌트 값, 생활비, 연금 등 탈모가 올 정도로 걱정과 고민이 매일같이 밀려온다.


한국인 유학생으로서 힘든 3종 세트가 있다. 비자... 영주권... 시민권... (도람푸 스바ㅏ)


그럼에도 다른 데로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
여기서는 기회와 다양한 경험이 무궁무진하기에


하버드, MIT로 출근할 때는 임시 출입증을 발급해준다

#1 NASA 펀딩으로 똥을 연구하던 학부 시절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UIUC(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에서 학부를 보냈다. Agricultural and Biological Engineering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농대랑 생명공학을 결합한 전공을 공부했는데, 미생물을 이용해 똥을 에너지로 바꾸는 연구를 하곤 했다. (이것을 무려 NASA가 아낌없이 펀딩을 해줬다)


미국 명문 공립대학교 중 하나이며, 특히 공대가 개빡세고 한국인이 많기로 유명함


미국 대학교의 특징을 말하자면 놀려면 원 없이 놀 수 있지만 공부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교수님, 포닥 등을 통해 누구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미국 대학교는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 짱 박혀 있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학교의 분위기가 가지각색이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는 중서부 쪽에서 일리노이라는 주에 위치했는데, 그것도 도시에서 3~4시간은 들어가는 아주 깡 시골 옥옥수 밭에 있다. 눈도 1년에 반 이상 오고 10월부터 추워지기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기 짱인 환경. 그러므로, 학생들끼리 똘똘 뭉치는 경향이 강하다. (가끔 여기가 미국인지 강원도 시골바닥인지 헷갈리곤 하는데) 반면, 뉴욕이나 LA에 위치한 학교들은 좀 더 개방적이고 개인주의가 강하지 않을까 싶다.


#2 평생 우려먹을 기술을 찾으러, 대학원 Go!

일반적으로 대학교 졸업 이후 진로는 다양하다. 사기업으로 가거나 연구소로 가거나 등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지 정해진 길이 딱히 없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연구를 봐주시던 지도교수님이 "앞으로의 연구는 어떤 분야는 데이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해"라고 하시면서, 지금 내가 연구하는 분야인 Computational Biology를 추천해주셨다. 회사도 생각해봤는데 대학교 때 평생 우려먹고 살만한 스킬을 배웠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 위치한 카네기 멜론 대학원(Carnegie Mellon University)에 진학했다. 들어가자마자 든 생각은 내가 전공하는 분야가 뭔지 제대로 몰랐구나 하는 거였다. 생물학 반 프로그래밍 반 정도로 예상하고 둘 다 더 배워야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가서 보니 생물학은 이미 대학교 때 배운 것을 리뷰하는 느낌였지만,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거의 전과했다는 생각으로  data structure, algorithms, 수학, 코딩 같은 과목만 들었고, 2년 간 클래스 진도만 따라가기도 바빴다.


초록으로 위장한 회색 콘크리트의 삭막함과 널드들
이곳도 공대와 디자인이 유명하기 때문에 별 희한한 건물들이 많다 (안 가봐서 잘 모름)


학부 때는 똥을 연구했다면, 대학원 때는 주로 single cell RNA sequencing data 분석하여 automatic bioinformatician을 개발하는데 기여하는 연구를 했는데 이건 재미없으니까 패스. (사실 설명하기 귀찮은 것은 안 비밀..)


대학교와 대학원의 차이라기보다 학교 분위기의 차이를 느꼈다. 괜히 카네기 멜론 대학을 너드 학교라 불리는 게 아닌 걸 깨달았다. 그래도 하고 싶은걸 배우고 해 보니까 나름 재밌었고, 지금 내가 써먹는 모든 것을 그때 배웠다.


#3 미국 연구의 중심지, 보스턴 입성

대학원을 졸업할 때쯤 지금껏 배운 지식으로 미국 healthcare에 도움을 줄 연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precision medicine, identifying target genes for therapy 등 좀 넓었다.


사실 보스턴을 선택지 조차 없었다. 외국인으로서 우선 일자리를 구하는 게 주된 목표였기 때문에 나한테 초이스가 생기기 전까진 그다지 직장의 위치를 고려할 수 없었다.


