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래미 Dec 01. 2019

행복한데 불안한 나, 비정상인가요?

Written by 클래미

요즘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대단한 성과를 이뤄내서가 아니고, 이직하면서 인생이 한번 리셋됐기 때문이다. 시험을 보기 전 모두가 1등인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앞으로 새로운 직장에서 각종 우여곡절을 경험하고 희로애락을 느끼겠지만, 아직은 새로운 분야와 직무를 배워가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이렇게 잘 지내는데도 가끔 걱정이 밀려올 때가 있다. 오히려 힘들 때는 가장 큰 어려움에만 집중할 텐데, 수면 위로 올라오니 시야가 넓어지면서 잠재적 걱정거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치, 전쟁 중에는 눈앞의 적군하고만 싸우는데 정신이 없다면, 휴전 중에는 언제 어디서 쳐들어올지 모르니 밤낮 가리지 않고 촌각을 세우는 듯하다.


아이러니하지만 잘 지내면서도 앞으로 못 지낼 것에 대해 미리 불안해하는 것이 지금의 마음 상태다.


불행 디폴트인 삶

대한민국 20대로 살아가면서 주변에 고민이 없는 친구가 없다. 오히려 고민 없이 큰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것 자체가 욕보이는 자세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즉, 어느 정도 행복이 채워지지 않은 체 불행하게 사는 게 오히려 정상적인 사고라고 치부되는 것 같다.


쉬운 예시로서, 친구들을 만나면 앞으로의 진로와 계획에 대해 서로 고민 상담을 해준다. 누구나 크고 작은 고민이 있기에 당연한 상황이지만, 반대로 작은 고민을 굳이 끄집어내어 하나의 토론 주제로 활용하는 것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의 고민도 내 고민처럼 생각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고 친구들끼리 돈독해지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의 고민을 공유하지 않는 친구를 보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솔직하지 못하다고 멀리하게 된다.


다른 결로, 회사에서는 잘 지내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하나의 인사치레인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냐고 물어보면 최상의 경우 '나쁘지 않아요' 혹은 '그냥 그럭저럭 지내요. 직장인들이 다 똑같죠'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사는 게 쉽지 않네요' 혹은 '요즘 여러 가지 고민이 있어요'라면서 힘겹지만 열심히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전우애를 다니는 장면을 온/오프라인에서 꽤 봤다. 결국, 회사는 무조건 힘든 곳인데 잘 지낸다고 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특이하고 의심 사는 행동이라고 느꼈다.


아무튼, 나도 언젠가부터 행복을 하늘의 무지개처럼 손 닿기 어려운 이상적인 존재로 여기면서, 불안한 현재의 삶이 당연하며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심리로 살았던 것 같다.


행복의 기준이란?

이미 종영된 프로그램이지만 가끔 비정상회담의 클립을 찾아보곤 한다. 노르웨이 대표인 니콜라이는 역시 행복지수 1위 국가답게 행복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행복에 대해 철학자나 심리학자뿐만 아니라 현대인도 평생 고민한다. 걱정을 해소하는 중요한 원동력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행복에 대한 정의가 각 문화나 개인마다 다양한데, 니콜라이의 대답이 추상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깔끔한 정의라고 생각했다.


결국 요즘 내가 행복하면서 불안한데, 행복의 실체를 이해해야지 불안을 해소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행복의 기준이 법으로부터 정해진 절대적 개념이 아닌 본인이 스스로 조절할  있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점이다. 물론, 개인의 생각이 사회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지만, 결국 조건을 만족시키는지에 대한 기준의 최종 결정권자는 본인이다.


[니콜라이가 알려주는 행복의 3요소]

- 자유: 육체뿐만 정신, 종교, 물질 등의 자유를 뜻한다. 예를 들어, 이동하거나, 치료를 받거나, 교육을 받거나, 생각을 표출하거나, 종교를 선택하거나, 부나 명성을 쌓는데 외부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 환경을 포함한다. 즉,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면, 비교적 자유롭고 공평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 여유: 위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예를 들어,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 건강, 재정 등이 충족된 상태를 뜻한다. 충족의 기준이 개인 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이른 시일 내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는 환경을 포함한다. 매우 위독한 병에 걸렸거나, 회생이 불가능한 재정 상태거나, 과거의 행동으로 인해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명예의 훼손을 입지 않았다면, 비교적 여유로운 환경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 친구: 삶을 함께 나누는 친구의 존재를 뜻한다. 친구의 범위는 가족, 사내 동료, 동네 주민, 지인 등 모두 포함하며, 관계의 양보다 질이 우선시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막 태어났거나, 통신이 끊긴 무인도에 살거나, 늑대인간이거나, 전쟁으로 인해 주변이 초토화되지 않았으며, 사회나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살고 있다면 비교적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아가는 환경에서 산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사실, 행복은 현실적으로 쉽게 충족할 수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인간의 채울 수 없는 욕심과 잠재적 두려움 때문에, 나조차 이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며칠 전 월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코엑스에서 친한 형을 만나 진로에 대해 약 2시간 정도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문뜩 내가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니콜라이가 말한 행복의 요소를 어렵지 않게 모두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 자유: 앞으로의 진로를 계획할 수 있는 정신적 자유

- 여유: 주중에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밥과 커피를 먹고 마실 수 있는 재정적 여유

- 친구: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


이 형은 내가 군 복무를 하면서 만났는데, 그 당시에는 진로에 대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억압받고, 육체/정신/시간적 여유를 통제당하고, 사회의 일원이 아닌 군인으로서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데 제한을 받았다. 당시에는 주말에 마음껏 늦잠을 자거나,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밤늦게까지 놀고 싶은 행복을 꿈꿨는데, 불과   후에 매일 꿈같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새삼 느끼게 됐다.


끝으로 니콜라이의 말을 정리하자면, 행복의 요소는 자유, 여유, 친구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모두가 각 요소를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사람이 듣고 보는  많아질 수록 욕심이 생기면서 기준이 높아지고, 누리고 있는 행복이 커질 수록 잃을 것에 대한 불안도 점차 커진다는 것이다. 사실 욕심보다 불안이 더욱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 욕심은 현실적인 사고이기에 어느 정도 제한적이지만, 불안은 실체가 없는 미래의 잠재성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무지막지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불행할 때 보다 오히려 행복할 때 불안감이 도미노처럼 밀려오면서 무너지기 십상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니콜라이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행복의 비결은 아래와 같다.

자유, 여유, 친구가 어느 정도 충족됐다면, 당신은 꽤 행복한 사람이다. 큰 거 바라지 말자.

위 3가지를 잃을까 봐 불안해 말라. 은근히 잃기 어렵고 얻기 쉬운 것들이다.


앞으로 우리 모두 잘 지냈으면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독교 관점에서 ‘조커'가 위험한 영화인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