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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Sep 10. 2019

일본의 10분 이발소, QB하우스의 3가지 특징

Written by 클래미

특별히 머리에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나 같은 경우 거의 주노헤어에서 머리를 자른다. 남자 커트의 경우 2만 원 후반 대라는 점에서 조금 비싼 편이지만 깔끔한 인테리어, 친절한 점원, 마일리지 적립과 같은 이유로 불편함 없이 잘 이용하고 있다. 특히 요즘 카카오헤어샵이 할인 프로모션을 열심히 돌리고 있기에 이참에 주노헤어를 더욱 이용하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요즘 한국의 커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일본의 경우 남성 커트가 일반적으로 3-4만 원이며 한국보다 약 1.5배 정도 더 비싸다고 한다. 아무래도 물가가 더 비싸기 때문에 커트도 비싸겠지 생각하겠지만, 이런 와중에 만원 언저리의 가격으로 10분 안에 머리를 잘라주는 이발소 체인인 'QB하우스'의 행보가 특이하다. (참고로, 올해 창립 10주년)

남자 커트는 대략 1시간 걸린다.
가끔 비싸고 오래 걸린다 생각했지만,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 그냥 잊고 산다.


이 곳은 주노헤어처럼 세련된 감성, 맛있는 간식, 무료 두피 케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한국의 블루클럽 같은 분위기로 머리를 자른다는 본질에 더 초점을 둔다. 따라서, 비용은 무인자판기로 지불하고 샴푸 대신 진공청소기로 머리카락을 빨아드려 시간은 1/6로 단축시키고 가격은 1/3로 저렴하다.


로고 하단에 새겨진 '10 minutes Just Cut'는 이 곳의 모토인 '빠른 커트'를 표방한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용실에 커트를 한다면 입장하고 대기석에서 순서를 기다린 후 머리를 자르고 샴푸와 영양제를 바르고 마사지까지 받으면 기본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모든 것이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면 2-3만 원의 비용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머리만 자르기 위해서라면 비용도 문제지만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QB하우스의 경우 다음의 3가지 방법으로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

(1) 가게 간판에 대기시간(0분, 5-10분, 15분 이상) 표시

(2) 무인자판기를 이용한 선불제

(3) 샴푸 대신 진공청소기로 머리카락 제거




(1) 가게 간판에 대기시간(0분, 5-10분, 15분 이상) 표시

먼저 QB하우스에 들어가기 전, 가게 간판에 위치한 3색 램프를 통해 대기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신호등처럼 초록색일 경우 바로 이용, 노란색일 경우 5-10분 정도 대기, 빨간색일 경우 15분 이상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고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폰으로 몇 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확인 가능) 따라서, 커트 시간(10분) + 대기시간으로 대충 머리를 자르는데 얼마나 걸리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이미지 왼쪽 상단에 위치한  대기시간 표시등
초록색: 즉시 가능, 노란색: 5-10분 대기, 빨간색: 15분 이상 대기


(2) 무인자판기를 이용한 선불제

점원의 작업과 고객이 계산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특히 현금을 많이 쓰는 일본은 잔돈을 거슬러 주는 것도 무시 못한다), 매장에 입장 시 무인판매기를 통해 비용을 먼저 지불한다. 혹여나 앞에 손님이 있을 경우 먼저 티켓을 구매하고 기다리다가 순서가 다가올 경우 별다른 안내 없이 바로 입장하면 된다.

무인자판기로 커트 비용을 선불로 지불하고 티켓을 미용사에게 보여주면 된다

(3) 샴푸 대신 진공청소기로 머리카락 제거

제아무리 허름한 이발소라도 커트를 한 후 잘린 머리카락으로 범벅이 된 머리를 샴푸로 감겨준다. 하지만, QB하우스의 경우 천장에 달린 '헤어 워셔'라는 강력 진공청소기로 잘린 머리카락을 빨아드린다. 따라서, 세면대로 이동하고 샴푸와 린스로 감고 머리를 말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또한,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설비 공사가 필요 없어 어느 공간에서나 저렴한 비용으로 점포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용실에서 '스피드'라는 새로운 가치 창출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10분. 일반적인 미용실이 1시간 걸린다면 1/6분의 시간으로 단돈 1만 원 대(1200엔)로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친절한 서비스와 케어는 없지만 샴푸와 영양제를 과감히 생략하고 진공청소기를 도입하여 저렴한 비용과 짧은 시간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고객에 입장에서 미용실을 선택할 때 비용에 대해서는 다소 민감하지만 시간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편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안내 > 커트 > 샴푸 > 케어 > 결제와 같은 프로세스가 어디를 가도 일반적이고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 케어 서비스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면, 비용도 마찬가지지만 시간적으로 불합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QB하우스는 본질인 커트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여(대신 파마나 염색은 불가능), 일본의 단순 이발소에서 홍콩, 싱가폴, 대만, 뉴욕 등의 글로벌 체인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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