대학원 때 하던 리서치가 빡세긴 했지만 재미있어서 리서치 포지션으로 지원했으며, 어떤 연구를 왜 하냐를 중점적으로 보고,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 의미 있는 일 하는데 지원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비영리 연구재단, 대학교 연구실, 바이오텍 회사 등)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Broad Institute라는 비영리 연구재단이다. 이 회사는 인간 DNA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설립된 곳이고, 여러 배경을 가진 연구원들이 모여서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곳인데, 사실 여길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친누나가 보스턴에 살기 때문..ㅎ


연구소라고 하기에 꽤나 깔끔한 대리석 인테리어
하버드랑 MIT가 있는 캠브릿지 도시에 본사가 있다


이 곳의 직장 문화에 대해 말하자면, 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지만 소속이 다르고 (하버드, MIT, 보스턴 병원 등) 연구실도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를 것 같다. 내가 들어간 연구실 분위기는 자유로우면서 독립적으로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를 한다. 물론 일은 각자 하되 언제나 팀원들과 상담할 수 있고, 그 누구도 방해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더 하도록 권장하는 분위기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층에 있는 다른 연구원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고, 복도마다 공짜 음식이 널려있다 :)


업무 시간은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기에 맡은 일만 다했다면 집에 가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복지라면 리스트업 하기에 너무 많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것들은 지하철 50% 할인권, 무료 Fitbit, 학자금 지원, 스텐딩 데스크, 무료 헬스 입장권 등이 있는 것 같다.


아직 동료들과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단계이다. 회사 생일이라고 야외에서 다 같이 바비큐 파티를 했는데, 각자 가족들과 친구들을 데려오고 홈 파티하는 분위기였다.


#4 나의 주말 버킷리스트

지금까지 보통 주말마다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누나 집에서 조카를 돌봤다. 그리고, 저번 주말에는 처음으로 회사 동료들과 암벽등반을 해봤다.


일단 보스턴에서 할 수 있는 주말 버킷리스트로 작성했다. 주변에 대학교들이 많기 때문에 학교 투어, 매년 하버드와 캠브릿지 대학교가 조정 경기를 펼치는 찰스강에서 카약이나 패들 보딩 하기, 과학 박물관과 아쿠아리움 관람하기, 주변에 공짜 야외 콘서트 놀러 가기 등 하나씩 도전해보려고 한다.

7월의 보스턴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1주일에 2번씩 하버드로 출근하는데, 점심때마다 푸드트럭이 쭉 나열된 모습
MIT로 출근했을 때 기둥 사이에서 보이는 보스턴 도심
투어 인증샷
주말에는 피크닉을 하거나 공짜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근데 어딜 가나 사람이..)
팔힘 이빠이 들어가지 않으면 낙오되기 쉽사리인 찰쓰강

참고로 보스턴의 월세는 정말 비싸지만, 동네마다 차이가 있다. 회사랑 좀 가까운 데를 찾고 룸메이트 없이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찾다 보니 방 2개에 월세는 3천 불 정도이다. 연봉이 8천인데도 솔직히 좀 힘들다.


이곳 지하철 역 앞에 노숙자들이 좀 많긴 한데 다른데 노숙자보다 좀 친절하긴 하다. (다른 도시에서는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가면 따라와서 욕하기도 한다) 대중교통은 어느 정도 편리하며, 차는 주차비만 월 몇백 불이 깨지기 때문에 유지하기 힘들 듯하다.

프로젝터를 샀다! 제대로 Netflix & Chill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지내서 좋다 ㅎ


#5 앞으로 이뤄야 할 것

일단 미국에서 재테크를 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지금은 국민연금이나 은퇴자금 같은 회사에서 서포트해주는 401K나 Roth IRA를 알아보고 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은 지금 하는 것을 잘 배우고, 2회 데이터를 뽑기 위해 실험실로 출근을 하는데 사람들과 가까이 교류하면서 연구원들이 쓰기 편리한 분석 툴을 만들고 싶다.

집 창문에서 바라본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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